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09:26 AM
By 전재희
'Operation Blackout' 동남아·중동 사기단지 직접 겨냥...300명 이상 체포·인신매매 피해자 수천명 구조
파텔 FBI 국장 "이건 콜센터 아니라 실제 마을·도시"...美 노인들의 은퇴자금·평생저축 집중 공격
연애·친분 쌓은 뒤 가짜 암호화폐 투자 유도...피해자 77%는 FBI 연락 받을 때까지 사기 몰라
범죄조직 아프리카로 이동 조짐...미 법무부, 마다가스카르 중국계 사기센터 13곳 해체 지원
미 연방수사국(FBI)이 미국인들의 은퇴자금과 평생저축을 노리는 해외 대형 온라인 사기단지를 상대로 전 세계적인 소탕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카시 파텔(Kash Patel) FBI 국장은 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FBI가 '오퍼레이션 블랙아웃(Operation Blackout)'을 통해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지의 대규모 사기단지를 추적·해체하고 있으며, 최근 수사와 국제공조를 통해 약 170억달러 규모의 자산과 암호화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식 FBI 자료의 표현은 조금 다르다.
파텔 국장이 이달 미 상원 법사위원회에 제출한 공식 서면증언에서는 올해 Operation Blackout을 통해 150억달러 이상의 불법자산을 압수하고 300명 이상을 체포했으며, 동남아시아와 중동에 있는 사기조직의 통신·인터넷 인프라를 대규모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확인되는 공식 수치는 **'150억달러 이상 압수'**이며, 170억달러는 파텔 국장이 최근 인터뷰와 의회 발언에서 현금·암호화폐 등 Operation Blackout과 연계된 전체 규모를 설명하면서 제시한 최신 수치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파텔 국장은 이들 시설의 규모가 일반적인 전화사기 조직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사기조직의 거점을 두고 "이것들은 마을이고 도시다. 실제 건물들이 있고 사람들이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FBI가 Operation Blackout의 주요 대상으로 지목한 지역은 캄보디아와 미얀마, 태국 접경지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중동이다.
높은 벽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대규모 시설 안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감금한 뒤 수천 개의 전화와 소셜미디어 계정, 가짜 투자 웹사이트를 이용해 미국과 다른 국가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벌인다는 것이다.
파텔은 앞서 Operation Blackout을 FBI가 해외 사기단지의 "근원(source)"을 직접 공격하기 위한 전담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Operation Blackout의 규모는 파텔이 미 의회에 제출한 공식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FBI에 따르면 올해 이 작전을 통해 150억달러 이상의 불법자산을 압수하고 300명 이상을 체포했다.
지난 4월에는 FBI가 두바이와 중국 당국 등 해외 파트너들과 함께 사기단지 9곳을 동시에 급습했다.
FBI는 이를 자체 주도로 진행한 사기단지 단속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 작전에서 300명 이상이 체포됐고 수천 대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전자장비가 확보됐다.
FBI는 민간 통신·기술기업들과도 협력해 사기조직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접속장비와 통신망을 차단하고 있다.
파텔은 지난 7월 공개한 설명에서 FBI가 30건 이상의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7,500개 이상의 인터넷 단말을 정지시켜 사기단지들의 통신능력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파텔 국장은 이번 사기의 주요 공격 대상 가운데 하나로 미국의 고령층을 지목했다.
그는 특히 신기술이나 암호화폐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소셜미디어와 전화, 문자메시지, 텔레그램 등을 통해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수법은 매우 정교하다. 범죄자는 처음부터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먼저 문자메시지나 SNS로 접근해 피해자와 친구 관계를 만들거나 연인처럼 행동한다. 때로는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신뢰를 쌓는다.
이후 암호화폐나 투자상품을 소개하면서 자신도 큰 돈을 벌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가 소액을 투자하면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가짜 투자 플랫폼에는 큰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표시된다.
초기에는 소액 출금을 허용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플랫폼을 신뢰하게 되면 더 많은 돈을 넣도록 유도한다.
