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6 09:15 AM

금리 급등에 美 상업용 부동산 거래 다시 흔들...매수자들 "가격 다시 깎자"

By 전재희

계약 당시보다 대출금리 뛰자 매수자들 클로징 직전 가격 인하·조건 변경 요구
200세대 아파트 거래서 60만달러 가격 인하...소매 부동산도 재협상 확산
상업용·다가구 모기지 잔액 5조달러 넘어...고금리 장기화에 차환 부담 급증
CMBS 특별관리 비율 11.42%...2013년 이후 최고
"시장에 자금은 있지만 거래 마찰 커져"...상업용 부동산 회복세 다시 제동 

미국 국채금리와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올해 초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전제로 건물 매입계약을 체결했던 투자자들이 실제 거래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올라가자 판매자에게 가격 인하와 조건 변경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매수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거래 자체를 포기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상업용 건물이 밀집한 다운타운
(상업용 건물이 밀집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자료화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리트레이드(retrade)' 현상이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과 개발사업 둔화, 만기 대출의 차환 어려움 등 시장 전반의 스트레스가 다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신호라고 분석했다.

금리가 오르자 "계약 다시 협상하자"

상업용 부동산은 금리에 가장 민감한 산업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건물 가격 전체를 현금으로 지불하지 않는다. 일부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상당 부분을 대출로 조달한다.

따라서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같은 건물에서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률은 낮아진다.

최근 이런 문제가 실제 거래현장에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제프 파워스(Jeff Powers) 매니징디렉터는 지난달 금리가 오른 지 불과 며칠 만에 거래조건을 다시 협상하자는 전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소유권 이전과 자금조달을 마무리하기까지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2개월이 걸릴 수 있다.

금리가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이 기간이 거래의 경제성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2천만달러 아파트 거래, 60만달러 깎아

플로리다 보카라톤에 기반을 둔 이스텀 캐피털(Eastham Capital)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미국 중서부의 약 2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를 약 2천만달러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계약금을 넣기 전에 대출금리가 0.6%포인트 이상 뛰었다. 같은 건물을 같은 가격에 매입하더라도 투자자가 매년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스텀 캐피털의 창업자이자 매니징디렉터인 맷 로젠탈(Matt Rosenthal)은 거래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판매자를 압박했고 결국 매입가격을 60만달러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제는 확실히 다른 거래가 됐다"고 말했다.

1천20만달러 소매건물도 가격 인하

비슷한 현상은 소매용 부동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회사 메달리스트 다이버시파이드(Medalist Diversified)는 지난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의 약 6만5천제곱피트 규모 소매시설을 약 1천2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름 동안 금리가 오르자 매수자는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협상 끝에 판매자는 10만달러를 깎아주기로 했고 거래는 9월에 최종 마무리됐다.

회사 측은 금리환경이 거래가격 조정의 직접적인 이유였다고 밝혔다.

연준 인상 이후 리트레이드 더 확산

거래 재협상은 늦여름 국채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국채금리에 일정한 위험 프리미엄을 더한 수준에서 대출을 받는다.

따라서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 담보대출 비용도 따라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몇 달 전에는 수익성이 맞았던 거래가 클로징 단계에서는 투자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매수자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더 많은 자기자본을 투입하거나, 판매자에게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금리 민감도가 특히 높은 이유

상업용 부동산은 부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산군이다.

예를 들어 1억달러짜리 건물을 살 때 투자자가 자기 돈 4천만달러를 넣고 나머지 6천만달러를 빌린다고 가정해보자.

대출금리가 5%라면 연간 이자는 약 300만달러다.

금리가 6%로 오르면 이자는 360만달러가 된다.

건물 임대수입이 그대로라면 매년 60만달러의 투자수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투자자는 같은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요구한다.

현재 미국 상업용 및 다가구 부동산에 연결된 모기지 잔액은 5조달러를 넘는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부채와 자동차 대출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막 살아나던 시장에 다시 찬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최근까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일부 도시에서는 사무실 출근이 늘면서 오피스 수요가 개선됐다.

고금리 때문에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가 줄어들면서 기존 건물의 공급과잉 우려도 완화됐다.

금리도 한동안 안정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가 커졌다.

