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9 01:31 PM

트럼프, 리사 쿡 해임 절차 재가동...11월5일 백악관서 직접 조사

By 전재희

모기지 서류 허위기재 의혹 조사할 특별위원회 구성..."해임할 정당한 사유 있는지 판단"
쿡, 백악관 비공개 청문회 출석해 최대 4시간 질의받아...증거·반론 제출 가능
지난해 해임 시도 대법원이 제동...트럼프, 이번에는 법원이 요구한 절차 갖춰 재추진
쿡 측 "객관적 조사라면 모기지 사기 없었다는 결론 날 것"
결과 따라 바이든 임명 연준 이사 교체 가능...연준 이사회 구성에도 영향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모기지 서류 허위기재 의혹을 받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리사 쿡(Lisa Cook)을 해임하기 위한 절차를 다시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트럼프는 쿡에 대한 의혹을 조사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11월5일 백악관에서 직접 청문회를 열어 쿡을 조사한 뒤, 연준 이사직에서 해임할 법적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도록 지시했다.

리사 쿡
(리사 쿡 전 연준이사. 자료화면)

백악관이 공개한 대통령 메모에 따르면 새로 구성되는 '조사위원회(Committee of Inquiry)'는 쿡이 하나 이상의 모기지 계약과 관련해 허위진술을 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게 된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법률이 충실히 집행되도록 할 책임이 있으며 "진실을 말하고 법을 준수한다고 신뢰할 수 없는 부하 직원을 해임하는 것도 그 책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트럼프가 쿡을 즉각 해임하려다 연방대법원의 제동을 받은 뒤 다시 마련한 절차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은 당시 쿡이 모기지 사기를 저질렀는지 여부 자체를 판단하지 않았으며,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면 법률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절차를 제공해 당사자가 혐의를 반박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트럼프가 이번에는 조사위원회와 증거공개, 서면답변, 대면청문회 등을 포함한 절차를 만든 것은 바로 이 판결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해임할 '정당한 사유' 있는지 조사하라"

연준을 설립한 연방법은 연준 이사를 대통령이 임의로 해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른바 '정당한 사유(for cause)'가 있을 때만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데, 이 기준이 연준 이사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오랫동안 법적으로 명확하게 시험된 적이 없었다.

트럼프는 새 위원회에 쿡의 행위가 연방법 12 U.S.C. 242에서 규정한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위원회는 11월5일 백악관에서 쿡을 직접 조사한 뒤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을 서면으로 작성해 대통령에게 제출하고, 최종적으로 쿡을 해임할 사유가 있는지 추천하게 된다.

이번 절차는 단순한 내부 검토가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계됐다. 쿡은 청문회 최소 사흘 전까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서면을 제출할 수 있고, 위원회가 검토하는 증거도 청문회 전에 제공받게 된다. 청문회에는 변호인과 함께 출석할 수 있으며 자신의 주장과 서면증거, 증인의 서면진술 등을 제시할 수 있다.

백악관서 최대 4시간 직접 질의

11월5일 청문회는 공개되지 않지만 전체 과정은 기록된다. 트럼프의 메모는 청문회가 4시간을 넘지 않도록 규정했으며 위원과 위원회 관계자, 필요할 경우 법무부 관계자들이 쿡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도록 했다. 쿡은 청문회가 끝난 뒤에도 11월10일까지 추가 서면을 제출할 수 있다.

위원회에는 백악관 경제정책 책임자인 케빈 해싯(Kevin Hassett), 고용평등위원회(EEOC) 위원장 안드레아 루커스(Andrea Lucas), 정부윤리국(OGE) 국장대행 키스 손더링(Keith Sonderling)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사실관계와 법률상 결론을 트럼프에게 보고하고 해임 여부를 권고한다.

현직 연준 이사가 백악관에 불려가 대통령이 만든 조사위원회 앞에서 자신의 해임 여부와 관련한 질의를 받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이 될 전망이다.

쟁점은 '주택 두 채를 모두 주거용으로 신고했나'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문제 삼아온 것은 쿡이 과거 모기지 대출을 신청하면서 두 곳 이상의 주택을 각각 자신의 주 거주지(primary residence)처럼 신고했다는 의혹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연방주택금융청(FHFA) 수장 빌 풀티(Bill Pulte)가 관련 서류를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주 거주용 주택에 대한 모기지는 투자용 또는 제2주택 대출보다 낮은 금리와 유리한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어, 의도적으로 여러 주택을 주 거주지라고 허위 표시했다면 금융사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트럼프는 당시 해당 자료를 근거로 쿡에게 연준 이사직을 그만두라고 요구한 뒤 결국 해임을 발표했다.

쿡 측은 의도적인 허위기재나 모기지 사기를 부인해왔다. 또한 설령 서류상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대통령이 독립적인 연준 이사를 해임할 정도의 위법행위나 직무상 비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해임 시도는 대법원이 막아

트럼프는 2025년 8월 쿡을 연준 이사직에서 해임한다고 발표했지만 쿡은 즉시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대법원은 올해 6월 트럼프의 기존 해임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연준 이사의 해임 사유를 주장할 수는 있지만, 쿡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실질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절차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당시 방식으로는 해임이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었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이 쿡의 모기지 서류가 적법했다고 판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기지 사기가 실제로 있었는지, 그러한 행위가 연준법상 해임에 필요한 '정당한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최종 판단하지 않았다. 이번 백악관 청문회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절차다.

