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2 09:36 PM

LA 습도 급증에 모기 기승…웨스트나일 바이러스 확산 비상

By 이재경

엘니뇨 영향으로 남부 캘리포니아에 전례 없는 습도가 이어지면서 모기 개체수가 늘고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확산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22일(화)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최근 10여 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여름 남부 캘리포니아는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사상 최악 수준의 습도를 기록했다. 태평양의 엘니뇨 현상이 허리케인을 통해 캘리포니아로 수분을 실어 나르면서 무더위를 한층 견디기 힘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런 고온다습한 환경은 모기의 번식과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모기의 흡혈 활동이 늘면서 바이러스 전파 속도도 빨라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전파하는 모기. 자료화면)

캘리포니아 모기·매개체 관리협회(Mosquito and Vector Control Assn. of California)에 따르면 모기의 수명은 종(種), 기온, 습도, 성별, 계절 등 여러 요인에 좌우된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포티니 시니스(Photini Sinnis) 박사는 "모기는 습도가 없으면 말라 죽기 때문에 습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습도가 모기의 수명을 결정하는 만큼, 습도가 높으면 감염된 모기가 더 오래 살아남아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기는 오래 살지는 못하지만 몇 주간 생존하며 나흘에 한 번꼴로 흡혈한다"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건국(Department of Public Health)에 따르면 올해 들어 카운티 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확진자는 100명, 사망자는 5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확진자가 22명, 사망자가 2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지난 9월 18일자 역학 보고서를 보면 확진자 100명 중 남성이 73명, 여성이 27명이었고 환자의 중간 연령은 64.5세였다.

이 중 약 90명은 뇌와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겨 영구적인 뇌 손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경침습성 질환(neuroinvasive disease) 진단을 받았다고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 자료를 인용해 매체는 전했다. 최근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감염자의 약 3분의 1이 이스트 로스앤젤레스(East Los Angeles)에 거주하고 있으며, 샌퍼낸도밸리(San Fernando Valley)와 사우스베이(South Bay) 지역에서도 사례가 보고됐다.

보건당국은 모기 활동 시기가 통상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며, 올해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심각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시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건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감염 사례가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한 것은 시즌 전체 268건이 보고됐던 2017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카운티 보건관 문투 데이비스(Muntu Davis) 박사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올해 나타나는 중증 사례와 사망자 수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전파가 정점에 이르는 시기인 만큼 모두가 지금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는 별도의 치료제가 없으며, 중증 환자는 정맥주사 수액 공급, 통증 관리, 간호 등 대증요법을 위해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 뇌와 신경계를 침범하는 중증 웨스트나일 질환 환자 10명 중 1명꼴로 사망하는 것으로 CDC는 집계하고 있다.

카운티 내에서 인체 감염 사례를 처음 보고한 곳은 롱비치(Long Beach)였다. 롱비치는 올해 42건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확진 사례를 보고했으나 사망자는 없었으며, 이 중 26명이 신경침습성 질환 진단을 받았다. 롱비치에서 확진자가 10명 이상 나온 것은 15건이 보고됐던 2017년 이후 처음이고, 그 이전에는 56건이 보고된 2014년이 있었다. 롱비치시 보건관 클리프 오카다(Cliff Okada) 박사는 인체 감염 증가에 대응해 매개체 관리 지구들이 감시 활동과 홍보·교육을 강화하고, 확진 사례가 확인된 지역에서 모기 방제 작업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카다 박사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모기 활동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남부 캘리포니아는 매우 따뜻한 겨울을 겪었고 최근 습한 날씨까지 이어지면서 롱비치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전역에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활동과 인체 감염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니스 박사 역시 미국 전역에서 모기 매개 질병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런 증가의 상당 부분은 기온 상승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올여름 초 연방 보건당국은 미국 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최근 20년 사이 가장 이른 시기에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