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4 10:26 AM
By 전재희
시진핑, 10여년 만에 워싱턴 방문...백악관서 공식 환영식
무역·AI·대만·이란 놓고 담판...무역휴전 11월10일→1월10일 연장
트럼프 "AI 큰 의제"...시진핑은 대만 무기판매 중단 요구 전망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세계 1·2위 경제대국 정상이 무역과 인공지능(AI), 대만, 미국-이란 전쟁 등 핵심 현안을 놓고 마주 앉은 가운데 양국은 우선 오는 11월 만료 예정이던 무역휴전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시 주석의 워싱턴 방문은 10여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Peng Liyuan)을 공식 환영했다.
전날 저녁 시 주석이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을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앤드루스 기지에서 외국 정상을 직접 맞은 것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영접한 이후 11년 만이다.
백악관은 이번 방문을 최고 수준의 국빈방문 형식으로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 사우스포르티코에서 시 주석 부부를 맞았으며 군 의장행사와 함께 정상회담 일정이 시작됐다.
이날 행사에는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 랩터 전투기의 비행도 예정돼 있다.
저녁에는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국빈만찬이 열린다. 만찬에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등 미국 주요 기술기업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만찬에서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베이징에서 나눴던 이른바 '평화의 건배(Toast to Peace)'를 기념하는 건배도 준비됐다.
그러나 화려한 의전과 달리 회담 테이블에는 미중 간 첨예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현재까지 가장 구체적인 성과는 미중 무역휴전 연장이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시 주석 도착 직후 양국이 기존 무역휴전을 11월10일에서 내년 1월10일까지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서로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거나 예고하면서 극심한 무역갈등을 겪었으나 이후 협상을 통해 관세전쟁을 일시 중단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연장이 장기적인 무역협정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조치라면서 내년 1월까지 더 큰 합의에 도달하거나 다시 휴전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2개월 연장은 중국이 원했던 것보다는 짧다.
AP에 따르면 중국은 기존 휴전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선호했던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과 미국산 농산물·항공기 구매 약속 이행을 지켜보기 위해 보다 짧은 기간의 연장을 선호했다.
농산물 구매도 주요 협상 대상이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이 미국산 대두 2,500만톤을 구매하기로 합의했으며 구매 약속을 상당 부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약 170억달러 규모의 추가 농산물 구매 약속도 중국에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한 기존 약속에서도 진전이 있다고 미 무역대표부는 밝혔다. 그러나 추가 대형 항공기 구매 계약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발표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I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최근 AI 대신 사용하기 시작한 표현인 'Super Intelligence(SI)'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큰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는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새로운 규제를 추진하기보다는 현재의 빠른 개발 흐름을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도 같은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양국은 AI 기술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AI 사고가 국가안보 문제로 확대될 경우 상대국에 통보하는 새로운 소통체계 설치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양국 정상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AI 사고를 서로 알리는 'notification mechanism'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민감한 안보 현안은 대만이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영구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약 140억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판매 패키지에 대한 최종 승인을 보류했다.
당시 트럼프는 이를 중국과 협상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협상 카드"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필요할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위 장비를 제공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이 대만 무기판매 문제에서 어느 정도의 양보를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란 전쟁 역시 이전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핵심 의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이란의 최대 원유 구매국 가운데 하나인 만큼 테헤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란이 미국과 협상하도록 압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또 중국 기업들이 이란에 드론과 미사일에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는 대가로 이란에 대한 압박에 협력하는 방안도 일부 논의되고 있지만 실제 합의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경쟁에서 핵심은 희토류와 첨단 반도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을 국가안보와 제조업 공급망의 주요 위험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이 엔비디아 등 첨단 AI 반도체와 관련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완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A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첨단 반도체 수출제한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국가안보와 관련된 핵심 첨단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시 주석은 미국 도착 후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며 두 나라가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한다는 기본 논리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시 주석과 중국에 대해 이전보다 유화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정상회담 당일에도 시 주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개인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다만 양국의 근본적인 경쟁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대만, 첨단기술, 희토류, 핵무기 증강, 남중국해와 인도·태평양 군사력 문제 등에서는 여전히 큰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각각 별도의 발표를 통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같은 합의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부분을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명확한 성과는 미중 무역휴전을 내년 1월1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AI에서는 새로운 대화채널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적 합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반면 대만 무기판매와 첨단 반도체 수출규제, 이란 문제에서는 양국 간 상당한 입장 차이가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는 당장 미중 경쟁을 끝내는 '대타협'이라기보다는,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되는 것을 막고 세계 최대 두 경제대국 사이의 경쟁을 일정 범위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4일 저녁 국빈만찬과 25일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방문까지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무역휴전 연장 외에 추가적인 합의가 발표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