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9 01:52 PM
By 전재희
9월에만 트럭·화물운송 업체 최소 8곳 챕터11 신청...일부는 부채가 자산의 3배
디젤 가격 전쟁 이후 약 70% 급등...텍사스 일부 트럭스톱 갤런당 6.26달러
연료비뿐 아니라 보험료·금융비용·장비 유지비까지 겹쳐 중소 운송업체 수익성 악화
"운송비 오르면 결국 모든 것이 비싸진다"...식품·농산물·택배까지 물가 전이 우려
트럼프, 도로용 '적색 디젤' 허용 이어 러시아산 디젤 공급까지 추진
미국에서 디젤 가격 급등과 보험료 등 운영비 상승을 견디지 못한 트럭·화물운송업체들의 파산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거의 모든 상품의 최종 이동을 담당하는 트럭운송업계가 흔들리면서, 연료비 상승이 운송업체의 문제를 넘어 식품과 농산물, 생활용품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폭스비즈니스가 법원 파산서류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만 트럭과 화물운송 관련 업체 최소 8곳이 연방파산법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 원인이 모든 업체에서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플로리다의 트럭로드(Truckload LLC) 소유주 마커스 오버캐스트(Marcus Overcast)는 디젤과 보험료 상승이 회사가 파산에 이르게 된 주요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연료비보다 보험료가 가장 큰 압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파산은 이미 몇 년째 공급과잉, 낮은 운임, 높은 금리와 보험료에 시달려온 미국 트럭운송업계에 중동전쟁으로 인한 디젤 가격 급등이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디젤 가격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약 70% 급등해 최근 갤런당 6.28달러 안팎까지 올라갔다.
파산업체 가운데 재무상태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일리노이주의 글로브마스터(Globemaster Incorporated)다. 회사는 9월15일 일리노이 북부 연방파산법원에 중소기업을 위한 챕터11 절차인 서브챕터V(Subchapter V)를 신청했다. 신고된 자산은 약 110만달러였지만 부채는 약 326만달러로 자산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같은 날 플로리다에서 챕터11을 신청한 CLJ 트랜스포팅(CLJ Transporting Inc.)은 7월 기준 자산 약 48만3,205달러에 부채 약 82만3,161달러를 보고했다. 텍사스의 제트 트랜스포트 앤드 머티리얼스(Jett Transport & Materials)는 자산을 10만1~50만달러, 부채를 50만1~100만달러로 신고했다.
루이지애나의 페이서 트랜스포트(Pacer Transport Inc.)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이 회사는 자산이 5만달러 미만이라고 신고한 반면 부채는 100만~1,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캔자스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밀크리크 로지스틱스-일리노이(Mill Creek Logistics-Illinois Inc.)는 트럭과 장비 80만8,000달러를 포함해 약 88만5,500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었지만 부채는 약 183만달러에 달했다.
아리조나의 RP 헤이 홀링(RP Hay Hauling)은 자산 약 132만달러에 부채 약 153만달러를 신고했으며, 텍사스의 소코 트랜스포트(Xoco Transport LLC)는 자산과 부채가 각각 100만~1,000만달러 범위라고 밝혔다. 플로리다의 트럭로드는 9월9일 파산을 신청하면서 자산을 10만1~50만달러, 부채를 5만달러 미만으로 추산했다.
다만 8개 회사의 파산을 모두 최근 디젤 가격 급등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폭스비즈니스가 검토한 파산서류에는 이들 업체가 동일한 이유로 파산했다는 내용이 없으며, 구체적으로 연료비와 보험료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트럭로드의 오버캐스트였다.
미국 트럭운송업계는 중동전쟁 이전부터 이미 어려움을 겪어왔다. 코로나19 기간 급증했던 화물수요를 예상해 트럭과 운전자가 대거 시장에 진입했지만 이후 화물량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운임이 떨어졌고, 이른바 '화물운송 불황(freight recession)'이 장기간 이어졌다. 여기에 높은 대출금리와 장비가격, 정비비, 인건비, 상업용 자동차보험료까지 올라 중소 운송업체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였다.
