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1 09:20 AM
By 전재희
폭스·ABC·CBS·CNN·NBC "보도 내용 이유로 특정 언론 제한해선 안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CNN을 대통령 수행 TV 공동취재단에서 제외하자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공동취재를 중단하는 집단 대응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폭스뉴스(Fox News), ABC뉴스, CBS뉴스, CNN, NBC뉴스 등 백악관 TV 공동취재단에 참여하는 5개 방송사는 21일 백악관이 지정하는 대통령 행사에 대한 TV 풀(pool) 취재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CNN이 이날 예정돼 있던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방문 공동취재 순번에서 백악관에 의해 제외된 직후 내려졌다.
폭스뉴스 워싱턴 지국장 브라이언 보턴(Bryan Boughton)은 공동취재단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늘부터 TV 풀은 대통령과 관련해 풀 취재로 지정된 행사들을 취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백악관이 CNN의 예정된 풀 취재 임무 수행을 막은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출입을 둘러싼 갈등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폭스뉴스까지 공동대응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폭스뉴스와 ABC, CBS, CNN, NBC는 공동성명에서 "국민은 정부에 관한 정확하고 독립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어떤 행정부도 특정 언론사의 보도 내용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그 언론사의 취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치가 모든 언론사의 트럼프 대통령 취재가 전면 중단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송사들이 중단한 것은 대통령이 이동하거나 공간이 협소해 전체 취재진이 들어갈 수 없는 행사에서 대표 언론사가 취재한 영상과 정보를 다른 방송사에 제공하는 'TV 풀' 취재다.
신문 기자와 사진 기자들은 기존의 공동취재를 계속하고 있으며, 보수 성향 방송사인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Real America's Voice)는 이날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할 예정이라고 WSJ은 전했다.
백악관 TV 풀은 CNN과 ABC, CBS, NBC, 폭스뉴스 등 주요 방송사들이 순번제로 대통령 일정을 취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으로 이동하거나 백악관 집무실에서 소규모 행사를 진행하는 등 전체 언론사의 접근이 어려운 경우 당번 방송사가 영상과 취재 내용을 확보해 다른 방송사들과 공유한다.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유엔총회 방문 취재는 CNN이 담당할 차례였다.
그러나 백악관이 전날 밤 배포한 일정에는 CNN이 TV 풀 대표 방송사로 포함되지 않았다. CNN이 사전에 정해져 있던 공동취재 순번에서 제외된 것이다. CNN 역시 전날까지 이번 조치가 TV 풀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주요 쟁점으로 제기해왔다.
다른 방송사들은 CNN 대신 자신들이 순번을 대체하기보다 TV 공동취재 자체를 중단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CNN과 MS NOW, 폴리티코(Politico)를 백악관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언론사의 기자들은 다음 날 백악관 출입을 거부당했으며 일부 기자들의 상시 출입증인 '하드 패스(hard pass)'도 비활성화되거나 회수됐다. AP와 로이터도 CNN·MS NOW·폴리티코 기자들의 백악관 접근이 차단됐으며, 세 언론사가 이를 보도 내용에 따른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CNN과 MS NOW, 폴리티코는 21일 공동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수정헌법 1조에 따른 권리를 보호하고 정부가 언론이 무엇을 보도하거나 출판할지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소송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아무런 사전 통보나 절차 없이 백악관이 우리의 보도 내용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기자들의 취재 자격을 취소했다"며 이 같은 조치가 그대로 허용될 경우 언론 자유와 독립적인 보도를 접할 국민의 권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기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 공보 책임자 스티븐 청(Steven Cheung),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Susie Wiles), 비밀경호국장 숀 커런(Sean Curran) 등이 피고로 포함됐다. 세 언론사는 법원에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증을 복원하고 출입금지 조치의 집행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백악관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유언론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공격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 암처럼 커진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CNN과 MS NOW, 폴리티코를 출입금지 대상으로 결정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특정 기사 한 건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의 보도가 "누적된 것(cumulative)"이라고 설명하면서 "계속되다 보면 질리게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언론사들도 향후 출입금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는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세 언론사 이외에도 추가 매체의 백악관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와 특정 언론사의 갈등이 미국 대통령 취재를 위해 오랫동안 운영돼온 공동취재 시스템 자체의 문제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AP통신의 일부 백악관 행사 접근을 제한한 데 이어 국방부에서도 새로운 취재 규정을 도입했다. 일부 주요 언론사들은 해당 규정이 취재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이에 동의하지 않고 국방부 출입증을 반납했다.
이번에는 CNN의 백악관 출입뿐 아니라 사전에 정해진 TV 풀 취재 순번까지 제한되면서 다른 주요 방송사들이 CNN 대신 취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향후 법원이 CNN·MS NOW·폴리티코의 백악관 출입금지 조치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와 함께, 백악관과 주요 방송사들이 대통령 TV 공동취재 운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