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4 10:43 AM
By 전재희
프레디맥(Freddie Mac)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의 평균 30년 모기지 금리는 **7.03%**를 기록해 지난해 초 이후 처음으로 7%를 넘어섰다.
7%라는 숫자 자체가 특별한 경제적 기준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택시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기지 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이미 4년째 거래 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 주택시장에서 더 많은 잠재적 구매자가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택 구매자들에게 7%대 금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우 낯선 수준이었다.
2022년 이전에는 미국의 모기지 금리가 2001년 이후 7%에 도달한 적이 없었다.
20여년 동안 미국 소비자들은 3~4%대 모기지 금리에 익숙해졌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3% 이하의 금리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 주택시장은 급격히 냉각됐다.
초기에는 많은 구매자가 금리가 결국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다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WSJ은 지난 4년간 모기지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단기간에 크게 내려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금리가 내려가기를 기다리기보다 취업이나 출산, 가족 규모 변화 등으로 이사가 필요한 소비자들이 높은 금융비용을 감수하고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즉 7% 안팎의 모기지 금리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되는 새로운 시장 환경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정금리 모기지가 7%를 넘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초기 월 납입액이 낮은 변동금리 모기지(ARM)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동금리 모기지는 일반적으로 처음 3년에서 10년 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이후 시장금리에 따라 금리가 다시 조정된다.
향후 금리가 내려간다면 구매자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금리가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거나 더 올라갈 경우 월 납입액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Homes.com의 브래드 케이스(Brad Case) 수석 주택경제학자는 향후 금리가 반드시 하락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만큼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데에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에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납부하는 이자전용 모기지(interest-only mortgage) 역시 높은 금리 환경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 방식은 초기 월 납입액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출 초기 원금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경우 주택의 시장가치보다 대출잔액이 더 많은 이른바 '마이너스 에쿼티(negative equity)' 상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
케이스는 변동금리와 이자전용 모기지가 표준 30년 고정금리 모기지보다 위험성이 크다며 월 납입액이 왜 낮은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년 초까지만 해도 미국 주택시장에는 회복 기대가 있었다.
지난 2월 모기지 금리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6%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주택 구매 문의가 급증했고, 업계에서는 봄철 성수기를 계기로 거래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이후 이란 사태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WSJ은 이란 분쟁으로 국제유가와 글로벌 무역에 충격이 발생했고, 이것이 시장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면서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기대를 모았던 올해 봄 주택시장은 부진했고, 모기지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주택 판매도 다시 감소했다.
올해 주택시장에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자리 이동이나 출산 등으로 더 이상 이사를 미룰 수 없는 소비자들이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시장에 들어오면서 일부 거래가 회복됐다.
하지만 업계가 기대했던 본격적인 주택시장 회복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다시 7%를 넘어서면서 구매자의 주택 구매능력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같은 가격의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금리가 높아지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모기지 금리까지 상승하면 구매자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가격 자체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높은 모기지 금리는 구매자뿐 아니라 주택 매도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미국 주택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이른바 '락인 효과(lock-in effect)'에 시달렸다.
팬데믹 당시 2~3%대의 낮은 모기지 금리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리파이낸싱한 소유자들이 집을 팔 경우 기존의 낮은 금리를 포기하고 새 집에서는 6~7%대 모기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높은 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미국 기존주택 매물은 162만채로 증가해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모기지 금리가 7%를 넘어서면서 이런 매물 증가세가 다시 멈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집을 매각하는 순간 기존 3%대 모기지를 포기해야 한다.
새로운 주택을 구매하려면 7%가 넘는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구매자들의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자신이 보유한 집을 판매하려면 가격을 낮춰야 할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매도자 입장에서는 "낮은 모기지 금리를 포기하면서까지 집을 싸게 팔고, 다시 높은 금리로 새 집을 살 이유가 있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일부 주택 소유자들은 이사를 포기하고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증축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7%대 모기지 금리는 신규주택 건설업체에도 큰 부담이다.
최근 미국 주택 건설업체들은 높은 자재비와 인건비로 이미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주택 구매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대표적인 방법이 모기지 금리 바이다운(rate buydown)이다.
건설업체가 일정 비용을 부담해 구매자가 시장금리보다 낮은 모기지 금리를 적용받도록 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7% 이상으로 올라가면 구매자에게 5~6%대 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건설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
높은 금리로 바이다운 비용이 증가하면 건설업체의 이익률이 떨어진다.
결국 건설업체들이 신규주택 건설을 확대할 유인도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주택시장의 또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
현재 미국의 높은 주택가격에는 주택공급 부족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고금리 때문에 신규주택 건설까지 줄어들 경우 공급부족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기지 금리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수요를 줄여 주택가격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증가를 막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모기지 금리 7%는 경제적으로 특별한 경계선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3~5%대 모기지에 익숙했던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상당한 심리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팬데믹 당시 3% 이하의 모기지를 경험한 소비자들에게 7%는 월 납입액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날 수 있는 수준이다.
WSJ이 지적한 핵심 역시 단순히 금리가 7%를 넘었다는 사실보다는 미국 소비자들이 이제 높은 모기지 금리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모기지 금리가 6% 아래로 떨어졌을 당시 미국 주택시장은 빠른 회복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란 분쟁과 국제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불안으로 시장금리가 다시 올라가면서 주택시장의 회복 기대도 다시 뒤로 밀렸다.
결국 미국 주택시장의 향방은 단순히 7%라는 숫자보다 인플레이션과 장기 국채금리가 안정되면서 모기지 금리가 언제, 어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때까지 미국 주택시장은 구매자는 높은 월 납입액, 매도자는 낮은 기존 모기지를 포기해야 하는 부담, 건설업체는 높은 금융 인센티브 비용이라는 세 가지 압박을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