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2 09:39 PM
By 이재경
캘리포니아에 이른바 '슈퍼 엘니뇨(super El Niño)'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올겨울 강력한 폭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LA타임스는 22일(화) 보도했다. 매체는 남캘리포니아 주민과 자영업자들이 미리 대비에 나설 것을 당부하면서, 준비는 비가 내리기 전인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기후예측센터에 따르면 중부·동부 열대 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기후 패턴인 이번 엘니뇨가 1950년 이후 어느 때보다 강력할 확률은 75%에 달한다. 오는 12월로 끝나는 3개월 동안 엘니뇨가 '매우 강력한(very strong)' 수준을 유지할 확률은 98%로 예측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 패턴이 강력한 열대성 수증기 흐름을 남캘리포니아 쪽으로 끌어들여 지역 전체를 흠뻑 적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남캘리포니아 각 지방정부는 비가 오기 전 산사태 취약 지역의 경사면을 보강하고 홍수 방지 시설을 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캐런 배스(Karen Bass) 로스앤젤레스 시장실은 이번 달 발표한 성명에서 시가 슈퍼 엘니뇨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들은 국립기상청(National Weather Service)과 정기적으로 협의하며 산불 피해지역(burn scar area)을 보강하고 토석류(debris flow), 홍수, 강풍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도 겨울철 예상되는 홍수에 앞서 저수 용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산가브리엘(San Gabriel), 이턴 워시(Eaton Wash), 데빌스 게이트(Devil's Gate) 등 저수지에서 대량의 퇴적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카운티 작업반은 아주사(Azusa)의 산가브리엘 댐에서 퇴적물을 걷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완벽한 대비책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집과 도로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단계를 미리 밟아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핵심은 폭풍이 지역을 강타하기 전에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경사면, 협곡, 최근 산불 피해지역, 상습 침수지역 인근에 거주한다면 위험을 숙지하고 대피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
지붕 누수 여부도 점검 대상이다. 남캘리포니아 지붕 공사업체 '프리퍼드 루핑(Preferred Roofing)'의 대표 테리 헬러(Terry Heller)는 과거 누수 문제가 있었거나 지붕이 시공된 지 12년이 넘었다면 점검을 예약하라고 권했다. 그는 정기적인 유지보수를 해두면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누수가 발생해 업체들이 서비스 요청 전화에 몰리는 응급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폭우가 한창일 때는 작업팀이 방수포를 덮는 등 임시조치밖에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헬러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면허가 있는 지붕업체와 상담할 것을 권장하며, 캘리포니아 계약업체면허위원회(California Contractors State License Board) 웹사이트에서 면허를 확인하고 면허 소지자 이름이 업체 대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온라인 평점과 웹사이트 확인은 물론, 인근 주민의 추천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배수 시스템 점검도 중요하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조경·도시계획 대학원 과정을 이끄는 조경건축가 에스더 마귤리스(Esther Margulies)는 앞뒤 마당의 물 흐름을 살펴 배수구가 막히지 않고 제대로 배출되는지, 대개는 도로 경계석 배수구로 물이 흘러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용 호스를 배수구에 대고 물을 흘려보내 경계석에서 물이 제대로 나오는지 테스트해볼 수 있다. 특정 지점에 물이 고이거나 지하 공간이 계속 습하다면 배수 펌프(sump pump)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마귤리스에 따르면 작은 부지에서는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몇 개의 배수관 지점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지점에 빗물통을 설치해 흐름을 모아두는 것이 좋다. 그는 "80~100갈론짜리 빗물통이 얼마나 빨리 차는지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모아둔 물을 관수용으로 쓸 수 있다. 물이 고이는 문제가 반복된다면 마당에서 물이 스며들 수 있는 면적을 넓히는 것도 방법이다. 마귤리스는 다져진 잔디를 통기시키고, 불필요한 포장을 줄여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보충할 수 있는 면적을 늘리라고 권했다.
