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8 10:07 AM

美 검찰, 마두로에 '미국인 고문 공모' 혐의 추가..."전기충격·구타 직접 보고받아"

By 전재희

마두로·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에 고문 공모 혐의 추가...기존 마약·나르코테러 혐의에 더해져
검찰 "정권 유지 위해 정치적 반대자와 미국인 구금자 고문"...전기충격·굶기기·가족 살해 협박 등 적시
"잠재우지 마라" "물을 부어라"...마두로가 일부 고문 방식 직접 지시했다는 혐의도
두 사람 모두 무죄 주장...2027년 6월 뉴욕 연방법원 재판 예정
마두로 축출 뒤 델시 로드리게스가 과도정부 이끌어...트럼프 행정부와 관계 개선

미국 연방검찰이 축출된 베네수엘라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와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Cilia Flores)에게 미국인 구금자와 정치적 반대자들을 고문하도록 공모한 혐의를 추가했다.

마두로 부부는 이미 미국으로 코카인을 대량 밀반입하고 마약조직과 협력한 혐의로 뉴욕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수정 공소장은 이들에게 처음으로 고문과 직접 관련된 형사혐의를 추가하면서 사건의 성격을 마약·나르코테러 사건에서 인권범죄 문제로까지 확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8일 공개한 수정 공소장에서 마두로와 플로레스가 베네수엘라에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과 탄압을 이용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 시민과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전기충격과 구타, 굶기기, 가족 살해 협박 등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도 이날 두 사람이 정치적 반대자와 미국 시민을 고문해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는 혐의로 새롭게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혐의는 마두로의 고문행위와 직접 연결된 첫 미국 형사기소다.

미국 특수부대에 체포된 마두로

63세인 마두로와 69세인 플로레스는 올해 초 미국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실시한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된 뒤 미국으로 이송됐다.

두 사람은 현재 뉴욕 브루클린의 연방 구치소에 수감돼 있으며 재판은 2027년 6월 시작될 예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1월3일 미군 작전으로 체포된 이후 계속 구금돼 있다.

마두로 이송장면
(베네수엘라 마두로 이송장면. 자료화면)

마두로는 앞선 법정 출석에서 자신은 무죄라며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플로레스 역시 기존 혐의와 이번 새 혐의를 모두 다투고 있다.

미국 형사절차상 공소장에 적힌 내용은 검찰의 혐의이며 재판에서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무죄로 추정된다.

검찰 "권력 유지 위한 고문 체계"

이번 수정 공소장에서 미국 검찰이 제시한 핵심 주장은 고문이 일선 보안요원들의 독단적인 행동이 아니라 마두로 정권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마두로와 플로레스가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정치적 반대자와 미국인 구금자들을 억압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보안기관의 폭력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는 수감자들을 굶기거나 반복적으로 구타하고 전기충격을 가하는 행위, 피해자의 가족을 해치거나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행위 등이 포함됐다.

특히 미국 시민들이 대상이 된 구체적인 사례도 적시됐다.

미국인 구금자 성기에 전기충격

공소장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 구금됐던 한 미국인은 반복적으로 구타당하고 성기에 전기충격을 받았다.

또 다른 미국인은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이틀 동안 약 30분 간격으로 주먹질을 당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단순히 열악한 교도소 환경이나 과잉진압이 아니라 미국 형법상 고문 공모 혐의와 연결될 수 있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의심받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구금의 대상이 됐다고 보고 있다.

"마두로가 고문 상황 직접 보고받아"

수정 공소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마두로가 단순히 보안기관의 최고 책임자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것이 아니라 일부 고문 상황을 직접 보고받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언급했다는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마두로가 특정 수감자들에 대한 고문 진행상황을 보고받았으며 때로는 직접 방법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마두로는 일부 수감자에 대해 "잠을 재우지 마라"거나 "물을 부어라"는 식으로 지시했으며 고문 상황을 보고받은 뒤 웃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같은 혐의는 향후 재판에서 검찰이 마두로의 개인적인 형사책임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건은 코카인·나르코테러 혐의

마두로는 이미 미국에서 중대한 형사혐의를 받고 있었다.

미 법무부는 과거 마두로와 측근들이 콜롬비아 무장단체와 마약밀매 조직 등과 협력해 대량의 코카인을 미국으로 보내려 했다고 기소했다.

2020년 공개된 기존 연방공소장은 마두로와 여러 베네수엘라 고위인사들이 수십년 동안 미국으로 코카인을 보내는 마약 네트워크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적용된 혐의에는 나르코테러 공모와 코카인 수입 공모 등이 포함됐다.

올해 초 마두로가 미국으로 압송되면서 장기간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못한 채 진행되지 못했던 사건이 실제 재판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부인 플로레스도 함께 기소

이번 고문 공모 혐의는 마두로뿐 아니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에게도 적용됐다.

검찰은 플로레스 역시 정권의 핵심 권력자로서 마두로와 함께 정치적 반대자 탄압과 고문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계획에 참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마약사건에서도 플로레스는 함께 기소돼 있다. 검찰은 마약거래와 관련된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도 제기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추가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두 사람은 전체 혐의에서 최소 50년의 징역형에 직면할 수 있다.

플로레스, 건강 이유로 보석 요청했지만 기각

8일 맨해튼 연방법원에서는 플로레스의 보석 신청에 대한 심리도 열렸다.