특히 올해 초에는 시장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부동산 대출비용도 줄고, 채권수익률도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일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REIT는 8% 하락, S&P500은 상승

금리상승 충격은 부동산 관련 주가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 분석업체 그린스트리트(Green Street)에 따르면 8월 말 이후 최근까지 FTSE Nareit All Equity REITs Index는 8%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은 약 1% 상승했다.

전체 주식시장은 AI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버티고 있지만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동산주는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가 부동산 가치와 현금흐름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가치도 다시 내려갈 가능성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금리와 투자수익률의 관계에 민감하다.

투자자들은 부동산에서 얻는 순영업이익을 건물가격과 비교해 수익률을 계산한다.

이를 일반적으로 캡레이트(cap rate)라고 한다.

예를 들어 1년에 500만달러의 순수익을 내는 건물이 1억달러라면 캡레이트는 5%다.

그런데 미국 국채가 위험 없이 5%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면 투자자가 추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상업용 부동산을 5% 수익률에 살 이유는 줄어든다.

투자자는 6%나 7%의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임대수익이 그대로라면 수익률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건물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건물주에게 더 심각한 문제는 대출 만기

이미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거래가격 하락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기존 대출의 만기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30년 동안 같은 조건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5년이나 10년 정도 지나면 만기가 돌아오고 새 대출을 받아 기존 빚을 갚아야 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과거 금리가 3~4%일 때 받은 대출이 지금 만기가 된다면 건물주는 6~8% 또는 그 이상의 금리로 다시 돈을 빌려야 할 수 있다.

건물 가격까지 떨어졌다면 은행이 과거와 같은 액수를 빌려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건물주는 추가 자본을 투입하거나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CMBS 특별관리 비율 11.42%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스트레스는 이미 데이터에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트렙(Trepp)에 따르면 지난 8월 상업용 모기지담보증권(CMBS)에 포함된 대출 가운데 11.42%가 '스페셜 서비싱(special servicing)' 상태에 들어갔다.

이는 201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스페셜 서비싱은 일반적으로 대출자가 원리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거나 만기가 도래했지만 차환이 어렵거나, 부동산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출을 전문관리회사로 넘기는 절차다.

따라서 이 비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오피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상업용 부동산 위기라고 하면 대부분 오피스 시장이 떠올랐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공실률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금리충격은 오피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파트와 쇼핑센터, 호텔, 물류센터 등 대출을 활용하는 거의 모든 상업용 부동산에 영향을 준다.

임대수요가 강하고 공실이 적은 좋은 건물이라도 높은 금리 때문에 매입가격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이번 WSJ 보도에서 거래조건을 다시 협상한 사례들은 아파트와 소매시설이다.

즉 지금 나타나는 문제는 특정 부동산 업종의 구조적 쇠퇴라기보다 금융비용 자체가 급격히 높아진 데 따른 시장 전체의 재평가에 가깝다.

개발사업도 수익성 기준 높아져

상업용 부동산 개발업체에도 영향이 크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대형 개발업체 하인즈(Hines)의 알폰소 멍크(Alfonso Munk) 투자관리 공동대표는 "넘어야 할 기준이 단순히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건물을 개발하려면 토지와 건설비, 인건비뿐 아니라 수년 동안 필요한 금융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개발업체가 요구하는 최소 투자수익률도 올라간다.

기존에 추진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가 수익성 기준을 넘지 못해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건설업과 지방정부까지 영향

상업용 부동산 침체는 건물주와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래량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지방정부의 재산세와 부동산 거래세 수입이 줄어든다.

개발사업이 중단되면 건설노동자와 건축가, 엔지니어, 건축자재업체의 일감도 감소한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이 주요 세원인 대도시에서는 부동산 가치 하락이 지방정부 재정까지 압박할 수 있다.

결국 높은 금리는 금융시장에서 시작해 실제 고용과 지방재정으로 전달될 수 있다.

그래도 돈이 완전히 마른 것은 아니다

현재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다른 점도 있다.

대출과 투자에 사용할 자금 자체는 상당히 많다.