모래주머니도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다. 마귤리스는 모래주머니를 문이나 개구부로 물이 밀려들 때 흐름을 돌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본다. 개구부 바깥쪽에 여러 줄로 쌓아 장벽 역할을 하도록 하면 되고, 자루를 서로 묶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LA 카운티는 무료 모래주머니 배포 장소 지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미리 전화로 문의하고 해당 지역 거주 증빙을 제시해야 한다.
나무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산타모니카의 수목관리 전문가(arborist) 앨리슨 랭커스터(Alison Lancaster)는 면허가 있는 수목 컨설턴트를 고용해 독립적인 평가를 받으라고 권했다. 전문가는 균열, 약한 접합부, 부패 등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맞춤형 가지치기를 권고한다. 랭커스터는 내부 가지를 무분별하게 제거해 "밀도를 줄이는" 방식의 가지치기(tree thinning)는 나무에 스트레스를 주고 건강을 해치며 오히려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무 윗부분이나 큰 가지를 밑동만 남기고 잘라내는 '토핑(tree topping)' 역시 나무에 해롭다고 설명했다.
권고를 받은 뒤에는 현재 유효한 주 면허와 보험을 갖추고, 국제수목관리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Arboriculture) 인증을 받은 직원이 있는 업체를 고용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컨설턴트와 시공업체 모두 예약이 몰리기 때문에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랭커스터는 조언했다. 야자수가 있다면 폭풍 전에 전문가를 불러 죽은 잎(dead fronds)을 제거해야 하는데, 강풍에 날려 떨어지면 피해를 입히거나 전력선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 상태를 점검하는 김에 마당을 돌며 비료 포대나 뚜껑 열린 페인트통 같은 물건을 단단히 고정해 빗물받이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빗물받이는 처리 과정 없이 바로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마귤리스는 "비에 노출된 것은 무엇이든 우리 강과 하천, 만(灣)으로 흘러드는 유출수의 일부가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식물을 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사진 마당에서 유출수 문제를 겪고 있다면 메밀류(buckwheat)나 코요테 브러시(coyote brush) 같은 지피식물을 심어 토양을 보호하고 물의 흐름을 늦출 수 있다. 다만 랭커스터에 따르면 9월에 심은 식물은 이번 겨울 폭풍 시즌에 의미 있는 침식 방지 효과를 내기엔 아직 뿌리를 충분히 내리지 못한 상태이며,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엘니뇨를 앞두고 기억해야 할 점은 비가 내리는 기간에는 자동 급수 장치를 꺼둬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점검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소비자단체 '유나이티드 폴리시홀더스(United Policyholders)'의 에이미 바흐(Amy Bach) 전무이사는 많은 사람들이 강, 호수, 바다 근처에 살지 않으면 홍수보험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기후변화로 대류성 폭풍이 더 격렬해지면서 더 많은 지역이 침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수보험 견적을 받아보는 것이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많은 보험사가 수해 관련 보상 범위를 줄이고 지급 한도를 두는 방식으로 약관을 바꿔온 만큼, 기존 주택보험의 세부 조항이 바뀌었는지도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바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소액 손실에 대해서는 청구를 자제하라고 권했다. 소액 청구라도 기록에 남아 향후 보험료가 오를 수 있고, 보험사가 결국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더라도 그런 영향이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귀중품 목록도 미리 만들어둘 필요가 있는데, 휴대전화로 각 방을 돌며 설명을 곁들여 영상을 찍어두는 것이 간단한 방법이다. 서랍이나 옷장 속 고가품도 영상에 담고,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이메일로 보내두면 좋다. 바흐는 이런 사전 준비가 실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보험 청구를 훨씬 쉽게 해준다고 말했다.
