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2 09:53 AM
By 전재희
Fox Nation 3부작 다큐 공개...클린턴 캠프의 '트럼프-러시아 연결 전략' 관련 기밀해제 자료 집중 조명
뮬러 특검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입증 못해...더럼 보고서는 FBI 수사의 편향·검증 부족 강하게 비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모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의 시작과 수사 과정을 다시 추적하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면서, 최근 기밀해제된 정부 문서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Fox Nation은 12일 3부작 다큐멘터리 'Russia! Russia! Russia! The Plot to Stop Trump'를 공개했다. Fox News 법률분석가 그레그 재럿(Gregg Jarrett)은 이에 맞춰 게재한 칼럼에서 트럼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주장이 정치적으로 만들어졌으며 FBI와 정보기관이 충분한 검증 없이 이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재럿의 해석이지만, 최근 공개된 더럼 특검의 기밀 부록과 CIA 자료가 당시 수사기관의 판단과 절차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6년 대선과 관련해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러시아의 선거개입과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공모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로버트 뮬러(Robert Mueller) 특별검사팀은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세력이 소셜미디어 영향공작을 벌이고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캠프 관련 이메일을 해킹해 공개하는 등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 구성원들이 러시아 정부와 선거개입을 위해 공모하거나 조율했다는 사실은 수사를 통해 입증하지 못했다.
뮬러는 2019년 수사를 마치면서 러시아의 선거개입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에 형사상 기소할 수 있는 광범위한 공모를 입증하기에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과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주장은 동일한 것이 아니며, 후자는 특검 수사에서 성립되지 않았다.
이후 존 더럼(John Durham) 특별검사는 트럼프-러시아 수사인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Crossfire Hurricane)'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됐는지를 별도로 조사했다.
더럼 특검은 2023년 최종보고서에서 FBI가 정치적으로 연계된 인물과 단체에서 제공된 정보를 지나치게 의존했으며, 이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FBI 고위 관계자들이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분석적 엄밀성의 심각한 부족"을 보였고, 트럼프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제공하거나 자금을 댄 수사단서를 제대로 의심하거나 검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캠프 외교정책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Carter Page)를 감시하기 위해 해외정보감시법원(FISA)에 제출된 신청서에서는 중요한 오류와 누락이 발견됐고, 이후 FBI는 FISA 신청 절차를 강화하는 40개 이상의 시정조치를 도입했다.
이 같은 내용은 트럼프-러시아 공모 의혹 자체가 형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과 별개로, 이를 조사한 연방수사기관의 절차와 판단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논란을 남겼다.
논쟁이 다시 커진 것은 지난해 공개된 더럼 보고서의 기밀 부록 때문이다. 미 법무부와 CIA는 2025년 7월 그동안 기밀로 남아 있던 더럼 특검 보고서의 부록을 기밀해제해 척 그래슬리(Chuck Grassley) 상원 법사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해당 문서에는 2016년 당시 미 정보기관이 힐러리 클린턴 캠프가 트럼프를 러시아와 연결해 정치적으로 공격하려 했다는 내용의 정보를 입수했다는 기록이 포함됐다. 기밀해제 자료에는 클린턴 캠프가 자신의 이메일 논란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해 트럼프와 러시아 해커의 관계를 부각하려 했다는 취지의 정보도 담겨 있었다.
더럼 조사팀은 이 과정에서 확보된 일부 이메일 관련 정보에 대해 관련 분석가들의 판단을 검토했으며, 해당 자료들이 러시아 정보기관이 여러 미국 기관을 해킹해 확보한 이메일들을 조합한 형태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이 자료들이 클린턴 캠프가 트럼프와 러시아를 연결하려는 정치적 전략을 추진했다는 주장에 일정 부분 신빙성을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것이 클린턴 캠프가 FBI의 러시아 수사 전체를 직접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공개 문서에는 정보기관이 입수한 정보와 그 신빙성에 대한 평가, 당시 수사기관의 대응이 함께 포함돼 있어 각각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기밀해제된 더럼 자료에서 특히 주목받는 대목은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자료에 따르면 존 브레넌(John Brennan) 당시 CIA 국장은 2016년 8월 3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과 조 바이든(Joe Biden) 부통령, 제임스 클래퍼(James Clapper) 국가정보국장, 제임스 코미(James Comey) FBI 국장 등에게 클린턴 캠프와 관련된 정보를 보고했다.