이처럼 기존 수익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디젤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가자 자금여력이 작은 업체부터 버티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디젤 가격이 트럭운송업체에 특히 치명적인 이유는 연료 사용량이 일반 승용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장거리 운행을 하는 대형 클래스8 트럭은 연간 수만 마일에서 10만마일 이상을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디젤 가격이 갤런당 수십 센트만 올라도 연간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현재는 상승폭이 수십 센트 수준을 넘어섰다. 폭스비즈니스는 WSJ 자료를 인용해 텍사스주 오렌지의 플라잉J(Flying J) 트럭스톱에서 8일 디젤이 갤런당 약 6.26달러에 판매됐다고 전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미국 디젤 가격 역시 약 6.28달러 수준으로, 이란 전쟁 전보다 약 70% 오른 상태다.
독립 트럭 운전자나 규모가 작은 운송회사는 대기업보다 연료가격을 화주에게 즉각 전가하기 어렵다. 연료할증료(fuel surcharge)를 적용하더라도 실제 연료비 상승분을 모두 보전받지 못하는 계약도 많아 가격이 급등하면 운송량이 같아도 현금흐름이 악화될 수 있다.
트럭로드의 오버캐스트가 지적했듯이 운송업체의 문제는 디젤만이 아니다. 그는 회사 파산에 디젤과 보험비용이 모두 영향을 미쳤지만 보험료가 가장 큰 압박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트럭운송업체는 사고 위험과 대형 손해배상 소송 때문에 상당한 상업용 자동차보험료를 부담한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는 대형 운송사보다 위험을 분산시키기 어렵고, 사고기록이나 운전자 구성에 따라 보험료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
트럭과 트레일러를 구입할 때 사용하는 금융비용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높은 금리의 영향을 받았다. 결국 매출에서 연료와 보험, 장비대출, 유지보수, 운전자 임금 등을 지급한 뒤 남는 마진이 매우 작은 상황에서 어느 한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파산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지는 구조다.
문제는 트럭운송업계의 비용 상승이 운송회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차 전문가 로런 픽스(Lauren Fix)는 폭스비즈니스에 "휘발유나 디젤 가격이 오르면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는 모든 것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식품과 공산품 대부분은 생산지에서 창고, 물류센터, 소매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 번 이상 트럭을 이용한다. 항구에 도착한 수입품도 트럭으로 물류센터에 옮겨지고,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도 트럭을 통해 가공시설과 시장으로 운송된다. 온라인 주문상품의 최종 배송 역시 대부분 도로운송에 의존한다.
따라서 트럭운송업체가 연료비 상승분을 화주에게 운임으로 전가하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역시 이를 상품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픽스는 "모든 것은 어떤 식으로든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이 더 비싸진다"고 말했다.
트럭운송과 함께 디젤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는 농업이다. 트랙터와 콤바인 등 농기계 상당수가 디젤을 사용하며 농산물을 저장·가공·운송하는 과정에서도 대량의 디젤이 필요하다.
따라서 디젤 가격이 높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농가의 생산비와 트럭운송비가 동시에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식품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디젤 가격을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생활비와 인플레이션 문제로 다루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디젤 대책을 발표하면서 농민과 목장주, 트럭 운전자의 연료비를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 5일 디젤 공급을 늘리기 위해 농업·건설장비 등 도로 밖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른바 '적색 디젤(red-dyed diesel)'을 일반 도로 차량에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적색 디젤은 화학적으로 일반 도로용 디젤과 본질적으로 같은 연료지만 도로용 연방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적인 도로 사용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붉은색 염료를 첨가한다.
트럼프 행정명령은 10월5일부터 12월31일까지 적색 디젤을 고속도로 차량에 사용하는 경우 관련 벌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연방 소비세 납부도 연기하도록 재무부에 지시했다.
