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2 10:57 AM

미국 기업들 기능인력 확보 비상...전기·용접·HVAC 기술자 연봉 20만달러 넘기도

By 전재희

"CEO들이 채용 장벽에 패닉"...AI 데이터센터·방산·자동차·건설업까지 숙련공 쟁탈전
현장 인력 5명 은퇴할 때 신규 유입은 2명...기업들 자체 훈련 프로그램 확대

미국에서 전기기사와 용접공, HVAC 기술자, 배관공 등 숙련 기능직 인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건설부터 방산, 자동차, 주택개량, 제조업까지 다양한 산업이 같은 인력을 놓고 경쟁하면서 일부 기술자의 연봉은 10만 달러를 훌쩍 넘어 20만 달러 이상까지 치솟고 있다.

숙련 기능직 교육을 지원하는 마이크로워크스 재단(mikeroweWORKS Foundation)의 마이크 로우(Mike Rowe) 최고경영자(CEO)는 Fox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의 인력 부족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Mike Rowe
(Mike Rowe. 자료화면)

그는 "중요한 기업의 CEO나 업계 리더가 기능인력 채용의 어려움 때문에 크게 걱정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지 않는 주가 거의 없다"며 대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을 직접 양성하기 위해 자체 교육 프로그램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붐이 숙련 기능직 수요까지 끌어올려

기능인력 부족은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건설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AI 붐으로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건설이 급증하면서 전기기사와 HVAC 기술자, 용접공 등 현장 기술인력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포드(Ford), 제너럴모터스(GM) 같은 자동차업체와 방산기업, 주택개량 업체, 건설회사 등도 동시에 숙련공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인력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기능직 인력 확보가 민간기업과 정부 모두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로우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모두가 사람을 뽑고 있지만 같은 인력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5명 떠날 때 2명 들어온다"

미국 숙련 기능직 인력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와 신규 인력 부족이다.

로우는 현재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숫자로 '5 대 2'를 꼽았다. 매년 기능인력 5명이 노동시장을 떠날 때 새롭게 들어오는 인력은 2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약 12년 동안 지속돼 왔으며 이제 그 누적된 인력 부족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숙련공이 줄어드는 동안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발전소, 방산공장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오히려 늘면서 노동력 공급과 수요 사이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 직접 기술자 양성 나서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을 외부 노동시장에서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메타(Meta)는 최근 1억1,500만 달러 규모의 숙련 기능직 아카데미를 출범시키고 일부 지역에서 교육생에게 무료 교육을 제공한 뒤 졸업자에게 일자리까지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구글(Google) 역시 참전용사 단체와 협력해 약 2만5,000명이 숙련 기능직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대학 졸업자를 채용한 뒤 교육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한 기술자를 직접 훈련하고 현장에 배치하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기능직, 대학보다 빠르게 투자비용 회수

숙련 기능직의 경제적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픽업트럭용 수납 시스템을 생산하는 미국 제조업체 DECKED가 전기기사, HVAC 기술자, 배관공 등과 4년제 대학 졸업자의 경제적 성과를 비교한 결과 기능직 훈련을 선택한 사람이 훨씬 빨리 교육비를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일을 시작하거나 6개월에서 2년 정도 직업학교 교육을 받은 기능직 종사자는 중간 수준의 초봉을 받을 경우 1년 이내에 교육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대학 재학 중 별도의 소득이 없었던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중간 수준의 초봉을 받는 경우 교육비용을 회수하는 데 약 3년8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직은 대학 학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교육기간이 짧은 데다 일찍 소득을 올리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대 전기기사 연봉 24만달러 사례도

숙련인력 부족은 일부 직종의 임금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로우는 자신이 지원한 장학생 가운데 용접 분야에 진출한 사람들이 불과 3년 만에 상당수가 연간 1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텍사스주 플레이노의 한 데이터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30세 미만 전기기사 3명을 만났는데 이들 모두 연간 24만 달러가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지난 18개월 동안 다른 프로젝트나 기업에서 세 차례나 더 높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됐다고 로우는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사례가 모든 숙련 기능직 종사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며 임금은 개인의 기술 수준과 고용기업, 근무지역 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 경쟁사 직원까지 스카우트

숙련공을 새롭게 양성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기업들은 경쟁업체에서 이미 훈련된 기술자를 데려오는 방식에도 의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서로의 전기기사와 용접공, 기술자를 더 높은 임금과 좋은 근무조건으로 스카우트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전체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기술을 가진 근로자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로우는 마이크로워크스 재단을 통해 지원한 약 3,600명의 사례를 보면 불과 4~5년 전에 기능직에 들어간 젊은 근로자들이 이제는 자신이 어디에서 살 것인지, 한 달에 몇 시간을 일할 것인지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선택권이 커졌다고 말했다.

"기능직으로 10만달러 이상 번다는 사실 아직 모르는 사람 많아"

로우는 미국 사회에서 기능직에 대한 인식이 실제 노동시장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부모와 교육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대학 학위가 높은 소득을 얻기 위한 가장 확실한 경로라고 생각하지만, 일부 숙련 기능직에서는 20대 중반에도 1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얻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5세 청년이 기술 하나를 제대로 익힌 뒤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며 기능직으로도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기능직이 자동으로 고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숙련 수준과 지역, 산업, 초과근무 여부, 프로젝트 수요 등에 따라 실제 임금 차이는 상당할 수 있다.

AI 시대 오히려 가치 높아진 '손으로 하는 기술'

기능직 인력 부족은 AI가 미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서도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AI는 사무직 업무를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을 공급하며 냉각시설을 설치하고 유지하는 작업은 여전히 숙련된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

첨단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전기기사와 배관공, HVAC 기술자, 용접공 같은 전통적인 기능직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미국 교육시장은 4년제 대학 진학을 성공적인 경력의 핵심 경로로 강조해왔지만 노동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와 첨단 제조업,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학위보다는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인력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로우는 이러한 변화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기능인력 공급 부족이 10년 넘게 누적된 데다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제조시설 건설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0년이나 12년 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지금은 매일 듣는다. 우리 눈앞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