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4 07:24 PM

美 연방 영화·TV 세액공제 법안 발의…할리우드 "20%+α" 혜택 추진

By 이재경

미국 초당파 의원들이 영화·TV 제작에 20%의 연방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법안을 공식 발의했다고 LA타임스가 24일(목) 보도했다. 해외로 빠져나간 촬영 물량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할리우드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안이 마침내 입법 절차에 오른 것이다.

'영화·TV·엔터테인먼트 재활성화법(Motion Picture, Television and Entertainment Revitalization Act)'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미국 내 인건비 지출에 대해 상한선 없이 20%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용 대상에는 후반작업(post-production)과 시각효과(VFX) 인력비는 물론, 제작진 인건비와 배우·작가 출연료 같은 이른바 '어보브 더 라인(above-the-line)' 비용까지 포함된다.

헐리우드
(영화의 산지 헐리우드 명성의 거리)

보도에 따르면 이 공제율은 여러 가산 조건이 충족될 경우 최대 30%까지 오를 수 있다. 독립영화 제작이거나, 주요 촬영일의 30% 이상을 농촌 지역의 '적격 기회구역(qualified opportunity zone)' 또는 연방정부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곳에서 촬영할 경우 5%포인트의 추가 공제가 붙는다. 또 전체 촬영일의 절반 이상을 10개 이상 주에서 진행하고 해당 주들에서 최소 1000만 달러의 적격 인건비를 지출한 제작물에도 추가 가산 혜택이 주어진다.

법안에 명시된 지원 대상은 총제작비가 100만 달러를 넘고 주요 촬영일의 75%가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장편영화, TV 시리즈, TV 파일럿이다. 반면 라이브 스포츠 중계, 낮 시간대 드라마, 토크쇼, 뉴스, 소셜미디어 콘텐츠, 광고·기업 홍보 영상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법안은 하원에서는 네이선 모런(공화·텍사스), 린다 산체스(민주·휘티어), 브라이언 잭(공화·조지아), 로라 프리드먼(민주·글렌데일) 의원이, 상원에서는 팀 스콧(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시프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오늘만큼 이 일을 성사시키는 데 가까웠던 적은 없었다"며 "이를 가능케 하는 여러 상황이 드물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의회 관계자와 업계 단체, 할리우드 노조들은 1년 넘게 물밑에서 연방 영화 세액공제에 대한 동력을 조성해왔다.

프로듀서길드(PGA), 감독조합(DGA), 촬영 현장 스태프를 대변하는 국제무대종사자연맹(IATSE) 등 여러 업계 단체와 노조가 잇따라 지지 성명을 냈다. IATSE는 성명에서 "수년간 이어진 일감 부족 이후 회원들의 향후 취업 기회와 경제적 안정에 획기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조합 SAG-AFTRA의 션 애스틴 회장도 성명을 통해 "이 법안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보면서, 마침내 우리가 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연방 세제 인센티브를 갖게 될 것이라는 낙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추진 동력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할리우드 특사' 중 한 명인 배우 존 보이트를 만난 뒤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한층 힘을 받았다.

프리드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는 미국의 대표 산업이고, 특히 우리 로스앤젤레스에는 더욱 그렇다"며 "산불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LA에는 정말 힘든 몇 년이었고, 불확실성과 불안이 컸다. 이번 법안은 사람들이 매우 낙관할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지지자들은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등 더 풍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국가들에 미국 내 제작 물량을 계속 빼앗기고 있는 현실을 근거로 든다. 연방 인센티브 도입을 지지하는 업계 단체 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n.)가 의뢰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최소 65개국이 영화·TV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방 차원의 세액공제가 도입될 경우 2035년까지 미국 내 제작 지출이 1250억 달러 늘고 14만3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찰스 리브킨 영화협회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성명에서 이번 인센티브를 "진정한 판도 변화(true game changer)"라고 평가하며 "일자리 성장을 촉진하고 미국을 차세대 훌륭한 영화·TV 제작을 위한 더 경쟁력 있는 장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방 세액공제로 늘어난 지출이 실제로 캘리포니아로 얼마나 유입될지는 불분명하다. 뉴욕, 뉴저지, 조지아 등 수십 개 주도 이미 영화 제작 인력과 스튜디오를 갖추고 할리우드 물량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그동안 제작 물량 이탈로 특히 큰 타격을 입은 지역이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강화된 캘리포니아주 자체 제작 인센티브에 연방 세액공제까지 더해지면, 제작사들이 촬영 장소 비용을 비교할 때 캘리포니아가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번 연방 인센티브 법안에 후반작업 비용이 포함된 점도 캘리포니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편집, 사운드 믹싱, 작곡, 시각효과 일자리를 되찾아오는 데 초점을 맞춘 자체 세액공제를 통과시킨 바 있다. 또 LA 카운티가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상태여서, 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제작물은 가산 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시프 의원은 이번 법안 통과가 오는 11월 3일 선거 이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국가를 위해 무언가를 이뤄낼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드물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다만 법안을 공동 발의한 의원들은 백악관과 법안의 세부 내용을 놓고 긴밀히 소통해왔으며 "어떤 위험 신호(red flag)"도 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프 의원은 24일 법안 제출에 앞서 백악관과 함께 '막판 조정(last-minute tweaks)'을 진행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수정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내가 파악하기로는 모든 신호가 '진행(go)'을 가리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