CIA는 이후 FBI에 해당 정보를 수사의뢰 형식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더럼 조사에서는 FBI가 이 정보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재럿은 이 대목을 근거로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클린턴 캠프의 정치적 전략 가능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트럼프-러시아 수사를 계속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관계자들의 법적 책임이나 이들이 공모해 트럼프를 모함했다는 주장은 별도의 문제로, 더럼 수사에서 그러한 광범위한 형사 공모가 기소된 것은 아니다.
2016년 대선 직후 작성된 정보기관의 러시아 선거개입 평가 과정도 이후 재검토됐다.
CIA가 2025년 공개한 내부 검토보고서는 당시 정보공동체 평가서(ICA)가 매우 촉박한 일정으로 작성됐고, 일부 분석가들의 정보 접근이 제한됐으며 국가정보위원회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정보기관 수장들의 관여 수준이 이례적으로 높았다고 평가했다.
CIA의 검토는 당시 분석절차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환경에서 진행되면서 정상적인 분석과정에서 벗어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검토 역시 러시아가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는 구분된다.
Fox Nation 다큐멘터리는 이 과정을 세 부분으로 나눠 집중적으로 다룬다. 첫 번째 에피소드 'Steele Trap'은 전직 영국 정보요원 크리스토퍼 스틸(Christopher Steele)이 작성한 이른바 '스틸 문건'과 클린턴 캠프 및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야당 조사비용 문제를 다룬다.
두 번째 'Insurance Agent'는 당시 FBI 요원이었던 피터 스트록(Peter Strzok)과 FBI 변호사 리사 페이지(Lisa Page)의 문자메시지를 중심으로 FBI 내부의 정치적 편향 논란을 추적한다. 스트록과 페이지가 주고받은 반트럼프 성향의 문자메시지는 과거 의회 조사와 감찰에서도 큰 논란이 됐다.
세 번째 'Trick or Treat'에서는 카터 페이지에 대한 FISA 감시와 트럼프 기업의 서버가 러시아 알파뱅크와 비밀리에 통신하고 있다는 당시 의혹 등을 다룬다. Fox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사건들이 하나의 정치적 캠페인에서 시작돼 정보기관과 언론을 거치며 확대됐다는 시각에서 이야기를 구성했다.
2016년 대선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개된 여러 수사와 자료를 종합하면 두 가지 사실은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된다.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해킹과 온라인 영향공작을 벌였다는 것은 뮬러 특검 수사에서 확인됐다. 반면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이러한 선거개입을 공모하거나 조율했다는 주장은 뮬러 특검 수사에서 입증되지 않았다.
동시에 이후 더럼 특검과 법무부 감찰, 최근의 기밀해제 자료를 통해 FBI가 트럼프 캠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출처가 있는 정보의 신뢰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고 FISA 절차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럼은 이런 문제의 배경으로 확인편향과 분석적 엄밀성 부족을 직접 지적했다.
Fox News의 재럿은 이를 한 단계 더 나아가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함정에 빠졌다'고 규정한다. 이는 이번 Fox Nation 다큐멘터리가 제시하는 중심적인 해석이다. 새롭게 공개된 정부 문서들이 당시 FBI와 정보기관의 대응에 대한 의문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해당 문서가 모든 정치적 주장과 책임론을 법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2016년 대선을 둘러싼 논쟁의 초점은 상당 부분 달라졌다. 초기에는 "트럼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느냐"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공모를 입증하지 못한 수사가 어떤 정보에서 시작됐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FBI와 정보기관이 얼마나 적절하게 검증했느냐"가 또 하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