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4 12:18 PM

OC, 전기자전거와 전쟁 나섰다...불법 e-moto 태운 부모까지 중범죄 기소

By 전재희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서 美 첫 수준 e-bike 매입행사...약 1천대 몰려
OC 검찰, 전담수사팀 신설...불법 e-moto 허용한 부모 4명 형사기소
14세 아들이 81세 보행자 숨지게 한 사건에 모친 과실치사 혐의까지
캘리포니아 e-bike는 최고 28mph...45mph급 e-moto는 사실상 전기 오토바이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가 청소년들의 고출력 전기자전거와 전기 오토바이 사고가 급증하자 차량을 돈을 주고 회수하는 '바이백(buyback)' 프로그램과 부모에 대한 형사기소라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 검찰은 지난 13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총기 회수 프로그램을 본뜬 e-bike·e-moto 바이백 행사를 열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인 자정부터 차량을 가져온 주민이 나타났고, 아침에는 에인절스타디움 주차장을 빠져나갈 정도로 긴 줄이 형성됐다.

토드 스피처(Todd Spitzer) 오렌지카운티 검사장은 현장에서 회수된 차량에 대해 "이 자전거들은 파괴할 것"이라며 압착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WSJ은 불과 두 시간여 만에 1,000대가 넘는 e-bike와 전기 오토바이가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행사 직후 OC 검찰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최종 집계 전 약 1,000대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준비된 기프트카드가 모두 소진된 뒤에도 일부 주민들이 차량을 그대로 두고 갔다고 전했다.

최대 1,000달러 주고 전기자전거 회수

오렌지카운티 검찰이 마련한 바이백 프로그램은 총기 바이백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됐다.

주민들이 원치 않는 e-bike와 e-moto, 전동 스쿠터, 포켓바이크 등을 가져오면 종류에 따라 200~1,000달러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제공했다.

OC 검찰은 행사 전 차량 상태와 관계없이 익명으로 반납할 수 있고 별도의 질문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프트카드는 선착순으로 제공됐다.

당초 책정된 보상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Class 1 e-bike는 300달러, Class 2는 400달러, Class 3는 600달러였으며 전기 오토바이인 e-moto에는 최대 1,000달러가 지급됐다.

행사비용은 일반 세금이 아니라 범죄수익 몰수자산에서 조달했다고 WSJ은 전했다.

왜 OC에서 e-bike 문제가 특히 커졌나

전기자전거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국 전역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날씨가 따뜻하고 해안도시와 자전거도로가 많은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의 주요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E-BIKE
(E-BIKE. Action Sports)

뉴포트비치, 헌팅턴비치, 산클레멘테 등 해안지역에서는 서핑보드를 든 청소년들이 e-bike를 타고 해변과 학교를 오가는 모습이 흔해졌다.

하지만 이용이 급증하면서 부상도 빠르게 늘었다.

WSJ이 인용한 산호세주립대의 미국 병원자료 분석에 따르면 e-bike 사고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2020년에서 2024년 사이 1,000% 이상 증가했다.

OC 검찰은 별도의 남가주 통계를 인용해 최근 4년 동안 e-bike와 e-moto 관련 부상이 430% 증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런 차량이 현재 오렌지카운티 어린이 응급실 입원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e-bike처럼 생긴 전기 오토바이'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전기자전거가 같은 차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법은 합법적인 e-bike를 세 가지로 구분한다.

Class 1은 페달을 밟을 때만 모터가 작동하며 최고 보조속도는 시속 20마일이다.

Class 2는 스로틀만으로도 움직일 수 있지만 모터 보조는 역시 시속 20마일에서 중단된다.

Class 3는 페달 보조 방식으로 최고 시속 28마일까지 가능하며, 운전자는 16세 이상이어야 한다.

합법적인 e-bike는 작동 가능한 페달이 있어야 하고 전기모터 출력도 750와트 미만이어야 한다.

반면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일부 차량은 외형은 e-bike와 비슷하지만 시속 40~50마일 이상을 낼 수 있다.

이런 차량은 일반 e-bike가 아니라 e-moto 또는 전기 오토바이로 분류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 DMV는 2026년부터 페달이 없고 오프로드용으로 제작된 전기 오토바이를 별도의 off-highway electric motorcycle로 분류하고 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즉 판매자가 '전기자전거'처럼 홍보하더라도 실제 출력과 구조, 최고속도에 따라 미성년자가 일반 도로에서 합법적으로 탈 수 없는 오토바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e-bike 사줬는데 최고 45mph"

WSJ은 바이백 행사에 참여한 애너하임 주민 프레드 시갈라(Fred Sigala)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현재 13세인 아들 에이든(Aiden)에게 e-bike라고 생각하고 차량을 사줬다.

그러나 이후 확인해 보니 최고속도가 시속 45마일에 달하는 e-moto였고, 아들이 합법적으로 도로에서 탈 수 없는 차량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시속 20마일 이하 설정으로만 타라고 지시했고 아들도 이를 지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은 차량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가속됐다며 그 힘에 놀랐다고 말했다.

부자는 결국 해당 차량을 에인절스타디움 바이백 행사에 가져와 반납했다.

OC 검찰, 전담팀 'RIDE SAFELY' 신설

스피처 검사장의 대응은 바이백에 그치지 않는다.

OC 검찰은 지난 5월 RIDE SAFELY라는 e-bike·e-moto 전문 검토·기소팀을 만들었다.

정식 명칭은 'Smart Accountability for E-Bikes and E-Motos and Law Enforcement for Youth'로, 청소년 운전자뿐 아니라 불법 차량을 knowingly, 즉 알고도 자녀에게 타도록 허용한 부모에 대해서도 형사책임을 검토한다.

