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4 10:37 AM

트럼프-시진핑 백악관 정상회담 개막...화려한 의전 속 무역·AI·이란 담판

By 전재희

시진핑, 10여년 만에 워싱턴 방문...백악관서 최고 수준 환영행사
트럼프 "오늘 결정이 수십년 평화·번영 좌우"...시진핑 "협력하면 함께 이익"
무역휴전 내년 1월10일까지 연장...AI·대만·이란은 핵심 난제
시진핑 "AI는 인간 통제 아래 있어야"...애틀랜타에 판다 2마리 보내기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시 주석의 워싱턴 방문은 10여년 만으로, 미국은 레드카펫과 군 의장대, 전투기와 B-2 스텔스 폭격기 비행까지 동원한 대규모 환영행사를 마련했다.

그러나 화려한 의전 뒤에는 무역과 인공지능(AI), 대만, 희토류, 미국-이란 전쟁 등 세계 1·2위 경제대국 사이의 핵심 갈등이 그대로 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그랜드 포이어에서 시 주석과 함께 가진 공개행사에서 양국이 지난 5월 중국 정상회담 이후 무역 문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이번 회담에서 안보와 기술, 자신이 최근 'Super Intelligence(SI)'라고 부르기 시작한 AI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백악관 정상회담
(백악관 환영행사 장면. WH 인스타그램)

그는 "오늘 이 분야에서 내리는 결정들이 앞으로 수십년간 평화와 번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시 주석 역시 양국 관계의 안정과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더라도 이를 "건전한 경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환영받는 만큼 중국 기업들도 미국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진핑 "협력하면 함께 이익, 대립하면 모두 손해"

시 주석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관계가 안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WSJ에 따르면 그는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안정적으로 미래를 향해 이끌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미국과 중국은 협력하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대립하면 양쪽 모두 손해를 입는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 주석은 군사 분야에서도 양국이 정기적인 대화를 유지해 위기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존 강대국과 부상하는 강대국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는 최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핵무기 증강, 미중 군사경쟁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을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레드카펫·군 의장대·B-2까지...최고 수준 환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시 주석에게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의전을 제공했다.

시 주석은 전날인 23일 저녁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앤드루스 기지에서 외국 정상을 직접 영접한 것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은 이후 처음이다.

24일 오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Melania Trump) 여사가 백악관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Peng Liyuan)을 맞았다.

미 해병대 의장대와 합동군이 대통령 예우행사를 진행했고 백악관 지붕에는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다.

이어 두 정상 부부가 군 병력을 사열하는 동안 미군 전투기와 B-2 스텔스 폭격기가 백악관 상공을 비행했다.

이날 저녁에는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국빈만찬도 열린다.

트럼프 "AI 개발 막고 싶지 않다"

AI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AI 대신 자신이 사용하는 명칭인 'Super Intelligence(SI)'가 시 주석과의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현재의 개발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AI에 대해 조금 다른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AI를 개발하고 관리할 능력뿐 아니라 책임도 갖고 있다면서 AI가 항상 인간의 통제 아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정상회담에 앞선 실무협상에서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AI 사고가 발생할 경우 서로 통보하는 시스템과 새로운 미중 AI 대화체계를 논의했다.

AP는 두 나라가 AI 패권을 놓고 경쟁하면서도 사이버공격, 생물학적 악용, 중요 인프라 공격과 같은 AI 위험에 대해서는 공통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첨단 AI 반도체와 모델 개발을 둘러싼 전략경쟁이 워낙 치열해 포괄적인 AI 협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무역휴전, 내년 1월10일까지 2개월 연장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구체적으로 확인된 합의는 미중 무역휴전 연장이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중국 허리펑(He Lifeng) 부총리와의 협상을 통해 기존 무역휴전을 오는 11월10일에서 내년 1월10일까지 2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해 관세전쟁 과정에서 서로 100%를 넘는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예고했다가 이후 협상을 통해 이를 일시 중단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연장이 더 큰 무역합의를 만들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포괄적인 장기 무역협정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현실적인 경제적 성과가 무역휴전 연장과 일부 관세 조정, 마약 밀매 대응, 군사대화 확대 등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가능성

미국산 농산물 구매도 정상회담의 주요 경제 현안이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수수, 쇠고기 등 주요 농산물의 대형 구매국이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이 미국산 대두 2,500만톤 구매 약속을 이행하고 있으며, 추가로 약 170억달러 규모의 다른 미국산 농산물 구매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농민들은 중국의 실제 구매 규모와 관세 완화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정상회담 직전에도 미국 농무부는 중국으로 향하는 12만톤 규모의 미국산 대두 추가 판매를 확인했다.

