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6 10:57 PM

S&P500 사상 최고인데...정작 절반 넘는 종목은 장기 추세선 아래

By 전재희

S&P500·나스닥 나란히 사상 최고...엔비디아·메타 등 AI 대형주가 지수 견인
S&P500 종목 중 200일 이동평균선 웃도는 종목은 절반 미만
매그니피센트7 시가총액 사상 첫 25조달러...美증시 갈수록 소수 기술주 의존
국채금리 5%대·고유가에도 AI 기업은 질주...중소형주·은행·생활필수품주는 상대적 부진
"기술주가 방어주처럼 취급"...AI 투자 기대 꺾일 경우 좁은 상승폭은 시장 위험요인 

미국 증시의 대표지수 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가 6일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지수만 보면 미국 증시 전체가 강한 상승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 시장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미국 증시의 상승이 사실상 인공지능(AI) 투자붐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소수의 초대형 기술기업들에 집중돼 있다며 "AI라는 하나의 엔진이 시장 전체를 끌고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Nvidia)와 메타플랫폼스(Meta Platforms)를 비롯해 알파벳(Alphabet),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거나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얻고 있는 기업들이 새로운 최고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헬스케어와 은행, 생활필수품, 중소형주 등 상당수 종목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S&P500 자체는 사상 최고인데도 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장기 상승추세를 나타내는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 머무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났다.

S&P500·나스닥 또 사상 최고

6일 뉴욕증시에서 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최근 국제유가와 미 국채금리가 고점에서 다소 안정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기업실적과 AI 투자로 이동한 것이 상승에 힘을 보탰다.

뉴욕 증권거래소 NYSE
(뉴욕 증권거래소. 자료화면)

로이터도 이날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 6개 종목이 상승했고 반도체주 역시 강세를 보이면서 S&P500과 나스닥의 기록 경신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는 최근 상당한 악재를 견뎌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장기 국채금리는 20여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란전쟁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통상적인 환경이라면 성장주와 기술주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러나 AI 관련 초대형 기술주는 오히려 새로운 최고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엔비디아 일주일 새 4.5% 상승

대표적인 기업이 엔비디아다.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가속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일주일 동안 4.5% 상승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는 6일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6조달러에 근접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WSJ에 따르면 메타 주가는 S&P500이 직전 최고점을 기록했던 8월13일 이후 약 24% 상승했다.

이처럼 일부 초대형 기술주의 시가총액이 워낙 크다 보니 나머지 수백개 종목이 부진해도 몇몇 기업이 상승하면 S&P500 전체 지수는 올라갈 수 있다.

매그니피센트7 시가총액 25조달러

시장 집중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숫자가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의 합산 시가총액은 6일 약 25조달러에 도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의 연간 GDP를 압도하는 규모다.

소수 기업의 주가 움직임이 S&P500과 나스닥 전체의 방향을 좌우할 정도로 이들 기업의 시장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그런데 S&P500 종목 절반 이상은 200일선 아래

지수 상승의 이면은 시장의 '폭(market breadth)'을 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6일 S&P500 구성종목 가운데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고 있는 기업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비율은 지난 8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일 이동평균선은 주식시장에서 개별 종목의 장기적인 추세를 판단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통상 주가가 200일선 위에 있으면 장기 상승추세, 아래에 있으면 상대적인 약세로 해석된다.

따라서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점인데도 구성종목 절반 이상이 200일선 아래라는 것은 상승세가 시장 전체에 고르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S&P500'과 '평균적인 S&P500 종목'의 차이 확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동일가중 S&P500 지수다.

일반적인 S&P500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클수록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엔비디아와 애플 같은 초대형 기업이 크게 오르면 S&P500 전체가 빠르게 상승한다.

반면 S&P500 동일가중지수는 500개 기업에 거의 같은 비중을 준다.

이 지수는 최근 일반 S&P500에 크게 뒤지고 있다.

이는 결국 'S&P500 지수에 투자한 결과'와 '평균적인 S&P500 기업의 주가 흐름'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형주는 더 부진

중소형 기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2000은 최근 한 달 동안 S&P500에 뒤처졌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역시 S&P500보다 약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6일 다우지수도 상승했지만 지난 8월 기록했던 최고점보다 여전히 5% 이상 낮은 수준에 있다.

즉 현재 시장에서 가장 강한 부분은 미국 기업 전체가 아니라 AI와 관련된 초대형 기술기업이다.

헬스케어·은행·생활필수품주는 압박

AI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업종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WSJ은 헬스케어와 은행, 생활필수품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은 AI 기업과 달리 높은 금리와 비용 상승, 경기둔화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은행은 높은 자금조달 비용과 신용위험에 노출된다.

소비재 업체는 높은 물가가 소비를 압박한다.

부채가 많은 기업은 차환비용 증가를 그대로 감당해야 한다.

반면 엔비디아나 알파벳, 메타 같은 초대형 기술기업은 막대한 현금과 높은 이익률을 보유하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 5.27%인데도 기술주는 상승

특히 현재 증시에서 가장 이례적인 부분은 장기금리다.

6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5.270%에 마감했다.

20여년 만의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오르면 기술주의 가치평가에는 부정적이다.

기술기업은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할인율인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의 적정가치는 내려간다.

그런데 지금은 이 전통적인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AI에 대한 이익 기대가 금리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주가 오히려 방어주처럼 보인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Truist Advisory Services)의 키스 러너(Keith Lerner) 최고투자전략가는 WSJ에 투자자들이 지금 시장에서 "어떤 분야가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는가"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답이 기술주라는 것이다.

러너는 "기술주가 어떤 면에서는 거의 방어주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방어주는 경기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생활필수품이나 헬스케어, 유틸리티 기업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오히려 AI 대형 기술기업이 경기와 금리 충격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요새 같은 재무상태'

포토맥 펀드 매니지먼트(Potomac Fund Management)의 댄 루소(Dan Russo)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를 초대형 기술기업의 재무상태에서 찾는다.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이른바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전통적으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부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이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이들 기업도 수백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보다 자금조달 능력이 훨씬 강하다.

루소는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S&P500의 다른 종목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대형주의 요새 같은 재무상태가 시장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업들도 이제 수백억달러씩 빚낸다

다만 이러한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때문에 과거 현금부자로 불렸던 기술기업들도 대규모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와 GPU, 전력망, 냉각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규모가 수천억달러 단위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6일에는 스페이스X가 엔비디아 AI 칩 구매를 위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주도하는 약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은행대출 약 100억달러와 투자등급 회사채 약 3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이다.

AI 투자가 기술기업의 재무구조 자체를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투자자들은 아직 AI를 선택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아직 이들의 부채증가를 큰 위험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예상되는 이익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클라우드 사용량 증가, AI 소프트웨어와 광고수익 확대가 막대한 투자비용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로이터는 이번 3분기 실적시즌에서도 기술과 에너지 업종의 이익 증가가 S&P500 전체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시장이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AI가 소프트웨어주까지 다시 끌어올려

AI 수혜 범위도 최근에는 반도체에서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6일 S&P500 소프트웨어·서비스 지수는 1.3% 상승하며 올해 최고치를 새로 썼다.

세일즈포스와 서비스나우, 액센츄어 등을 중심으로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회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출 성장을 돕는다는 기대가 강화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AI가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존 SaaS 업체를 대체할 것이라는 이른바 'SaaSpocalypse' 우려가 컸지만 현재까지는 예상보다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너무 좁은 상승장

그러나 소수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시장은 위험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좁은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