OC 검찰은 교육과 단속, 형사기소뿐 아니라 관련 입법 추진과 제조업체·판매업체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검토하는 종합대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OC 검찰은 자녀에게 불법 e-moto를 타도록 허용한 혐의로 부모 4명을 아동위험방치(child endangerment)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검찰은 이와 별도로 수십 건의 추가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14세 아들이 81세 보행자 치어 숨지게 해

OC 검찰이 강경 대응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는 레이크포리스트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였다.

81세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자 대체교사였던 에드 애시먼(Ed Ashman)은 엘토로 고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걸어가던 중 e-moto를 타던 14세 소년에게 치여 숨졌다.

검찰은 당시 소년이 e-moto로 앞바퀴를 들어 올리는 이른바 '윌리(wheelie)'를 하던 중 사고를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OC 검찰은 소년의 어머니 토미 조 메이어(Tommi Jo Mejer)를 아동위험방치와 과실치사(involuntary manslaughter)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어머니가 해당 차량이 미성년자가 도로에서 탈 수 없는 전기 오토바이라는 사실과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받고도 아들에게 계속 타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검찰 발표 기준 최대 7년8개월의 주 교도소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는 현재 검찰의 혐의 내용이며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메이어 측 변호인은 사고에 대해 깊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도 사건의 사실관계와 적용 법률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 처벌 놓고 "필요한 경고" vs "희생양 만들기"

부모를 형사기소하는 정책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스피처 검사장은 청소년들이 위험한 행동을 완전히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부모에게 심각한 법적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소된 다른 부모의 변호인은 자신의 의뢰인이 차량의 분류와 판매, 규제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e-bike와 e-moto의 외형이 비슷하고 판매업체들이 이를 혼용해 홍보하는 경우가 있어 부모들이 차량의 법적 차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녀 잃은 부모 "우리는 e-bike 못 타게 했는데"

강한 규제를 지지하는 부모들도 있다.

앨리스터(Allister)와 제시카 카를로스(Jessica Carlos) 부부는 당시 15세였던 아들 이선(Ethan)이 2025년 1월 친구 집을 방문했다가 e-bike 사고로 숨졌다고 WSJ에 말했다.

부부는 평소 아들에게 e-bike를 소유하거나 타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친구의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e-bike를 타도록 허용했고, 이선은 뒷좌석에 타고 이동하다 차량과 충돌해 숨졌다.

아버지 앨리스터는 자신들은 위험 때문에 아들이 e-bike를 타지 못하도록 했는데 다른 어른의 판단으로 아들이 위험에 놓였다는 점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부모가 자신의 자녀뿐 아니라 다른 미성년자에게 차량을 제공할 때 어디까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e-bike 없으면 친구도 없다"

OC에서 e-bike 문제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청소년 문화와 깊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산클레멘테에 살았던 사만다 커티스(Samantha Curtis)는 당시 13세였던 딸 로완(Rowan)이 2021년 e-bike를 사달라고 했던 이유를 설명하며 "e-bike가 없으면 사실상 친구도 없는 것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딸은 결국 자신의 자전거가 아닌 친구의 e-bike를 한번 타보다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연석을 넘어 나무에 부딪혔다.

쇄골이 부러지고 폐에 구멍이 났지만 헬멧 덕분에 더 큰 부상을 피했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반대로 일부 부모들은 적절한 교육과 보호장비를 갖춘다면 e-bike가 청소년에게 독립적인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도로교통을 배우게 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한다.

샌디에이고는 12세 미만 e-bike 금지

남가주의 다른 지역에서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샌디에이고시는 지난 8월13일부터 12세 미만 어린이가 Class 1·2·3 e-bike를 도로와 자전거도로, 공원, 트레일, 보드워크에서 운전하는 것을 금지했다.

첫 60일은 계도기간으로 운영되며 10월12일 이후에는 위반 시 단속과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법이 샌디에이고 지역 지방정부에 12세 미만 어린이의 Class 1·2 e-bike 운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시범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오렌지카운티에서도 학교별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

뉴포트-메사 통합교육구는 K-8 학교 캠퍼스에 e-bike와 기타 전동 이동수단을 가져오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상당수 학생은 여전히 e-bike를 타고 학교까지 온 뒤 학교 건너편에 세워놓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

핵심은 '전기자전거'와 '전기 오토바이' 구별

이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e-bike 전체를 위험한 불법 차량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법은 최고속도와 모터출력, 페달 유무 등에 따라 합법적인 Class 1~3 e-bike와 오토바이를 분명하게 구분한다.

Class 1·2의 모터 보조속도는 시속 20마일, Class 3는 28마일까지다. Class 3는 운전자가 최소 16세여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e-bike와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40~50mph까지 달릴 수 있는 고출력 e-moto를 어린이가 면허·등록 없이 일반 도로에서 운전하는 경우다.

OC 검찰이 부모 형사기소까지 나선 것도 주로 이런 차량과 관련된 사례다.

따라서 이번 오렌지카운티의 대응은 '전기자전거를 금지한다'기보다는 합법적 e-bike와 고출력 e-moto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불법 차량을 미성년자에게 제공한 부모에게까지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스피처 검사장은 이 같은 강경정책의 목표가 청소년의 모험심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에게 차량의 성능과 법적 책임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에 대한 중범죄 기소가 사고 예방에 필요한 책임 부과인지, 아니면 복잡한 차량 분류와 판매·규제 문제를 개인 부모에게 지나치게 전가하는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