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8 08:42 AM
By 전재희
카타르 북쪽 해상서 유조선 '에이서스' 여러 발 피격...선원 사상자 발생
호르무즈에 집중됐던 선박 공격 페르시아만 깊숙한 곳까지 확대 우려
브렌트유 5% 급등해 배럴당 105달러 넘어...호르무즈 원유 수송 일주일 새 27% 감소
하루 상선 통과 7척까지 급감...전쟁 전 하루 약 125척과 큰 격차
미국 보호 '셔틀 운송'까지 공격권 들어갈 경우 중동 원유수출 회복세 다시 흔들릴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집중됐던 유조선 공격이 페르시아만 깊숙한 카타르 인근 해역까지 확대되면서 세계 원유시장이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에이서스(Acers)가 7일 밤 카타르 북쪽 해상에서 여러 발의 발사체에 피격됐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선박에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인원과 상태는 공개하지 않았다.
해운 전문매체 로이즈리스트는 에이서스가 앤티가바부다 선적의 약 5만1,000DWT급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이며 카타르 마디나트 아시 샤말에서 북쪽으로 약 51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의 주체가 이란이라는 사실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란과 연계된 해상 공격이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급증한 상황에서 공격지점이 카타르 앞바다까지 확대되면서 시장에서는 전쟁의 해상 위험지역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 선박 공격의 주요 무대는 호르무즈 해협이었다.
호르무즈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폭이 좁은 수로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공급의 핵심 통로이기 때문에 이곳의 위험성은 이미 상당 부분 시장가격에 반영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해협에서 서쪽으로 훨씬 들어간 카타르 북쪽 해역에서 발생했다.
즉 위험지역이 호르무즈라는 좁은 병목지점에서 페르시아만 내부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장의 충격이 컸다.
로이터도 이번 사건을 호르무즈에서 이어지던 공격이 페르시아만 안쪽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로 평가했다.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WSJ에 따르면 세계 원유가격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8일 약 5% 급등해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다.
로이터 역시 선박 공격 확대와 호르무즈 통항 감소가 겹치면서 원유시장의 공급 우려가 다시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문제는 세계시장에 실제 원유가 존재하느냐뿐만이 아니다.
원유를 안전하게 항구에서 꺼내 아시아와 유럽의 정유시설까지 운송할 수 있느냐가 점점 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선박 통행은 이미 빠르게 줄고 있다.
로이터가 선박 추적자료를 분석한 결과 6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 상선은 단 7척이었다.
이는 7월23일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다음 날 10척으로 소폭 회복됐지만 최근 하루 20척 이상 통과했던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줄어든 상태다.
전쟁 전에는 원유와 LNG를 포함한 대형 상선 약 125척이 하루에 호르무즈를 통과했다.
세계 원유와 LNG의 약 5분의 1이 이 수로를 이용했다.
선박 숫자뿐 아니라 실제 원유 물량도 감소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 물량은 최근 일주일 사이 27% 줄어 하루 약 1,010만배럴로 내려갔다.
전쟁 이전 수준의 약 74%다.
WSJ이 인용한 케이플러(Kpler)의 초기 집계에서도 호르무즈와 해협 밖 환적을 합한 원유흐름이 10월4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주 대비 약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중동 산유국의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던 흐름이 다시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중동 원유수출이 상당 부분 회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호르무즈의 위험을 피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해협 안쪽의 원유터미널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구간만 운항하는 유조선에 원유를 싣고 해협 밖으로 이동시킨 뒤, 오만만에서 기다리는 대형 유조선에 다시 옮겨 싣는 이른바 '셔틀 운송(shuttle run)' 방식이 대표적이다.
미 해군의 보호를 받는 선박 운항도 확대됐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는 육상 파이프라인과 홍해 항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복잡한 물류체계 덕분에 지난달에는 중동 전체 원유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WSJ은 미국이 지원한 해상운송 체계가 호르무즈 봉쇄의 경제적 충격을 크게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원유를 한 배에 싣고 페르시아만에서 아시아까지 곧장 운송하지 않는 것이다.
