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2 09:19 AM

유가 100달러 아래로...이란 협상 기대에 나스닥 사상 최고치

By 전재희

브렌트유 장중 98달러대...호르무즈 해협 재개 가능성·사우디 공급 회복 기대
트럼프 "이란과 합의하면 유가 전쟁 이전보다 낮아질 것"
기술주 강세 지속...트럼프, AI 대신 'Super Intelligence·SI' 명칭 제안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그동안 고유가와 금리 상승에 눌려왔던 미국 기술주가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22일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소폭 하락했고 S&P500지수는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원유
(원유 시추시설. 자료화면)

로이터 집계 기준 장중 한때 다우지수는 0.11% 하락한 반면 S&P500은 0.07%, 나스닥은 0.40% 상승했다. 나스닥은 전날에도 AI 관련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시장 분위기를 바꾼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가였다.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으며 한때 98달러선까지 떨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렌트유 11월물은 한때 2.1% 하락한 배럴당 98.23달러까지 떨어지며 약 2주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AP 역시 브렌트유가 장중 98달러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일부 낙폭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이란 "조건 맞으면 호르무즈 7일 내 재개"

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란에서 나온 호르무즈 해협 재개 가능성이었다.

이란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완화하고 항구 봉쇄를 해제하기 시작한다면 7일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 운항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따라서 해협 운항이 정상화될 경우 이번 미국-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에 붙어 있던 상당 부분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사우디 아람코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확대했으며, 드론 공격 이후 운항에 차질을 빚었던 동서 송유관과 홍해의 얀부(Yanbu) 수출시설을 다시 가동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람코는 지난 일요일 하루에만 약 1,400만 배럴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선적했다.

유가가 내려가자 기술주 다시 상승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국제유가는 주식과 채권시장을 동시에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란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투자자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특히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에 민감한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준다.

반대로 유가가 내려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기술주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WSJ의 제임스 매킨토시(James Mackintosh) 칼럼니스트는 최근 200거래일 기준 S&P500지수와 10년물 미 국채 금리의 일간 움직임 사이 상관관계가 1997년 이후 가장 강한 음(-)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최근 시장에서는 채권금리가 오르면 주식이 떨어지고,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이 오르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는 의미다.

이란 전쟁 이후에는 여기에 국제유가가 연결됐다.

유가 상승 → 인플레이션 우려 → 국채금리 상승 → 주식 하락

반대로

유가 하락 →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 → 금리 하락 → 기술주 상승

이라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 역시 최근 기술주 상승의 배경으로 국제유가 하락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 완화를 꼽았다.

트럼프 "이란과 합의하면 유가 전쟁 이전보다 떨어질 것"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과의 전쟁과 국제유가 문제를 직접 연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합의가 이뤄질 경우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선거 직후 결국 미국과 합의를 선택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로이터도 트럼프가 이란과의 협상이 중간선거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동시에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매우 강경한 경고도 내놨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큰 결정"이 남아 있다면서 이란이 합의를 통해 국가를 재건할 기회를 갖게 할지, 아니면 이슬람공화국을 군사적으로 파괴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로이터는 트럼프가 이날 유엔에서 이란과 평화협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을 "annihilate"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에 두 가지 상반된 신호가 동시에 들어 있다.

한쪽은 협상 가능성과 이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및 유가 하락 가능성이고, 다른 한쪽은 협상 실패 시 군사적 충돌이 다시 확대될 위험이다.

트럼프 "미 해군, 호르무즈 통해 10억 배럴 이상 호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 아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도 크게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연설에서 미 해군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 수송을 호위했다고 밝혔다. WSJ도 같은 발언을 전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의 브래드 쿠퍼(Brad Cooper) 사령관 역시 지난 19일 최근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와 LNG 수송량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밝혔다.

쿠퍼 사령관은 걸프 동맹국들이 최근 몇 달 사이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해협을 통해 수송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수치는 트럼프의 표현처럼 미 해군이 개별적으로 10억 배럴 전체를 직접 호위했다는 의미와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시장 최대 변수로 떠오른 '전쟁이 끝날 것인가'

국제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시장은 아직 전쟁 종료를 가격에 완전히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불과 지난 9일만 해도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돌파하자 미국 증시는 하락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 가능성을 내놓으면서 국제유가가 98달러대로 떨어졌고 기술주는 다시 상승했다.

이는 현재 주식시장이 기업 실적이나 AI 투자뿐 아니라 중동 전쟁과 유가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의 경유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쟁과 러시아산 정제제품 공급 차질 등이 겹치면서 미국 평균 디젤 가격은 이달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선 바 있다.

따라서 원유 가격이 일시적으로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고 해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AI를 'Super Intelligence'로 부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AI에 대해서도 눈에 띄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앞으로 미국 정부 문서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Super Intelligence', 즉 'SI'라고 부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Artificial'이라는 단어가 인공지능을 마치 가짜인 것처럼 느끼게 하지만 실제 기술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는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주장에도 반대하면서 미국이 중국보다 AI 분야에서 앞서 있으며 이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AI가 앞으로 산업혁명이나 인터넷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새로운 AI 규제나 산업정책을 발표한 것은 아니며, 'Super Intelligence'라는 새로운 명칭을 제안하고 미국의 기술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나스닥 상승의 두 축...'유가 하락 + AI'

결국 이날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를 밀어올린 요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국제유가 하락이다.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기대, 사우디의 원유 공급 확대가 겹치면서 브렌트유가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

둘째는 다시 살아난 AI 투자 기대다.

전날 메타를 비롯한 AI 관련 종목들이 크게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기술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나스닥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미국-이란 전쟁이다.

이란이 제안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가 실제 미국과의 협상으로 이어진다면 유가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경고한 것처럼 협상이 실패하고 군사작전이 다시 확대된다면 유가는 다시 급등할 수 있다.

최근 증시가 "유가 상승 → 금리 상승 → 기술주 하락"과 "유가 하락 → 금리 안정 → 기술주 상승"이라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만큼, 뉴욕증시 투자자들의 시선도 기업 실적 못지않게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되는 미국과 이란의 외교 움직임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