희토류는 시진핑의 강력한 협상카드

무역과 기술 문제에서 중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협상수단 가운데 하나는 희토류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뿐 아니라 정제와 자석 생산 분야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이 자체 희토류 공급망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2030년대에도 일부 주요 희토류에서는 중국 의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희토류는 전투기와 미사일, 반도체, 전기자동차,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과 방위산업에 필수적이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를 완화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AI 반도체 수출규제를 크게 완화할 것이라는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만 문제는 여전히 최대 안보 난제

화기애애한 공개발언에도 불구하고 대만 문제에서는 양국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시 주석과 베이징에서 회담한 뒤 약 140억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판매 패키지를 보류하면서 이를 중국과 협상할 수 있는 "좋은 협상 카드"라고 표현한 바 있다.

로이터는 시 주석이 이번 워싱턴 방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무기판매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과 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자체 방어능력을 지원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이 정책을 공식 변경했다는 발표는 없다.

이란 문제 놓고도 양국 입장차

미국-이란 전쟁도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며 이란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시 주석이 테헤란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란이 미국과 협상하도록 압박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는 현재까지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는 뚜렷한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또한 중국 기업들이 이란에 드론과 미사일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일정한 미국의 양보를 얻는 대신 이란에 대한 압박에 협조하는 방안도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의돼왔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 정상회담 합의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시진핑, 미국에 판다 2마리 선물

정상회담의 긴장된 외교 현안과 별개로 시 주석은 전통적인 '판다 외교'도 다시 꺼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이 조만간 대왕판다 두 마리를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AP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한때 중단됐던 판다 대여 프로그램을 다시 강화하는 상징적인 움직임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판다를 우호관계의 상징으로 외국에 보내왔으며 미국과의 외교관계에서도 판다는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

시 주석이 정상회담 첫날 직접 판다 소식을 발표한 것도 양국 관계 안정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상징적 조치로 볼 수 있다.

미국 방송사들, 환영행사 생중계 안 해

이날 화려한 백악관 환영행사는 미국 주요 지상파·케이블 방송사에서 생중계되지 않았다.

CNN과 MS NOW, Politico의 백악관 출입금지 조치에 항의해 주요 방송사들이 대통령 TV 풀 취재 참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연방법원은 이날 새벽 트럼프 행정부에 세 언론사의 출입 제한을 해제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법원의 명령 이후에도 CNN, MS NOW, Politico 기자 일부는 백악관 출입이 계속 제한됐다고 언론사들이 법원에 알렸다.

이 때문에 시진핑 환영행사도 주요 방송사의 통상적인 TV 풀 방식으로 생중계되지 않았다.

화려한 의전과 달리 '대타협' 여부는 아직 미지수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강조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시 주석의 관계를 "진정으로 훌륭한 우정"이라고 표현하면서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강조했다.

시 주석 역시 경쟁을 충돌로 확대하지 말고 협력할 분야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미중 관계의 근본적인 갈등은 그대로 남아 있다.

대만과 미국의 무기판매, 첨단기술 수출통제,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 AI 패권경쟁, 이란과의 관계, 중국의 핵무기 증강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단기적인 성과는 양국의 전략적 경쟁을 끝내는 대규모 합의보다는 무역전쟁 재개를 피하고 군사·경제·AI 분야에서 최소한의 소통체계를 유지하는 것에 맞춰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정상회담을 앞둔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현재까지 가장 명확하게 확인된 합의는 미중 무역휴전을 내년 1월10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반면 AI 안전관리 체계, 대만 무기판매, 이란 문제, 희토류와 첨단기술 통제에서는 아직 최종 합의가 발표되지 않았다.

24일 비공개 정상회담과 국빈만찬, 25일 후속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화려한 정상외교가 실제 정책 합의로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이번 시진핑 방미의 최종 평가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