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8 08:53 AM
By 전재희
트럼프, 이란의 7일 휴전·호르무즈 재개방안 거부...국제유가 다시 상승
美 10년·30년 국채금리 수십년 만의 최고 수준...연준 추가 금리인상 우려 확대
다우·S&P500·나스닥 동반 하락...엔비디아는 1,500억달러 자사주 매입에 강세
시장 핵심 변수는 '유가→인플레이션→금리'...이번 주 PCE·고용지표도 주목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휴전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제안을 거부하면서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급등하고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출발했다.
28일 미국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시 중동으로 돌아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고 미국과 핵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고 주식시장이 반등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최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28일 오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47%, S&P500은 0.46%, 나스닥종합지수는 0.65% 하락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사상 최대 규모인 1,500억달러의 추가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3% 이상 상승했다.
이란은 지난주 유엔총회를 계기로 카타르 중재를 통해 미국에 새로운 휴전안을 전달했다.
이란은 미국이 해상봉쇄를 완화하고 원유수출 제재와 동결자산 문제에서 일부 양보할 경우 7일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고 미국과 핵협상을 재개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이 제안을 거부했다고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미국 협상팀이 이란과 대화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고 미국 당국도 중재자를 통한 접촉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것은 전면적인 외교 단절이라기보다 단기간에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다시 낮아졌다는 판단에 가깝다.
트럼프의 거부 결정이 알려지면서 국제유가는 즉각 상승했다.
로이터는 28일 원유가격이 약 2% 상승해 배럴당 107달러 안팎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WSJ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약 100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번 주 만기가 돌아오는 근월물 가격은 그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원유시장에서 단기 공급부족 우려가 커질 때 나타나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과 관련이 있다.
즉 당장 공급받을 수 있는 원유 가격이 향후 인도분보다 비싸다는 것은 시장 참가자들이 현재의 물리적 공급을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다.
현재 국제유가의 가장 큰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이전에는 전 세계 원유와 LNG 공급의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동서 송유관을 다시 가동하고 걸프지역 원유 수송도 일부 회복되면서 시장에 공급완화 기대가 생겼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인 통행이 회복되지 않는 한 공급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최근 걸프지역 원유 선적을 하루 평균 약 290만배럴까지 늘렸지만 여전히 해협 자체의 정상화 여부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28일 시장에서 더욱 주목되는 것은 유가 상승이 다시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휘발유와 경유, 운송비와 생산비가 상승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런 물가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B. Riley Wealth의 아트 호건(Art Hogan)은 에너지가 현재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밀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라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연준의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이미 지난주부터 수십년 만의 고점에 올라 있었다.
지난주 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약 **5.1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30년물 금리는 약 **5.49%**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28일에도 이란 협상 불확실성과 유가 상승이 다시 국채 매도를 부추기면서 장기금리는 새로운 고점을 시험하고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상승한다.
현재 시장의 연결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이란 협상 실패 가능성 → 호르무즈 공급차질 → 유가 상승 → 인플레이션 압력 → 연준 추가 금리인상 전망 → 미 국채 매도 → 장기금리 상승
이라는 구조다.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시장에는 두 가지 부담이 발생한다.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비용이 올라가고, 동시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을 보유하는 대신 5%가 넘는 수익을 제공하는 국채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받는 기술·성장주는 장기금리 상승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28일 시장은 연준이 오는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약 **68%**로 반영하고 있다.
연준은 이달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일시적인 공급충격이라면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가까지 다시 오르면서 시장은 연준이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불안은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28일 오전 9시51분 기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약 245포인트, 0.47% 하락한 5만1,583선에서 거래됐다.
S&P500은 0.46% 떨어진 7,707선, 나스닥은 0.65% 하락한 2만6,893선이었다.
특히 소비재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
S&P500 소비재 섹터는 1.3% 하락했고 도어대시와 카바나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고유가와 고금리가 소비자의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금융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비디아(Nvidia)는 예외였다.
엔비디아는 이날 기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1,500억달러를 추가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3% 이상 올랐다.
이번 추가 승인으로 엔비디아의 총 자사주 매입 가능액은 2,35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미국 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사주 매입 승인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한 종목의 강세가 고유가와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 전반의 위험회피 분위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반면 무역 측면에서는 시장에 긍정적인 소식도 있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상호 교역품 약 6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완화 방향에 합의하고 기존 무역휴전을 2027년 1월10일까지 두 달 연장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미중 고율관세가 다시 발동할 위험은 낮아졌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완화 효과보다 이란전쟁과 유가, 연준 금리 문제가 훨씬 강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번 주에는 시장의 금리전망을 다시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경제지표도 발표된다.
미국의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9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예정돼 있다.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물가지표 가운데 하나인 PCE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거나 고용시장이 다시 강한 모습을 보이면 추가 금리인상 전망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예상보다 안정되고 고용이 둔화한다면 최근의 장기금리 급등이 일부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금융시장이 가장 부담스럽게 보는 조합은 고유가와 고금리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과 소비자 비용이 증가한다.
통상 이런 상황은 경기를 둔화시키기 때문에 국채금리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경제는 AI 투자와 강한 기업활동, 고용시장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 상승이 경기침체 전망보다는 "경제는 여전히 강한데 물가만 더 올라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한다"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최근 국채시장을 압박하는 핵심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뉴욕증시와 채권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는 이란과 미국의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최근 7일 계획을 거부했지만 협상 자체를 끝내지는 않았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이 이번 주 새로운 조건으로 협상을 재개해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가능성이 다시 높아진다면 유가와 국채금리는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이란이 호르무즈를 7일 안에 다시 열 수 있다고 밝히자 브렌트유는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고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협상이 다시 교착되고 미국의 대이란 군사공격 가능성까지 높아질 경우 유가가 추가 상승하면서 채권과 주식 모두 다시 압박받을 수 있다.
28일 시장의 움직임은 지금 월가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이란 → 호르무즈 → 유가 → 인플레이션 → 연준 → 국채금리 → 주가"라는 점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