차량도 폭풍에 대비해 점검해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미국자동차협회(AAA) 대변인 캔더스 레드(Kandace Redd)는 타이어 공기압과 마모 상태 확인을 위해 '쿼터 테스트'를 권했다. 25센트 동전을 타이어 트레드 홈에 뒤집어 넣었을 때 조지 워싱턴의 머리 윗부분이 보이면 교체 시기라는 것이다. 와이퍼는 통상 수명이 6개월에서 1년이며, 밀리거나 소리가 나거나 유리를 제대로 닦지 못하면 교체해야 하고 워셔액 수위도 확인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의 느낌이 평소와 다르거나 이상한 소리가 나면 점검을 받아야 하고, 전조등·후미등·브레이크등·방향지시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배터리 검사도 필요한데, AAA가 받는 긴급 도로지원 요청 중 상당수가 배터리 방전과 관련이 있다고 레드는 밝혔다. 그는 믿을 만한 정비사에게 차량 점검을 받으라며 "지금의 작은 준비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폭풍이 예보됐을 때는 전기차 충전이나 연료 탱크를 가득 채워두는 것이 좋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면 침수된 도로에는 절대 진입해선 안 된다. 물에 잠긴 도로에서 차가 멈춰서 곤경에 처한 운전자들의 사진이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레드는 이런 불행을 피하기 위해 "돌아서라, 물에 빠지지 말라(Turn around, don't drown)"는 격언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침수된 물의 깊이는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12인치(약 30센티미터) 깊이로 흐르는 물이면 대부분의 승용차를 떠내려 보낼 수 있고, 2피트(약 60센티미터) 깊이의 물은 대부분의 트럭과 SUV까지도 휩쓸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빗길 운전 시에는 속도를 줄이고 산만한 행동을 피하며, 정차 시 충분한 거리를 두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비상 대피용 '고백(go bag)'을 챙겨둬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벤투라, 산타바바라, 산루이스오비스포 카운티를 담당하는 미국적십자사(American Red Cross) 대변인 앤절 사우세다(Angel Sauceda)는 튼튼한 배낭이나 더플백에 다음 물품을 담아두라고 권했다.
3일치 휴대용 물품과 여러 벌의 여벌 옷, 2주분의 상온 보관 가능한 식품(그래놀라바, 견과류 믹스, 감자칩, 통조림, 팝콘 등)과 물, 한 달치 약과 의료용품(복용 중인 약과 용량 목록 포함), 밴드·항생제 연고·가위·장갑·알코올 솜과 항히스타민제·두통약 등 상시 복용하는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구급상자, 인터넷이나 전력이 끊겨 전자결제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한 충분한 현금, 휴대전화·수면무호흡증 치료기기(CPAP)·전동 휠체어 등 중요 기기용 보조 배터리와 충전기, 여권·출생증명서·보험 및 금융·의료 기록 등 중요 서류의 복사본, 우비, 그리고 지역 종이 지도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반려동물용 별도의 '고백'도 준비해야 한다. 목줄, 이동장, 사료, 물과 사료 그릇, 배변용 모래와 배변함, 그리고 신원 확인용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찍은 최근 사진을 담아두면 된다.
사우세다는 급하게 대피해야 할 경우 고백을 빨래 바구니에 던져 넣어 함께 들고 나가라고 권했다. 빨래 바구니에는 대개 계절에 맞고 몸에 맞는 옷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중요한 원본 서류를 밀봉해 표시해둔 지퍼백에 담아 냉동고에 미리 보관해두라고 권했다. 시간이 있다면 대피 전에 냉동고에서 원본 서류를 꺼내면 되고, 급하게 대피해야 하는데 집이 '레드태그(위험 판정)'를 받은 상황이라면 응급 구조대가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 냉동고를 찾아 집 전체를 뒤지지 않고도 중요 서류를 회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 많은 정보는 적십자사의 무료 모바일 비상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사우세다는 덧붙였다.
사우세다는 "사람들은 흔히 비가 무해하다고 생각하지만, 비는 도로를 유실시킬 수 있고 사람을 고립시킬 수도 있다"며 "구조대가 도착해 당신을 찾아낼 때까지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뜻하지 않게 갇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