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6 09:52 AM

프랑스 학생시위, 누가 이용하고 있나...자발적 교육불만에 극좌 정치세력 개입 논란

By 전재희

교사 부족·과밀학급에서 시작된 학생운동...전국 확산 뒤 방화·폭력·경찰 충돌로 변질
프랑스 정보당국 "극좌 성향 단체들이 학생운동 이용"...LFI는 정부 주장 전면 부인
르몽드 취재선 "초기 자발적 시위→외부 청년 폭력 가담→급진좌파 정치·노조세력 합류"
학생 아닌 외부 인원들이 학교 옮겨 다니며 폭력 선동했다는 당국 증언도
이슬람주의 조직 개입설도 제기되지만 현재까지 이번 시위와 직접 연결하는 확실한 증거는 없어 

프랑스를 뒤흔들고 있는 고교생 중심의 대규모 시위를 놓고 새로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노후화된 학교시설 등 실제 교육현장의 문제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불만이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급진좌파 정치세력과 외부 활동가들이 시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와 아무 관련이 없는 외부 청년들이 시위현장에 등장하고 학교를 옮겨 다니며 방화와 시설물 파괴, 경찰과의 충돌에 가담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시위
(프랑스 시위. AP)

프랑스 정부와 정보기관 일부는 급진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LFI)'와 주변 극좌 단체들이 학생들의 불만을 이용해 운동을 전국적인 반정부 투쟁으로 확대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LFI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만 놓고 보면 시위 자체가 처음부터 LFI가 조직한 운동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여러 정보와 현장 취재를 종합하면 시위가 진행되면서 성격이 변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해 보인다.

시작은 실제 학교 문제였다

시위는 9월 중순 파리 교외 크레테유(Créteil)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됐다.

학생과 교사들이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노후 학교시설 등에 항의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르몽드는 현재의 시위가 특정 정부개혁에 반대하는 정치운동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매일 경험하고 있던 학교생활의 문제에서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자발적 운동의 성격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초기에는 학교마다 요구사항도 서로 달랐다.

어떤 학교는 교사 결원 문제를 제기했고 다른 학교에서는 지나치게 긴 수업시간, 더운 교실, 과밀학급, 노후시설, 대학입학 시스템인 파르쿠르쉬프 문제 등을 요구했다.

초기 상황을 취재한 르피가로도 크레테유 교육당국을 인용해 당시 운동을 "정치운동이 아니라 각 학교의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운동"으로 설명했다.

다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학교들이 이를 빠르게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시위가 커지면서 성격이 달라졌다

문제는 이후다.

학교 봉쇄운동이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퍼지는 과정에서 학교와 관계없는 외부 청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교 밖에서 쓰레기통이 불타고 경찰을 향해 폭죽과 물건이 날아갔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와 공공시설이 방화 공격을 받았다.

르몽드는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시위 참가자 가운데 해당 학교 학생이 아닌 사람들이 상당수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교원노조 SNES-FSU의 소피 베네티테(Sophie Vénétitay)는 "일부 젊은이들은 단지 부수기 위해 현장에 온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상황이 이미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시위라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이 파악한 '3단계 변화'

특히 주목되는 것은 르몽드가 복수의 정보당국 관계자를 취재해 보도한 시위의 전개과정이다.

한 정보소식통은 현재의 운동이 대략 세 단계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첫 단계는 상당히 거칠기는 했지만 특별한 정치적 성향이 없는 자발적인 학생운동이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지역 청년집단들이 등장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고등학생이었지만 모두 학생은 아니었으며 기물파손과 학교 관계자 위협, 폭력 등에 가담했다.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서면서 급진좌파 정치인들과 노조 활동가들이 본격적으로 시위현장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처음부터 정치세력이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것과 "자발적으로 시작된 학생시위에 이후 정치세력이 올라탔다"는 것은 상당히 다른 이야기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서는 후자에 가까운 정황이 더 많이 확인된다.

파리 경찰 정보국은 더 강한 판단

하지만 프랑스 경찰 정보기관 가운데 일부는 훨씬 강한 판단을 내놓고 있다.

파리 경찰청 정보국(DRPP)이 9월28일 작성한 내부보고서를 르몽드가 확인한 결과, 정보당국은 센생드니 지역의 시위에 대해 학생노조와 극좌 정치운동의 '도구화'가 운동의 기원에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LFI 정치인들이 시위현장에 나타난 점과 노조·정치활동가들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학생들을 추가로 동원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일부 활동가가 여러 학교의 시위를 촬영해 노조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고 고교생과 대학생 운동을 하나의 투쟁으로 결합하도록 독려했다고 지적했다.

