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1 01:50 PM

아마존, AI 스타트업 Decart 70억달러(약 10조원) 인수 협상...AI칩 경쟁 판도 바꾸나

By 전재희

여러 AI 칩 간 전환 쉽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기술 보유...5개월 만에 기업가치 40억달러→70억달러 거론
아마존 자체칩 Trainium3 확대와 맞물려 주목...엔비디아 의존 낮추는 AWS 전략 강화 가능성

아마존(Amazon)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디카트(Decart)를 약 70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여러 종류의 AI 칩 사이에서 개발자가 쉽게 작업환경을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디카트의 기술이 아마존의 AI 인프라 전략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마존이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디카트 인수를 논의하고 있으며, 거래 규모가 약 7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결렬되거나 다른 인수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거래가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AI 칩 자유롭게 바꿔 쓸 수 있게 하는 기술

디카트의 핵심 기술은 개발자들이 서로 다른 AI 반도체 사이에서 보다 쉽게 작업환경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AI 산업에서는 지금까지 엔비디아(Nvidia)의 GPU가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에 필요한 컴퓨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엔비디아 GPU뿐 아니라 아마존, 구글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AI 칩까지 함께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칩에 맞춰 개발된 AI 시스템을 다른 칩으로 옮기는 것은 상당한 기술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디카트의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개발자들이 하나의 AI 칩에 종속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Decart
(디카트 웹사이트)

AI 기업들이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5월 40억달러 평가...불과 수개월 만에 70억달러 인수 거론

디카트는 2023년 설립된 비교적 신생 AI 기업이다.

이스라엘 출신 엔지니어인 딘 라이터스도르프(Dean Leitersdorf)와 오리안 라이터스도르프(Orian Leitersdorf) 형제, 모셰 샬레브(Moshe Shalev)가 공동창업했다.

회사는 지금까지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 벤치마크(Benchmark), 래디컬 벤처스(Radical Ventures) 등 유명 벤처캐피털로부터 4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지난 5월 디카트의 기업가치는 약 40억 달러로 평가됐다.

아마존과 현재 논의되는 인수가격이 약 70억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수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약 75% 높아진 가격으로 거래가 논의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AI 컴퓨팅 인프라와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마존 자체 AI 칩 Trainium3와 연결

이번 인수 협상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아마존이 자체 AI 반도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엔비디아 GPU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AI 클라우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체 AI 가속기인 트레이니엄(Trainium)을 개발해왔다.

최신 제품인 Trainium3는 엔비디아와 직접 경쟁하는 아마존의 핵심 AI 반도체다.

AWS는 이미 2025년 디카트에 Trainium3를 조기에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 관계자들은 당시 디카트 창업자들을 만나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은 뒤 회사에 신형 칩에 대한 조기 접근권을 제공했다.

따라서 이번 인수 협상은 갑작스럽게 시작된 관계라기보다 아마존과 디카트가 이미 AI 칩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협력해온 관계가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엔비디아 독주 속 '칩 선택권' 중요성 커져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기술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사실상의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AI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과 높은 비용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을 비롯해 구글, 메타 등 대형 기술기업들은 자체 AI 칩 개발을 확대하고 있으며 AI 기업들도 가능한 한 다양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특정 칩에서만 작동하는 시스템보다 엔비디아 GPU와 아마존의 Trainium, 다른 AI 가속기 사이를 비교적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디카트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 모델' Lucy·Oasis도 개발

디카트는 AI 인프라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하는 기업은 아니다.

회사는 루시(Lucy)와 오아시스(Oasis)라는 이름의 '월드 모델(world model)'도 개발하고 있다.

월드 모델은 AI가 현실 세계의 환경을 이해하고 이를 3차원 공간으로 생성하거나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존 생성형 AI가 텍스트나 이미지,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월드 모델은 AI가 물리적 공간과 환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가상으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기술은 향후 로봇, 자율주행, 게임, 가상현실과 같은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AI 연구 분야로 꼽힌다.

따라서 아마존이 디카트를 인수할 경우 단순한 AI 칩 호환성 기술뿐 아니라 차세대 AI 모델 개발 역량까지 함께 확보하게 된다.

인수 규모, MGM보다 커질 수도

약 7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성사된다면 최근 아마존이 단행한 대형 인수 가운데 하나가 된다.

아마존은 2022년 영화·TV 스튜디오 MGM을 약 65억 달러에 인수했다.

올해에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타링크(Starlink)와 경쟁하는 위성통신 기업 글로벌스타(Globalstar)를 약 11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디카트 인수가격이 약 70억 달러로 확정될 경우 MGM 인수 규모를 넘어서는 거래가 된다.

설립된 지 불과 3년가량 된 AI 스타트업에 아마존이 이러한 금액을 지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은 AI 컴퓨팅 기술을 둘러싼 인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해졌는지를 보여준다.

AI 경쟁, 모델 넘어 '어떤 칩에서 돌릴 것인가'로 확대

이번 인수 협상은 AI 산업 경쟁의 중심이 단순히 가장 강력한 AI 모델을 만드는 데서 컴퓨팅 인프라 전체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모델이 점점 커지면서 기업에는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중요해지고 있다.

첫째는 모델 자체의 성능이고, 둘째는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할 수 있는 막대한 컴퓨팅 파워이며, 셋째는 여러 종류의 AI 칩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아마존은 AWS를 통해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고 자체 AI 칩 Trainium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여러 AI 칩 사이의 전환을 쉽게 만드는 디카트 기술까지 확보한다면 하드웨어와 클라우드, AI 소프트웨어를 보다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엔비디아가 지배하는 AI 칩 시장에서 아마존이 자체 Trainium 사용을 확대하려면 고객이 기존 GPU 환경에서 Trainium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디카트는 단순한 AI 스타트업 인수를 넘어 아마존의 자체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대하는 전략적 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AI 컴퓨팅 확보전이 M&A 시장까지 움직인다

최근 AI 업계에서는 컴퓨팅 파워 부족이 기업들의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업들은 GPU와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년짜리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경쟁관계에 있던 기업끼리도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이러한 경쟁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경제매체 칼칼리스트(Calcalist)는 이달 초 이미 디카트가 한 대형 기술기업에 매각되기 위한 심도 있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WSJ 보도를 통해 그 상대가 아마존인 것으로 구체화됐다.

아직 협상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른 인수자가 등장하거나 가격과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러나 약 70억 달러라는 인수가격이 현실화한다면 AI 산업에서 앞으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반드시 가장 유명한 챗봇을 만드는 회사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AI 경쟁이 심화될수록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모델을 보유했느냐뿐 아니라 그 모델을 얼마나 싸고 빠르게, 그리고 다양한 반도체 위에서 실행할 수 있느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