2026.09.20 07:27 PM
By 이재경
연방법원이 캘리포니아대(UC)의 반(反)괴롭힘 정책 중 트랜스젠더 학생 등을 다른 이름이나 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대명사로 부르는 행위(misgendering·미스젠더링)를 제재하는 부분에 대해 잠정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LA타임스가 19일(토) 보도했다. 이번 판결로 보수 성향 교육 옹호 단체 소속 UC 캠퍼스 구성원들은 트랜스젠더를 그들의 성별 정체성과 다른 이름과 대명사로 부를 수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 프레드 W. 슬로터(Fred W. Slaughter) 연방판사가 내린 이번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은 UC를 상대로 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적용되는 임시 조치다. 이 명령은 UC의 광범위한 반괴롭힘 정책 전체를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며, 성폭력·스토킹 등을 포함한 정책의 다른 조항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이번 명령의 보호 대상은 소송을 제기한 보수단체 '디펜딩 에듀케이션(Defending Education)' 회원으로 한정된다. 이 단체는 누구나 무료로 가입할 수 있으며, UC 캠퍼스 내 회원 수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슬로터 판사는 디펜딩 에듀케이션이 제기한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 관련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UC의 정책이 "발언을 강제하고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요일 판결에서 UC가 회원들이 출생 시 지정된 성별에 부합하되 현재의 성별 정체성과는 다른 이름이나 대명사를 "일상적인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징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다만 이런 "일상적인" 사용이 어느 지점부터 괴롭힘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디펜딩 에듀케이션은 성명을 통해 이번 금지명령이 "UC 소속 학교에서 회원들이 진심으로 믿는 바에 따라 생물학적으로 정확한 대명사와 이름으로 타인을 지칭하는 것에 대해 UC가 해당 정책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밝혔다. 단체 대표 니콜 닐리(Nicole Neily)는 이번 판결을 "강압적인 발언 정책"을 막은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성명에서 "공립대학이 학생들의 발언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전국 다른 학교에서도 필요할 경우 이 원칙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UC는 성별과 관련한 학대성 괴롭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슬로터 판사는 UC가 규제할 수 있는 행위의 예로, 한 남학생을 "little princess(꼬마 공주)"나 "baby girl(아기 소녀)"이라고 부르며 괴롭히는 사례를 들었다.
UC 대변인 레이철 잰츠(Rachel Zaentz)는 성명에서 해당 정책이 "보호받는 발언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학 공동체 구성원을 차별과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은 성별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을 포함해 모든 괴롭힘 신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괴롭힘 주장에 적용하는 것과 동일한 법적 기준을 이 같은 신고에도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잰츠는 UC가 앞으로도 표현의 자유와 시민권을 함께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법원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지만, UC는 표현의 자유와 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기본권을 동시에 보호하는 환영받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UC의 '성폭력 및 성희롱 정책'은 학생, 교직원뿐 아니라 방문객·계약업체 등 제3자까지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정책은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미스젠더링을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디펜딩 에듀케이션은 지난 6월 U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소송의 유일한 원고다. 학생 회원 4명이 진술서를 제출했지만 개별 원고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단체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인용된 진술서에서 'Student D'로만 신원이 공개된 UC 어바인 캠퍼스 학생은 "나는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사람들과 수업이나 소규모 그룹에서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상황에서 대명사나 이름을 피하려고 애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캘리포니아주와 미국 전역에서 학교·대학 내 트랜스젠더 권리를 둘러싸고 법적 다툼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포츠 참가, 화장실 이용, 성별 확정 의료, 성별 정체성 인정 등을 둘러싼 트랜스젠더 포용 정책들을 뒤집으려 시도해 왔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달 한 연방판사가 트랜스젠더 선수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맞는 팀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학교 스포츠 정책에 대한 행정부의 소송을 기각했다. 또 지난 화요일에는 샌버너디노 카운티의 한 판사가 학교가 학생을 강제로 "아우팅"할 수는 없지만, 자녀의 성별 정체성에 관한 학부모의 질문에는 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UC의 2025년 가을학기 등록 기록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0.3%가 트랜스젠더 남성, 0.2%가 트랜스젠더 여성, 1.7%가 논바이너리로 집계돼 트랜스젠더·논바이너리 학생 비율이 총 2.2%에 달한다. 이는 전체 재학생 30만1000명 가운데 약 6600명에 해당하는 수치로, 입학처와 학적 담당 부서의 기록을 근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