플로레스 측 변호인들은 심장 관련 건강문제를 이유로 재판 전까지 구치소가 아닌 주거시설에서 지내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24시간 무장경비를 배치하는 조건도 제시했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하는 앨빈 헬러스타인(Alvin Hellerstein) 연방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플로레스가 미국 내 기반이 거의 없고 도주할 가능성이 크다며 계속 구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헬러스타인 판사가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운 플로레스의 석방 요청을 기각했다고 전했다.

판사 "도주하지 않겠다는 말 그대로 믿기 어렵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플로레스가 도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WSJ에 따르면 그는 플로레스의 약속을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받아들인다며, 검찰이 제기한 나르코테러와 막대한 양의 마약 관련 혐의를 고려하면 법을 존중해왔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수주 내 새롭게 추가된 고문 공모 혐의에 대해 다시 정식으로 인정신문을 받게 된다.

2020년 유엔 조사에서도 고문 의혹

마두로 정권의 고문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엔 독립조사단은 2020년 보고서에서 마두로 정권 아래 베네수엘라 보안기관이 초법적 처형과 자의적 구금,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고문을 광범위하게 자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조사단은 마두로와 고위 측근들이 일부 작전을 지시하거나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제시했다.

따라서 이번 미국 검찰의 공소장은 과거 국제기구가 제기해온 인권침해 의혹 가운데 일부를 미국 형사법정에서 직접 다루려는 성격도 갖는다.

미국인 구금 문제는 오랫동안 미·베네수엘라 갈등의 핵심

마두로 정권 아래 베네수엘라가 미국 시민들을 구금한 문제는 오랫동안 양국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인을 부당하게 구금하고 이들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해왔다고 비판했다. 일부 구금자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의 수감자 교환협상을 통해 석방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번 새 혐의가 미국 시민들에 대한 고문 의혹을 직접 형사사건에 포함시키면서 기존 마약사건과는 다른 법적·정치적 의미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올해 초 美 법원, 고문 피해자들에게 3억1,400만달러 배상 명령

마두로 정권의 미국인 고문 문제는 민사법원에서도 이미 다뤄졌다.

WSJ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 연방법원은 베네수엘라에서 구금된 뒤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 미국인들이 마두로와 다른 피고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약 3억1,400만달러의 배상을 명령했다.

이번 형사기소는 이와 별개다.

민사소송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라면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마두로와 플로레스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고 있다.

마두로 축출 뒤 델시 로드리게스가 과도정부 이끌어

마두로가 제거된 이후 베네수엘라에서는 그의 오랜 측근이자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íguez)가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로드리게스가 과거 마두로 정권의 핵심 인사였음에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아래 베네수엘라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마두로 체포 이후 미국의 정책도 정권 전체를 즉각 해체하기보다 기존 국가조직의 일부를 유지하면서 과도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마두로 개인과 그의 부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절차와 베네수엘라 새 지도부와의 외교관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마두로 "나는 여전히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는 미국의 군사작전과 자신의 체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올해 초 미국 법정에 출석해 자신은 무죄이며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마두로 측은 기존 마약·나르코테러 사건에서도 혐의를 부인해왔고 미국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자신을 기소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재판에서는 개별 고문행위가 실제로 발생했는지뿐 아니라 마두로와 플로레스가 이를 직접 지시하거나 승인했는지, 피해자들의 증언과 베네수엘라 보안기관 내부자료가 어느 정도 이를 뒷받침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건 성격, 마약에서 인권범죄로 확대

이번 추가 기소의 가장 큰 의미는 마두로 사건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마두로를 형사적으로 추적한 핵심 이유는 마약이었다. 검찰은 그가 정치지도자의 지위를 이용해 마약조직과 손잡고 미국으로 코카인을 대량 유입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 공소장은 마두로가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통치방식 자체를 미국 형사법정의 심판대에 올리고 있다.

정치적 반대자와 미국인을 고문하고 그 과정을 직접 보고받거나 지시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마두로는 단순히 미국으로 마약을 보낸 외국 지도자가 아니라 직접 고문 범죄에 관여한 전직 국가원수로 미국에서 형사책임을 지게 된다.

미국의 전직 외국 정상 기소라는 이례적 사건

마두로 사건은 그 자체로도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이 현직에 있던 외국 지도자를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해 미국으로 데려온 뒤 연방법원에서 형사재판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올해 4월 별도의 사건에서 미군의 마두로 체포 작전을 'Operation Absolute Resolve'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한 미 육군 병사가 작전 정보를 이용해 예측시장 거래로 돈을 벌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작전명이 공개됐다.

마두로의 체포와 미국 내 재판은 향후 다른 외국 지도자에 대한 미국의 사법권 행사 범위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중요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27년 6월 재판에서 한꺼번에 판단

현재 예정대로라면 마두로와 플로레스의 본격적인 재판은 2027년 6월1일 시작될 예정이다.

검찰은 기존 나르코테러·코카인 밀수 사건과 새롭게 추가된 고문 공모 혐의를 함께 제시하게 된다. 반면 변호인단은 미국 정부가 제시하는 증거의 신빙성과 관할권, 마두로의 지위, 개별 피해사례와 두 피고인의 직접적인 연결관계를 집중적으로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추가 기소로 미국 정부가 마두로에게 묻는 책임의 범위는 크게 넓어졌다. 처음에는 미국으로 보내진 코카인과 마약조직과의 관계가 사건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그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자국민과 미국인 구금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했는지까지 재판의 대상이 됐다.

미 검찰의 주장이 법정에서 입증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수정 공소장으로 마두로의 뉴욕 재판은 단순한 국제 마약사건을 넘어, 한 국가를 장기간 통치했던 지도자의 고문과 인권침해에 개인적인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가리는 사건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