픽스는 이 조치가 트럭 운전자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갤런당 50센트에서 1달러 정도를 절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내의 적색 디젤뿐 아니라 해외 비축물량도 시장에 풀도록 동맹국들을 압박해왔다. G7 국가들은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함께 비축유 방출을 가속하기로 했으며 앞으로 시장에 추가로 공급될 물량 가운데 약 1억배럴에 대해 디젤 등 정제제품 공급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독일은 9일 최대 1,500만배럴의 원유와 디젤·난방유를 비축분에서 방출하겠다고 발표했고, 프랑스도 1,000만배럴의 디젤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이는 현재 세계 에너지시장의 문제가 원유 부족만이 아니라 디젤을 포함한 정제제품의 공급 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중동과 러시아의 일부 정유시설이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는 데다 해상운송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원유가 있어도 이를 필요한 지역에 정제제품 형태로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9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디젤의 대규모 공급에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에 따르면 러시아는 30만톤 이상을 즉시 미국과 세계시장에 공급하고, 11월 50만톤, 이후 100만톤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러시아 정유시설 상황이 허용하면 이후 300만톤을 추가할 계획이다.
미 재무부도 러시아산 디젤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일반허가를 발급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에너지에 가해온 제재의 일부를 디젤 공급 확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조치다.
적색 디젤의 도로 사용, G7 비축분 방출, 러시아산 디젤 허용까지 불과 며칠 사이에 잇따라 나온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디젤 가격을 얼마나 심각한 경제문제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최근의 공급 확대 조치가 실제 미국 주유소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9일 미국 디젤 가격이 여전히 갤런당 약 6.28달러로 전쟁 이후 약 70% 상승한 상태라고 전했다. 적색 디젤 사용확대와 전략비축분 방출 발표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가격 하락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적색 디젤은 모든 트럭스톱에서 바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주정부 규정과 유통망, 세금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 G7 비축물량 역시 상당 부분은 이미 이전에 약속된 물량의 공급을 앞당기는 성격이어서 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공급이 얼마나 추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반면 러시아산 디젤처럼 실제 신규 물량이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정제제품 가격에는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파산한 업체들의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디젤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수 미국 중소 트럭운송업체는 이미 낮은 운임과 높은 보험료, 금융비용 때문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있었다.
디젤 가격 급등은 이런 상황에서 추가된 새로운 충격이다. 연료비를 흡수할 여력이 있는 대형 운송사는 일정 기간 버틸 수 있지만 현금보유가 많지 않은 소규모 업체는 몇 달간의 비용 상승만으로도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글로브마스터처럼 자산 110만달러에 부채가 326만달러에 이르거나, 페이서 트랜스포트처럼 자산이 5만달러 미만인데 부채가 최대 1,000만달러에 달하는 업체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업계 일부가 이미 상당한 재무적 압박에 놓여 있었음을 보여준다.
트럭운송회사들의 파산은 단기적으로는 운송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트럭시장에서는 운송업체가 너무 많아 화물 물량보다 운송능력이 넘치는 상황이 지속됐고, 이는 운임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소규모 운송업체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화물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운송할 트럭 수가 줄어들면 운송업체가 화주에게 더 높은 운임을 요구할 여지가 생긴다.
운송업계 입장에서는 수익성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가격에 또 다른 상승압력이 될 수 있다. 특히 디젤 가격이 높은 상태에서 운송능력까지 줄어들 경우 유통기업과 제조업체가 부담하는 물류비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트럭운송업계는 경제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의 상당 부분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반드시 트럭을 거치기 때문에 트럭운송비는 거의 모든 산업의 비용구조에 포함된다.
따라서 현재의 파산 증가세가 단순한 운송업계 구조조정으로 끝날지, 아니면 높은 디젤 가격과 결합해 미국의 새로운 인플레이션 요인이 될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폭스비즈니스가 이번 트럭운송업체들의 연쇄 파산을 디젤 가격 급등과 함께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달에 최소 8개 업체가 챕터11을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미국 트럭운송업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미 낮은 운임과 높은 보험료에 시달리던 중소 사업자들에게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선 디젤이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과 며칠 사이 적색 디젤의 도로 사용을 허용하고, 유럽의 전략비축분 방출을 압박하고, 러시아산 디젤까지 다시 세계시장에 공급하도록 한 것도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다.
디젤 가격을 빠르게 낮추지 못할 경우 피해는 트럭회사와 운전기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농산물에서 온라인 택배까지 미국에서 움직이는 거의 모든 상품의 운송비가 올라갈 수 있고, 결국 그 비용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것은 어디론가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모든 것이 더 비싸진다."
현재 미국 트럭운송업계가 겪고 있는 압박이 미국 전체 경제에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