체포된 학생들이 있는 경찰서 앞에 조직적으로 지지자들이 모이는 행동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해낸 방식이라기보다 기존 정치·노동운동 조직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정보당국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 정보보고서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이 문서를 프랑스 전체 시위가 LFI에 의해 조직됐다는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르몽드는 해당 보고서가 프랑스 전체가 아닌 센생드니 한 지역을 대상으로 작성됐으며 약 20개 고등학교 주변의 관찰을 근거로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전국에서는 1천개가 넘는 학교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같은 프랑스 정보당국 내부에서도 해석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일부 정보 관계자는 시위가 처음부터 정치세력의 통제 아래 있었다기보다 극도로 분산돼 있고 즉흥적인 학생운동이었으며, 기존 정치·노조조직들이 뒤늦게 이를 자신들의 운동으로 연결하려 한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LFI와 울트라좌파가 이용"

세바스티앙 르코르뉘(Sébastien Lecornu) 총리는 보다 직접적으로 LFI를 지목했다.

10월1일 열린 정부 위기대책회의에서는 정보기관들이 LFI와 이른바 '울트라좌파(ultra-left)' 계열 단체들의 조직적인 활동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정부 위기회의 참석 소식통을 인용해 정보기관들이 LFI와 그 주변 세력이 학생 시위를 조직적으로 확대하는 데 관여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로랑 뉘녜스(Laurent Nuñez) 내무장관도 외부 선동자들이 한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이동하며 폭력행위를 부추기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주장은 단순히 LFI 정치인이 학생들을 지지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학생들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정치화하고 여러 사회적 투쟁을 하나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LFI 정치인들 실제로 현장에 합류

LFI 정치인들이 학생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 자체는 확인된다.

르몽드에 따르면 루이 부아야르(Louis Boyard) 의원이 9월 중순 크레테유의 생텍쥐페리 고교 현장을 방문한 이후 여러 LFI 의원과 활동가들이 학교 봉쇄현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들의 행동도 모두 동일하지는 않았다.

일부는 학생들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독려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오히려 폭력을 자제시키고 혼란스러운 현장을 통제하려 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따라서 'LFI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과 'LFI가 폭력을 조직했다'는 주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후자는 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주장이고 LFI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멜랑숑은 학생운동을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

LFI의 지도자인 장뤼크 멜랑숑(Jean-Luc Mélenchon)은 학생들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경찰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AP는 멜랑숑과 LFI가 시위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학생운동이 202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 시위가 처음에는 개별 학교의 교육환경 문제에서 출발했더라도 이후에는 정부의 재정긴축과 공공서비스 축소에 반대하는 더 큰 정치운동과 결합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노동조합까지 합류했다.

프랑스의 강력한 노동조합 CGT 등이 학생들의 시위를 지지하고 공동집회를 추진하면서 학생운동과 정부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운동의 '투쟁 결합' 가능성도 커졌다.

프랑스 좌파에서 익숙한 '투쟁의 결합'

프랑스 급진좌파와 노동운동에서는 서로 다른 사회운동을 하나로 연결하는 'convergence des luttes', 즉 '투쟁의 결합'이라는 전략이 오래전부터 사용돼왔다.

학생과 노동자, 공공부문, 이민자단체 등 서로 다른 집단의 불만을 하나의 광범위한 반정부 운동으로 묶는 방식이다.

이번에도 대학생들이 고교생 시위에 합류하면서 요구사항은 빠르게 늘어났다.

교사 부족뿐 아니라 대학입학 제도, 외국인 학생 등록금, 경찰 대응, 정부 긴축정책 등이 동시에 등장했다.

따라서 초기의 "우리 학교에 교사가 부족하다"는 요구가 몇 주 사이 국가재정과 사회불평등, 경찰, 이민정책 등을 둘러싼 정치운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면 '배후세력'이라고 부를 수 있나

여기에서는 표현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개된 증거만 보면 LFI와 급진좌파가 전국적인 학생운동을 처음부터 비밀리에 설계하고 지휘했다는 의미의 '배후세력'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기존 학생들의 불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직적인 동원과 정치적 메시지를 결합하면서 운동을 확대하려 했다는 정황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센생드니 지역에서는 프랑스 경찰 정보기관이 이를 'instrumentalisation', 즉 학생운동의 정치적 도구화라고 직접 표현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극좌가 학생시위를 만들었다"고 보기보다 "이미 시작된 학생시위를 극좌 정치세력과 노조가 자신들의 광범위한 반정부 운동으로 연결하려 했다"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폭력 가담자는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폭력사태를 학생운동 전체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초기부터 학교 당국은 일부 봉쇄현장에 해당 학교 학생이 아닌 외부 청년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보고했다.