은행과 사모대출업체, 부동산 투자펀드들이 이미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놓았지만 거래가 충분히 나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우량 프로젝트를 놓고 대출기관들끼리 경쟁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의 대출회사 노스윈드 그룹(Northwind Group)은 최근 브루클린의 35만5천제곱피트 규모 오피스 타워 상당 부분을 아파트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에 2억800만달러의 선순위 모기지를 제공했다.

노스윈드의 창업자이자 매니징파트너인 랜 엘리아사프(Ran Eliasaf)는 해당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은행과 사모대출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다고 말했다.

"돈은 있다...하지만 가격은 더 보수적으로"

엘리아사프는 높은 금리가 대출가격을 올리고 부동산 가치평가를 더 보수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우량 차입자가 자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출시장이 "매우 깊고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즉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모든 대출이 막힌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입지와 안정적인 현금흐름, 충분한 자기자본이 있는 프로젝트에는 여전히 많은 자금이 몰린다.

문제는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산이다.

은행이 4,500만달러 건설대출에서 갑자기 철수

대출시장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소매센터 건설을 위한 4,500만달러 대출에서 참여은행 한 곳이 최근 시장상황을 이유로 갑자기 빠졌다.

해당 소매센터는 이미 90% 이상 임대가 완료된 비교적 안정적인 프로젝트였다.

결국 마커스앤밀리챕(Marcus & Millichap)이 다른 대출기관을 찾아 거래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안정적인 프로젝트에서도 기존 대출기관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은 금융기관들의 위험관리 기준이 더 엄격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 마무리하기가 어느 때보다 어렵다"

마커스앤밀리챕 산하 IPA Capital Markets의 바비 워헤인(Bobby Werhane) 매니징디렉터는 최근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자금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마찰이 훨씬 많아졌다"고 표현했다.

매수자는 가격을 낮추려 하고, 판매자는 기존 계약가격을 지키려 한다.

대출기관은 더 낮은 담보가치를 적용하고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투자자는 더 많은 자기자본을 넣어야 한다.

이 모든 협상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거래시간이 길어지고 실제 클로징까지 성공하는 거래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장 큰 변수는 결국 10년물 금리

현재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어디로 갈지는 연준 기준금리뿐 아니라 장기 국채금리의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를 넘어 200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부동산 대출금리도 쉽게 내려오기 어렵다.

반대로 국채시장이 안정되고 장기금리가 떨어진다면 최근 거래 재협상 압력도 완화될 수 있다.

문제는 최근의 금리상승이 단순히 연준의 정책금리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플레이션과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 대규모 국채발행, AI 투자붐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경쟁 등이 동시에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회복하던 시장'이 다시 시험대에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는 긴 침체가 끝나간다는 기대가 있었다.

오피스 출근이 늘기 시작했고 새로운 건설은 줄었으며, 금리가 안정되면서 부동산 가치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의 급격한 금리상승이 이 회복 흐름을 다시 흔들고 있다.

건물을 사고 싶은 투자자는 있지만 몇 달 전에 합의했던 가격으로는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다.

건물을 팔고 싶은 소유자는 있지만 가격을 낮추기 싫어한다.

대출자금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금융기관은 더 높은 금리와 낮은 담보가치를 적용한다.

그리고 과거 저금리 대출의 만기는 계속 돌아오고 있다.

지금 나타나는 '리트레이드'는 더 큰 조정의 초기 신호일 수도

WSJ이 주목한 것은 지금 나타나는 가격 재협상이 단순한 개별 거래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다.

매수자가 가격을 깎아야 거래가 성사된다는 것은 시장이 부동산의 새로운 적정가치를 찾고 있다는 의미다.

한두 건의 거래에서 가격이 낮아지면 그 가격은 주변 건물의 감정평가와 다음 거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전체 시장가치가 다시 내려갈 수 있다.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기존 대출의 담보비율이 악화되고 차환도 어려워진다.

차환에 실패한 건물주가 매물을 내놓으면 추가적인 가격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즉 금리상승이 거래가격 하락으로, 가격하락이 차환난으로, 다시 차환난이 강제매각과 추가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현재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리트레이드 확산은 회복단계에 들어갔다고 여겨졌던 시장이 다시 고금리라는 현실과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가장 빠른 신호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