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1 05:47 PM
By 전재희
SpaceX, 미국 전역 800MHz 저대역 주파수 인수 계약...FCC 승인 절차 진행
"Starlink Mobile,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로"...AT&T·버라이즌·T모바일과 직접 경쟁 예고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스페이스X(SpaceX)가 미국 이동통신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기존 스타링크(Starlink)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휴대전화와 직접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독자적인 이동통신망 구축을 추진하면서 AT&T, 버라이즌(Verizon), T모바일(T-Mobile)이 지배해온 미국 통신시장에 새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8일 투자회사 그레인 매니지먼트(Grain Management)로부터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800MHz 저대역 이동통신 주파수 면허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확보 대상은 최대 14MHz의 paired spectrum이며 거래 규모는 약 80억 달러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아직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스페이스X가 이번 거래의 목적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이다. 회사는 800MHz 주파수 확보가 남아 있던 핵심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 "Starlink Mobile이 미국의 주요 이동통신사업자가 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단순한 위성인터넷 사업에서 미국의 본격적인 이동통신사업자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번 움직임을 단순히 스페이스X가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신청했다'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미국 전국망 구축에 사용할 이동통신 주파수의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FC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800MHz는 기존 휴대전화 이동통신망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돼온 저대역 주파수다. 고주파에 비해 데이터 전송용량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만 전파가 멀리 도달하고 벽이나 건물 같은 장애물을 통과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 때문에 미국처럼 국토가 넓은 국가에서 넓은 지역을 적은 기지국으로 커버하고 건물 내부에서도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Reuters는 대부분의 기존 스마트폰이 이 대역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Starlink Mobile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타링크가 추진하는 Direct-to-Cell 방식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우주에 있는 위성과 일반 스마트폰이 직접 통신하려면 위성신호가 휴대전화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야외나 기존 이동통신망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는 상당한 장점이 있지만 건물 내부나 장애물이 많은 도시지역에서는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이번에 확보하는 800MHz 저대역 주파수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기존에 확보한 글로벌 2GHz 중대역 주파수를 데이터 용량 확보에 활용하고, 새롭게 확보하는 800MHz를 넓은 지역과 건물 내부까지 연결하는 커버리지 계층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위성만으로 휴대전화를 연결하는 단순한 '위성전화 보조서비스'가 아니라 위성망과 지상망을 하나의 이동통신망으로 결합하려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공개한 구상은 기존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 구조와도 상당히 다르다.
Starlink Mobile은 우주에서는 스타링크 위성들이 휴대전화와 직접 연결되고, 지상에서는 800MHz 주파수를 사용하는 별도의 통신 인프라가 서비스를 보완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구축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FCC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위성-휴대전화망과 첨단 지상망을 결합해 사용자의 위치와 관계없이 기기를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이동통신사가 수십 년 동안 구축한 대규모 기지국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위성과 상대적으로 소형화된 지상 통신시설을 결합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스페이스X가 실제로 이 구조를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면 미국 이동통신산업의 비용 구조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800MHz 거래는 스페이스X의 첫 번째 이동통신 주파수 확보가 아니다.
스페이스X는 앞서 EchoStar가 보유했던 약 65MHz 규모의 주파수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를 추진했으며 FCC는 2026년 5월 이 거래를 승인했다. FCC는 당시 주파수가 스페이스X에 넘어갈 경우 위성과 휴대전화를 직접 연결하는 Direct-to-Device(D2D) 서비스의 용량을 늘리고 통신 음영지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Reuters에 따르면 해당 EchoStar 거래 규모는 약 196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이번 그레인 매니지먼트의 전국 800MHz 주파수 약 80억 달러 거래까지 더해지면서 스페이스X가 이동통신시장 진출을 위해 투입하는 금액은 이미 수백억 달러 규모로 커지고 있다.
이는 머스크가 Starlink Mobile을 부가사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SpaceX의 핵심 성장사업 가운데 하나로 육성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정부의 주파수 정책 역시 위성통신과 이동통신의 결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FCC는 오는 29일 스마트폰과 위성이 직접 연결되는 Direct-to-Device 서비스 확대를 위해 새로운 주파수 경매 절차를 진전시키는 안건을 표결할 예정이다. FCC는 약 25MHz의 중요 주파수를 경매하고 추가로 수백MHz의 주파수를 위성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브렌던 카(Brendan Carr) FCC 위원장은 차세대 위성기술을 활용해 미국 내 휴대전화 음영지역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해왔다.
스페이스X뿐 아니라 아마존(Amazon)을 비롯한 다른 기업들도 위성과 일반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미국 통신시장의 경쟁이 기존 이동통신사 대 이동통신사의 구도에서 위성사업자까지 참여하는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시장도 스페이스X의 움직임을 단순한 위성사업 확대가 아니라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잠재적인 경쟁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스페이스X의 800MHz 주파수 인수 소식이 알려진 뒤 미국 이동통신업체 AT&T, 버라이즌, T모바일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Reuters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9일 S&P 500 종목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낸 종목군에 포함됐다.
WSJ에 따르면 AT&T와 버라이즌의 주가는 24년여 만에 가장 큰 하루 하락폭을 기록했고, T모바일 역시 1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투자자들이 Starlink Mobile을 기존 통신업체의 외곽지역 서비스를 보완하는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미국 이동통신시장의 새로운 전국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Starlink Mobile이 당장 AT&T나 버라이즌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이스X가 확보하기로 한 800MHz 주파수는 FCC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며 전국적으로 안정적인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위성뿐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지상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기존 AT&T와 버라이즌, T모바일은 미국 전역에 수만 개의 기지국과 광범위한 백홀(backhaul) 네트워크, 고객관리 및 결제 시스템,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주파수 확보만으로 이러한 인프라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다른 신규 이동통신사업자와 결정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저궤도 위성망과 스타링크 가입자 기반, 자체 로켓 발사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프라에 전국용 이동통신 주파수와 지상망까지 결합한다면 기존 통신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장벽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결국 이번 주파수 인수는 스타링크 사업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타링크는 처음에는 케이블이나 광통신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 인터넷을 제공하기 위한 위성 인터넷 사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위성과 일반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하는 Direct-to-Cell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했고, 이제는 자체 이동통신 주파수까지 확보하면서 독립적인 통신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800MHz 주파수 확보는 상징성이 크다. 위성이 보이지 않는 건물 안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결국 지상 이동통신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 스스로도 이번 거래가 Starlink Mobile이 미국의 주요 이동통신사업자가 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적 공백을 메운다고 평가했다.
미국 이동통신시장은 오랫동안 AT&T와 버라이즌, T모바일을 중심으로 재편돼왔다. 스페이스X가 실제 전국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오랜 기간 굳어진 '빅3' 구조에 새로운 전국 사업자가 들어오는 셈이 된다.
다만 Starlink Mobile이 어떤 형태의 요금제를 출시할지, 기존 이동통신사와 계속 제휴할지 또는 완전히 독립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할지, 전국 지상망 구축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자본을 투입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거래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머스크는 미국 이동통신시장 진출을 단순히 구상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SpaceX는 이미 EchoStar 주파수를 확보했고, 이번에는 전국을 커버하는 800MHz 저대역 주파수까지 인수하기로 계약하면서 이동통신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를 실제로 확보하고 있다.
FCC의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Starlink Mobile은 위성망과 지상망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전국 이동통신망 구축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스타링크가 처음으로 우주에서 인터넷 산업의 경쟁구도를 바꿨다면, 머스크의 다음 목표는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통신망 자체를 바꾸는 것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