트럼프, 판결 이후 절차 보강

대법원 결정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쿡에 대한 해임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올여름 백악관 측은 쿡에게 모기지 의혹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서한을 보내고 답변을 요구했으며, 이번에는 대통령 명령으로 정식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백악관 메모는 쿡에게 조사 대상 증거를 사전에 제공하고 반론과 증거제출, 변호인의 조력을 허용하도록 세부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대법원이 기존 해임 시도에서 문제 삼았던 '절차적 보호'를 이번에는 명확하게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은 앞으로 두 단계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모기지 관련 허위진술이 실제로 있었는지, 둘째는 그러한 행위가 연준 이사를 해임할 정도의 'cause'에 해당하는지다.

쿡 측 "객관적인 조사라면 결론은 명확"

쿡의 변호인 아베 로웰(Abbe Lowell)과 놈 아이젠(Norm Eisen)은 백악관과 접촉해 이번 절차가 실제로 공정한 조사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트럼프가 이미 여러 차례 쿡을 해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 때문에 이번 청문회가 단순히 법원의 요구를 형식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절차가 아닌지 우려한다고 말했다.

다만 쿡 측은 청문회 자체를 거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들은 "조사가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진행된다면 쿡 이사가 모기지 사기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며, 따라서 연준 이사직에서 해임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쿡 측은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자료를 제출하고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전례 없는 현직 연준 이사 해임 시도

이번 사건은 쿡 개인의 모기지 문제를 넘어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훨씬 큰 문제와 연결돼 있다. 미국 대통령이 현직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한 사례 자체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연준 이사의 임기는 매우 길게 보장된다. 쿡은 조 바이든(Joe Biden)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고 현재 임기는 2038년까지다. 장기간 임기를 보장하는 이유는 대통령과 의회의 단기적인 정치적 요구로부터 통화정책 결정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금리를 내려달라는 이유로 연준 이사를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다면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이나 경제상황보다 대통령의 정치적 필요를 고려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독립적인 중앙은행 제도의 기본적인 우려다.

트럼프는 연준의 고금리 정책 지속 비판

트럼프는 이런 우려와 별개로 연준이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미국 경제와 주택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오랫동안 비판해왔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여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크게 상승하면서 금리 문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주요 경제현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자신이 제롬 파월(Jerome Powell)의 후임으로 임명한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이 금리를 낮추려 해도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연준 이사회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는 워시를 포함한 정책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쿡 역시 연준 정책결정에서 현재까지 다수 의견과 함께 투표해왔다. 지난달 금리인상에도 찬성했다.

쿡이 물러나면 트럼프가 후임 지명

이번 사건이 금융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쿡이 실제로 해임될 경우 연준 이사회에 공석이 생기고 트럼프가 새로운 이사를 지명할 수 있다.

연준 이사회는 7명의 이사로 구성되며 이들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정책 결정에 참여한다. 따라서 한 명의 이사 교체만으로 즉시 통화정책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트럼프가 연준 이사회의 구성을 자신의 경제정책에 보다 우호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기회가 생긴다.

로이터는 이번 조사위원회 구성이 트럼프의 연준 통제력 확대 시도와 연관돼 있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Krishna Guha)는 이번 조치가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을 다시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연준 장악 시도" 반발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의원은 이번 백악관 청문회를 강하게 비판하며 트럼프가 연준을 정치적으로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악관의 논리는 쿡이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인지, 금리정책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연준 이사 역시 법을 준수해야 하며 중대한 허위진술이 있었다면 법률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향후 논쟁은 '연준 독립성'이라는 이유로 이사 개인의 비위 의혹까지 대통령의 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아니면 대통령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직무와 무관한 과거의 행위까지 해임 사유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11월5일 청문회가 결정적 분기점

백악관 청문회는 11월5일 열린다. 이는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지 불과 이틀 뒤다. 청문회가 끝난 뒤 쿡은 11월10일까지 추가 서면답변을 제출할 수 있고 위원회는 이후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 의견을 제출한다.

트럼프는 위원회의 조사결과와 법률적 판단을 토대로 쿡에게 연준 이사직을 계속 맡길 것인지 최종 결정하게 된다. 만약 다시 해임 결정을 내릴 경우 쿡이 이를 법원에서 다시 다툴 가능성이 높아 결국 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 범위를 둘러싼 법적 싸움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

대법원은 첫 번째 사건에서 트럼프에게 쿡을 해임할 수 없다고 영구적으로 선언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절차 없이 해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트럼프가 백악관 조사위원회와 정식 청문절차를 새로 만든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따라서 11월5일 청문회는 단순한 리사 쿡 개인의 모기지 의혹 조사가 아니다. 대통령이 독립성이 보장된 연준 이사를 어떤 조건과 절차 아래 해임할 수 있는지를 실제로 시험하는 두 번째 단계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