9월24일 크레테유 교육청은 르피가로·AFP에 일부 현장에서 "외부에서 온 정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르몽드 역시 전국적으로 운동이 확대된 뒤 일부 참가자들은 학교의 교육환경에 관심이 있기보다 경찰과 충돌하거나 시설물을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와 폭력적인 외부세력의 행동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교사노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슬람주의 세력은?

여기에서는 더욱 신중한 구분이 필요하다.

프랑스에 정치적 이슬람주의 조직과 무슬림형제단 계열 네트워크의 영향력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프랑스 정부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2025년 '무슬림형제단과 프랑스의 정치적 이슬람주의'라는 정부보고서를 공개하고 종교·교육·시민단체 등을 통한 정치적 이슬람주의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국가적 문제로 다뤘다.

대학과 학생조직을 둘러싼 영향력 문제 역시 프랑스 의회에서 논의돼왔다.

그러나 이것과 현재의 고교생 시위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10월6일 현재 로이터와 AP, 르몽드 등 주요 보도와 공개된 정보당국 자료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나 특정 이슬람주의 단체가 이번 전국 학생시위를 조직하거나 폭력사태를 지휘했다는 확인된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극좌와 이슬람세력이 함께 이번 폭동을 조직했다"고 쓰는 것은 현재 확인된 사실보다 앞서가는 주장이다.

'이민자 지역 청년'과 '이슬람주의자'도 구분해야

시위가 처음 크게 확산된 센생드니와 발드마른 등 파리 교외지역에는 이민배경을 가진 주민과 무슬림 가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특정 참가자가 이민자 가정 출신이거나 무슬림이라는 사실과 정치적 이슬람주의 조직의 지시를 받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폭력에 가담한 외부 청년들이 있다는 사실도 그들이 이슬람주의 조직의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이 부분을 구분하지 않으면 실제 확인된 극좌 정치조직의 개입 문제까지 오히려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구조는 '세 층'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를 종합하면 프랑스 사태에는 최소 세 가지 층이 겹쳐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실제 교육환경에 불만을 가진 학생과 교사들이다.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시설노후, 과도한 수업시간 등 구체적인 요구가 있으며 운동의 최초 동력도 여기에서 나왔다.

둘째는 시위가 확대되자 현장에 들어온 외부 청년과 폭력 가담자들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학생도 아니었고 학교시설 파괴와 방화, 경찰과의 충돌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있다.

셋째는 이 운동을 더 큰 정치적 투쟁으로 확대하려는 정당과 노조, 활동가 세력이다.

이 부분에서는 LFI와 급진좌파 조직들의 실제 현장 개입과 동원활동이 확인되고 있으며 정부와 일부 정보기관은 이를 학생운동의 '도구화'로 보고 있다.

쟁점은 '누가 시작했나'보다 '누가 장악하려 하나'

결국 이번 프랑스 사태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최초의 학생 몇 명을 거리로 나오게 했느냐에만 있지 않다.

대규모 사회운동에서는 실제 불만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시위를 기존 정치세력과 활동가 조직이 빠르게 포착해 자신들의 목표와 결합시키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는 학생들의 최초 불만 자체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보다는, 이 불만이 폭발한 뒤 급진좌파와 노동운동 세력이 이를 빠르게 정치화하고 전국적인 반정부운동으로 확대하려 했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이슬람주의 조직이 이번 시위를 조직적으로 이용하거나 지휘하고 있다는 주장은 현재까지 공개된 신뢰할 만한 증거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프랑스 사태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순수한 교육불만에서 출발한 학생운동이 외부 폭력세력의 가담과 급진좌파의 정치적 개입을 거치면서 성격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학생들의 구체적인 교육 요구가 계속 운동의 중심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LFI와 노조 등 기존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대규모 반정부·긴축반대 운동으로 중심축이 이동할 것인지다.

그 변화가 일어난다면 프랑스가 현재 겪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단순한 '학생시위'가 아니라 국가재정 위기와 2027년 대선을 배경으로 한 광범위한 정치·사회적 충돌로 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