퇴직연금이나 주택자금, 자녀 학비까지 투자하도록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큰 금액을 넣은 뒤 돈을 빼려고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세금이나 수수료, 보증금 등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요구하며 결국 출금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FBI는 이런 유형의 범죄를 **암호화폐 투자사기(cryptocurrency investment fraud)**로 분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피그부처링(pig butchering)' 사기로 알려져 있다.
FBI는 해외 사기단지를 직접 공격하는 Operation Blackout과 동시에 미국 내에서는 Operation Level Up이라는 별도의 피해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FBI가 수사정보를 이용해 현재 사기를 당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낸 뒤 피해자가 더 많은 돈을 보내기 전에 직접 연락하는 방식이다.
Operation Level Up은 2024년 1월 FBI와 미 비밀경호국(USSS)의 협력으로 시작됐다.
FBI 공식 페이지에 공개된 2025년 12월 기준 자료에서는 8,103명의 피해자에게 사기 사실을 통보했고, 이 가운데 77%가 FBI 연락을 받을 때까지 자신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당시 FBI는 약 5억1,150만달러의 추가 피해를 막은 것으로 추산했다.
Fox는 FBI의 최근 업데이트를 인용해 통보받은 피해자가 1만406명, 예방한 피해액이 약 6억6천만달러까지 증가했다고 전했다.
FBI가 공개한 실제 사례를 보면 피해규모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피해자는 FBI 연락을 받기 직전 추가로 100만달러를 투자하려던 상황이었다.
다른 피해자는 5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기 위해 집을 팔려고 했고, 또 다른 피해자는 은퇴계좌에서 50만달러를 인출한 상태였다.
FBI가 연락하면서 추가 송금이 중단됐다. 또 일부 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재산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겪었다.
2025년 말 기준 FBI는 Operation Level Up에서 확인한 피해자 가운데 80명을 자살위험 개입을 위해 피해자지원 전문가에게 연결했다고 밝혔다.
Fox가 인용한 최신 FBI 집계에서는 이 숫자가 99명으로 늘었다.
해외 사기단지가 얼마나 거대한지는 캄보디아의 오스막(O'Smach) 사례에서 드러난다.
태국-캄보디아 국경 인근의 오스막 리조트 단지는 약 200에이커 규모로, 일반 사무실 몇 개가 아니라 사실상 하나의 작은 도시와 같은 시설이다.
미 재무부는 이미 2024년 이곳을 인신매매와 온라인 사기와 관련된 심각한 인권침해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현지 당국 조사에서는 단지 전체에 150개가 넘는 건물이 있었고, 그중 수십 곳이 온라인 사기를 위한 사무실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Fox에 따르면 FBI가 참여한 지난 8월 작전에서는 3일 동안 건물 28곳을 수색해 하드드라이브 113개와 컴퓨터 15대, 증거물 35상자를 확보했다.
이곳에서는 피해자를 속이기 위한 사기 각본과 가짜 금융자료, 미국 통신망 접속에 이용되는 장비 등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범죄가 다른 온라인 사기와 다른 중요한 특징도 있다. 사기를 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자발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인신매매 피해자라는 점이다.
범죄조직들은 높은 급여의 해외 취업을 약속해 사람을 모집한 뒤 여권을 빼앗고 사기단지에 감금한다.
정해진 사기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이나 고문을 당하거나 다른 범죄조직에 팔리는 사례도 국제기구와 각국 수사당국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한 건의 온라인 투자사기에는 두 종류의 피해자가 존재할 수 있다.
미국에서 돈을 빼앗기는 피해자와, 수천 마일 떨어진 사기단지 안에서 강제로 사기를 수행하는 인신매매 피해자다.
파텔은 Operation Blackout을 통해 수천 명의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사기단지에서 풀려났다고 밝혔다.
FBI Operation Blackout과 별도로 미 법무부도 Scam Center Strike Force를 운영하고 있다.
두 작전은 해외 사기조직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협력하지만 동일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법무부는 이달 초 중국계 범죄조직들이 운영한 온라인 사기 인프라와 자금세탁 조직에 대한 새로운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법무부와 재무부는 하루 동안 약 5,200만달러의 암호화폐를 동결했고, Scam Center Strike Force 출범 이후 동결·확보한 자산 규모가 약 9억3,800만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9억3,800만달러와 Operation Blackout의 150억달러 이상을 같은 통계로 더하거나 동일한 작전 실적으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범죄조직이 동남아시아의 단속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최근 FBI 호놀룰루 요원 등이 포함된 Strike Force 팀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파견했다.