위험지역만 운항하는 선박과 장거리 운항선을 분리하면 공격위험에 노출되는 고가의 대형 원유운반선 숫자를 줄일 수 있다.
이번 에이서스 공격이 시장을 긴장시킨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만 위험하다면 위험구간을 짧게 만들고 해협 밖에서 원유를 환적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페르시아만 내부 깊숙한 곳까지 유조선이 공격받기 시작하면 출발단계부터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원유·LNG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선박들이 모두 공격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세계 원유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던 셔틀 운송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공격 빈도도 빠르게 늘고 있다.
WSJ이 인용한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9월28일부터 10월4일까지 호르무즈 해협 안에서 공격받은 유조선은 10척에 달했다.
올해 들어 주간 기준 가장 많은 숫자다.
이전 최고치는 일주일 6척이었다.
로이터 역시 지난주가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유조선 공격이 발생한 시기였다고 전했다.
공격위험이 높아지면 선박회사들은 운항 자체를 줄이거나 더 높은 보험료와 운임을 요구한다.
따라서 실제 유조선이 침몰하지 않더라도 세계 원유가격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중동발 원유 운송비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중동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대형 원유운반선 운임이 하루 100만달러를 넘어서는 사례가 나타났다.
불과 평시와 비교하면 몇 배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는 최근 원유시장의 가장 큰 문제가 원유 부족 자체라기보다 물류와 운송비용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들도 전쟁위험 할증료를 높이고 있다.
선박 한 척을 페르시아만으로 보내는 데 필요한 비용이 상승하면 결국 그 비용은 원유가격과 휘발유·디젤 가격에 반영된다.
다만 현재까지 세계시장에 들어오는 중동 전체 원유량이 붕괴한 것은 아니다.
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통과량은 감소했지만 오만만과 홍해 등을 통한 수출은 하루 약 670만배럴까지 증가했다.
이는 전쟁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산유국이 해협 밖으로 원유를 보내는 대체망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호르무즈 통항 감소에도 중동 전체 원유수출량은 아직 전쟁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운송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사우디 동부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는 일반적으로 페르시아만을 통해 수출된다.
그러나 동서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이용하면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보내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고 수출할 수 있다.
지난달 공격으로 일부 시설이 피해를 입었지만 사우디는 수리를 진행해 걸프 해안과 홍해 양쪽에서 다시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이런 우회망이 현재 세계 원유공급을 유지하는 중요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산유국과 이란의 상황은 정반대다.
WSJ이 인용한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9월 선박을 통한 원유 선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미국이 이란 항구를 봉쇄하면서 주요 외화수입원인 원유수출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이란 경제에 원유수출은 핵심적인 외화 확보 수단이다.
수출 중단이 장기화하면 정부재정과 통화가치, 수입물가 등에 직접적인 압박을 준다.
반면 다른 걸프 산유국들이 원유를 계속 수출할 수 있다면 이란의 전략적 지렛대는 약해진다.
이란이 가진 가장 강력한 경제적 압박수단 가운데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위험하게 만들어 세계 유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해상보호와 셔틀 운송, 파이프라인이 작동해 중동 원유가 계속 시장에 들어간다면 그 효과가 제한된다.
WSJ은 최근 공격 확대가 이런 교착상태를 깨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런던의 정치위험 자문회사 애저 스트래티지(Azure Strategy)의 앨리스 가워(Alice Gower)는 WSJ에 이란이 세계 에너지시장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를 높은 수준에 유지하면 미국과 동맹국이 전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도 커진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분석가의 해석이며 이번 카타르 인근 공격의 주체가 이란이라는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란 지도부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고유가는 미국 휘발유와 디젤 가격을 높이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이는 생활비에 민감한 미국 유권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워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상승에 민감하다는 점과 장기화된 전쟁이 중간선거에 미칠 정치적 영향을 테헤란이 의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시장·정치위험 전문가의 분석으로, 이란 정부가 미국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공격을 지시했다는 확인된 증거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이란의 압박은 해협 중앙에만 집중되지 않고 있다.
