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1 07:36 AM
By 전재희
"보도 내용 문제 삼아 기자 출입증 박탈"...수정헌법 1조 침해 주장
CNN과 MS NOW, 폴리티코(Politico)가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한 데 반발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 백악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 언론사는 21일 공동성명을 통해 "수정헌법 1조에 따른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고, 정부가 언론이 무엇을 보도하고 출판할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악관은 아무런 사전 통보나 절차 없이 우리의 보도 내용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의 출입 자격을 취소했다"며 "이 조치가 그대로 허용된다면 언론의 자유와 정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인 보도를 접할 국민의 권리가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CNN과 MS NOW, 폴리티코의 보도 내용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들 매체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뒤 이뤄졌다.
CNN의 백악관 담당 기자 베치 클라인(Betsy Klein), MS NOW의 아카일라 가드너(Akayla Gardner), 폴리티코의 샤이엔 해슬렛(Cheyenne Haslett) 등은 다음 날인 19일 백악관 출입을 거부당했다. 일부 기자들은 기존의 상시 출입증인 '하드 패스(hard pass)'가 비활성화되거나 회수됐다고 밝혔다.
갈등은 백악관 출입에만 그치지 않았다.
CNN은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유엔총회 방문 일정에 동행하는 TV 공동취재단(pool) 대표 방송사로 예정돼 있었지만, 백악관이 20일 밤 배포한 일정표에서는 CNN이 제외됐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백악관 행사나 대통령 이동 일정처럼 모든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취재하기 어려운 경우 CNN·ABC·CBS·NBC·폭스뉴스 등이 순번을 정해 공동취재단을 운영하고 취재 내용을 다른 언론사들과 공유한다.
CNN을 예정된 순번에서 제외한 것은 이번 출입금지 조치가 백악관 건물에 대한 접근뿐 아니라 대통령 공식 일정 취재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CNN은 실제로 백악관 여행 취재단 순번에서도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백악관이 자유언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자유언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공격하는 것은 미국에서 암처럼 커진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특정 기사 하나 때문에 출입금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해당 언론사들의 보도가 누적된 결과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계속되다 보면 지치게 된다"고 말하면서 언론이 자신에 대해 부정확하거나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이 부정적인 기사를 쓸 자유는 있지만 백악관 내부 출입까지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CNN과 MS NOW, 폴리티코는 워싱턴 연방법원에 백악관의 출입금지 조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긴급명령을 요청하고 기자들의 하드 패스를 즉각 복원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송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Susie Wiles), 백악관 공보 책임자 스티븐 청(Steven Cheung), 미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국장 숀 커런(Sean Curran) 등이 피고로 포함됐다.
소송을 제기한 언론사들은 백악관이 자신들의 보도 내용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이유로 취재 자격을 박탈한 것은 정부가 언론의 관점에 따라 차별한 것으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 통보나 이의를 제기할 절차 없이 출입증을 취소한 것은 적법절차를 보장한 수정헌법 5조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언론사들 사이의 갈등이 한 단계 더 확대된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보도를 둘러싸고 여러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왔으며, AP통신 기자들의 일부 백악관 행사 접근을 제한한 문제도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부 취재 규정도 강화했다. 국방부가 지난해 새로운 취재 규정을 도입하자 일부 주요 언론사들은 규정이 취재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이에 서명하는 대신 국방부 출입증을 반납하기도 했다.
CNN과 다른 언론사들은 이번 사건이 특정 세 곳의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매체의 취재 접근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면 같은 기준이 다른 언론사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자신이 허위·왜곡 보도라고 판단하는 언론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대통령과 백악관이 언론사의 보도 내용이나 논조를 이유로 기자들의 공식 취재 접근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같은 결정에 헌법상 어떠한 절차적 제한이 적용되는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