현지 경찰과 함께 중국계 조직범죄단체가 운영하던 사기센터 13곳을 해체하고 전자장비 3,200대 이상을 분석했다.
현지에서는 약 400명이 체포됐으며, 법무부에 따르면 이 가운데 최소 약 30명은 사기단지의 중국인 간부급 인사들로 파악돼 중국으로 송환됐다.
파텔은 Fox에 최근 범죄조직들이 동남아시아에서 중앙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추세를 FBI가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단속의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다. 한 국가에서 사기단지를 해체해도 범죄조직이 통신장비와 암호화폐 자금만 가지고 다른 국가로 이동하면 비슷한 조직을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역시 최근 대규모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조직 지도부와 자금세탁 네트워크가 살아 있는 한 일부 시설이 문을 닫는 것만으로 산업 전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로이터는 캄보디아 당국이 최근 단순한 현장조직보다 사기산업의 '배후 지도자(masterminds)'와 금융망을 직접 겨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다른 서방국가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미 법무부와 영국 검찰청, 영국 국가범죄청(NCA)은 이달 초 세계 사기단지를 해체하기 위한 최초의 미·영 공동협력협정을 체결했다.
미 법무부는 해외 사기센터와 관련된 암호화폐·사이버 투자사기로 미국인들이 연간 약 100억달러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에서 열린 국제회의에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10여개 국가가 참가하면서 이 문제는 미중 경쟁과 별개로 국제적인 공동 범죄대응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FBI가 중국 공안당국과도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Operation Blackout 관련 일부 국제작전에서는 중국 공안부(Ministry of Public Security)가 미국 측과 공조해 현지 중국계 범죄조직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데 참여했다.
파텔의 상원 서면증언에도 지난 4월 대규모 단속이 두바이와 중국 당국의 협조 아래 진행됐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과 AI, 대만 문제 등에서 전략적 경쟁을 이어가는 것과 별개로 초국가적 온라인 사기조직은 양국 모두 자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공동 범죄문제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사기센터가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암호화폐 투자사기의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고된 암호화폐 투자사기 피해액은 2023년 약 45억7천만달러에서 2025년 약 86억5천만달러로 2년 만에 89% 증가했다. 이 수치는 FBI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에 실제 신고된 피해만 집계한 것이다.
피해 사실을 숨기거나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고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Operation Blackout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미국의 대응방식이다. 과거에는 미국인 피해자가 신고하면 송금계좌나 암호화폐 지갑을 추적해 개별 범죄자를 수사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해외 사기단지가 도시 수준으로 산업화되면서 FBI는 사기 웹사이트, 통신망, 암호화폐 지갑, 자금세탁 조직, 인신매매망과 실제 시설까지 한꺼번에 제거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파텔은 이를 'prevent, disrupt and dismantle', 즉 피해를 예방하고, 범죄망을 교란하며, 조직 자체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는 Operation Level Up으로 돈이 빠져나가기 전에 피해자를 찾아내고, 해외에서는 Operation Blackout과 법무부 국제공조를 통해 사기단지 자체를 공격하는 구조다.
이번 FBI 작전이 보여주는 것은 온라인 금융사기가 더 이상 개인 해커 몇 명의 범죄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한 노인에게 도착하는 단순한 문자 한 통 뒤에 수백 개의 건물과 수천 명의 노동자, 인신매매조직, 암호화폐 자금세탁망, 무장 경비까지 갖춘 거대한 국제 범죄산업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압박이 커지자 이 조직들은 중동과 아프리카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있다.
FBI와 법무부가 최근 전략을 개별 사기범 검거에서 '사기 도시와 그 금융·통신 생태계 자체를 해체하는 것'으로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텔이 밝힌 150억~170억달러 규모의 자산 추적과 압수는 그 규모를 보여주지만, 범죄조직이 국경을 넘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당국도 Operation Blackout을 일회성 단속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제작전으로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