이란 당국은 최근 오만 해안 쪽에 새로 형성되고 있는 일부 항로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를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이란이 승인하지 않은 호르무즈 통과경로를 이용하는 선박에 대해 추가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이란의 통제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항로를 만들면 이를 다시 공격하거나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 분석가들은 이란이 당장 호르무즈를 완전히 봉쇄해 전면적인 국제충돌을 일으키기보다 선박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면서 미국의 성과를 약화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선박회사와 보험회사에 지속적인 위험을 인식시키고 운송비를 높이면서도 미국의 즉각적인 전면 군사보복을 피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공격 강도가 계속 높아지면 이런 계산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선박 공격 때문에 세계 원유공급이 다시 크게 줄어들 경우 미국 내에서는 이란의 해상공격 능력을 군사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다시 대규모로 공격하면 이란 역시 걸프지역의 에너지시설과 미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현재의 제한적인 해상충돌이 훨씬 넓은 지역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현재 브렌트유가 105달러를 넘어섰지만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쿠웨이트 등의 원유수출은 계속되고 있다.
호르무즈도 완전히 폐쇄되지 않았다.
홍해와 육상 파이프라인도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가격에는 전면적인 걸프 원유공급 중단이 반영돼 있지 않다.
만약 카타르 인근에서 시작된 것과 같은 공격이 주요 원유터미널이나 대형 원유운반선, LNG선으로 확대될 경우 공급위험은 한 단계 더 커질 수 있다.
카타르 인근 공격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천연가스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수출국 가운데 하나이며 대부분의 LNG 선박이 페르시아만을 거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현재 공격대상이 주로 원유·석유제품 운반선이지만 위험지역이 카타르 해역까지 확대되면 LNG 운송에도 보험료와 운임 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는 세계 LNG 공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수로다.
따라서 문제는 유가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
유가 상승은 미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부담이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휘발유와 항공유, 디젤 가격을 통해 소비자물가와 기업비용에 영향을 준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20여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플레이션 대응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높은 유가는 물가를 올리고 높은 금리는 경제성장을 압박하는 조합을 만든다.
8일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채권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도 중동의 에너지 공급불안이 다시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였기 때문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세계 원유시장은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여왔다.
미국의 호위작전과 셔틀 운송, 오만만의 해상 환적, 사우디와 UAE의 우회 파이프라인 덕분에 전쟁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체 수출량은 전쟁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
그 결과 세계가 실제 원유 부족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 인근 공격은 바로 그 대응체계의 약점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호르무즈만 위험하다면 호르무즈를 짧게 통과하거나 우회하면 된다.
페르시아만 전체가 위험해지면 출발항에서부터 안전한 유조선 운항을 장담하기 어렵다.
전쟁 초기 시장의 질문은 단순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는가."
현재의 질문은 훨씬 복잡해졌다.
해협이 물리적으로 열려 있어도 유조선이 공격받고 보험사가 위험을 감당하지 않으며 선박회사가 운항을 포기한다면 원유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현재 원유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공식적인 '호르무즈 봉쇄' 선언보다 해상운송 자체를 지속적으로 위험하고 비싸게 만드는 것이다.
8일 카타르 북쪽에서 발생한 에이서스 피격은 그 위험이 해협이라는 좁은 지점을 넘어 페르시아만 내부로 확산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다시 보여줬다.
아직 중동 전체 원유수출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통항량은 이미 두 달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었고 원유흐름은 일주일 사이 27% 감소했다.
세계 에너지시장이 최근 몇 주 동안 구축한 복잡한 우회운송망이 이번 공격 확대를 견뎌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 유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