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5 09:21 AM

우크라 군사용 스타링크 돌연 제한...트럼프-젤렌스키 관계 급속 냉각

By 전재희

우크라 "러시아 공격 방어능력 약화"...트럼프 지시설 의심했지만 백악관 확인 안 해
머스크 "Starshield는 미국 정부 소유·통제...속도·사용 제한은 미군,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정"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군사용 위성통신 시스템 스타실드(Starshield)에 갑작스러운 이용 제한이 발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제한으로 러시아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요격하고 자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일부 관리들은 최근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갈등이 심화된 시점에 제한이 시작됐다는 점을 들어 미국 정부의 결정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제한을 지시했는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워싱턴에 날아든 우크라이나의 긴급 메시지

WSJ에 따르면 14일 새벽 데니스 시에니크(Denys Sienik) 주미 우크라이나 최고위 외교관은 미국 의원들에게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군사용 스타링크 단말기에 갑자기 제한이 발생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우크라이나 스타링크 사용
(전쟁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해온 스타링크 단말기. 자료화면)

시에니크는 이 조치가 러시아에 군사적 우위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겨냥한 러시아 공격을 차단하는 능력까지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의 출근시간이 시작될 무렵 우크라이나 관리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확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위 고문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프(Serhii Beskrestnov)는 최근 정치 상황과 이번 제한이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그러나 현재까지 트럼프가 직접 스타실드 제한을 명령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머스크 "Starshield는 미 정부가 통제"

논란이 커지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스타링크와 스타실드를 구분하며 이번 군사용 시스템의 통제권이 SpaceX가 아닌 미국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Starshield 시스템은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통제한다"며 속도나 사용에 관한 제한은 미군이 결정하고 "궁극적으로 대통령(POTUS)"의 권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언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한을 누가 명령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반 스타링크(Starlink)는 SpaceX가 운영하는 상업용 위성통신 서비스인 반면, 스타실드는 국방 및 국가안보 목적을 위해 개발된 군사용 시스템이다.

우크라이나는 스타실드를 드론 작전과 정찰, 전선 통신 등에 사용해왔다. AP에 따르면 최근 적용된 속도 제한으로 이동 중인 단말기의 통신 능력이 떨어지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운용과 일부 군사작전에 차질이 발생했다.

공화당에서도 "사실이라면 의회가 대응"

미국 의회에서도 즉각 우려가 제기됐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Brian Fitzpatrick·공화·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은 미국 정부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군사용 스타링크 이용을 의도적으로 제한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의회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련 연방기관의 예산을 의회가 보류하는 방안까지 언급했다. 피츠패트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심 지원을 갑자기 차단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우크라이나 정책을 둘러싸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의견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몇 주 새 급격히 악화된 트럼프-젤렌스키 관계

스타실드 논란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최근 몇 주 사이 급속하게 악화된 상황에서 발생했다.

갈등의 핵심에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정유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러시아의 석유수출 수입과 전쟁자금을 줄이려 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능력의 약 40~50%가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된 것으로 일부 분석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국제 디젤 가격 상승을 우려해 젤렌스키에게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9월 뉴욕에서 열린 두 사람의 회동에서도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러시아 정유시설을 계속 공격하는 이유를 직접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우크라이나에 공격 중단 반복 요구

WSJ는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9월 회동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약 6차례 요청했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공격을 중단하는 상호 휴전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도 정유시설 공격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을 이용해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고, 그 결과 미국 소비자가 더 높은 연료가격을 부담하게 된다는 데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사이의 관계도 이에 따라 점차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산 디젤 거래가 갈등 결정적 계기

갈등은 10월 들어 더욱 커졌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9일 마이애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와 미국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를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WSJ에 따르면 약 6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쿠슈너와 위트코프는 트럼프가 러시아산 디젤을 미국과 국제시장에 공급하는 거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관계자들은 이 계획에 크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면 오히려 모스크바에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하고 전쟁 수행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같은 날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과 약 90분간 전화통화를 한 뒤 러시아산 디젤 거래를 발표했다.

공화당 일부도 러시아 디젤 거래 반발

러시아와의 거래 발표 이후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백악관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러시아가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제정된 법률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공화당 내에서는 아이오와 상원 후보 애슐리 힌슨(Ashley Hinson), 미시간 상원 후보 마이크 로저스(Mike Rogers) 등 트럼프와 가까운 인사들도 이번 거래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톰 틸리스(Thom Tillis·공화·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과 돈 베이컨(Don Bacon·공화·네브래스카) 하원의원 등 트럼프 외교정책을 비판해온 공화당 의원들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에너지 휴전' 발표 직후 러시아 공격

트럼프는 이어 1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방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즉시 중단하는 '에너지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트럼프 발표 직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발전시설을 공격했다. 트럼프가 발표한 휴전이 양측 사이에 실제로 합의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커졌다.

트럼프는 휴전 위반 문제를 질문받자 자신이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기 때문에 합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WSJ는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휴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발표가 먼저 이뤄졌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강력한 파트너 잃어가는 것 유감"

젤렌스키는 트럼프의 러시아산 디젤 거래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영국 방송인 피어스 모건(Piers Morga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디젤 거래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배신감을 느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는 "강력한 파트너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유감"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약해지면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트럼프의 에너지 휴전 발표 이후 일시 중단했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먼저 전투 줄이고 푸틴에 경제적 유인"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조치들이 러시아 편을 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단계적 협상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우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투 강도를 낮춘 뒤, 러시아가 보다 장기적인 휴전을 준수할 경우 경제적·정치적 혜택을 제공하는 새로운 제안을 모스크바에 제시하는 것이 트럼프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디젤 거래 역시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푸틴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제적 유인책이라는 것이다.

백악관은 스타실드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이며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실드 제한이 새로운 분기점

현재 가장 민감한 문제는 스타실드의 이용 제한이 누구의 결정으로 이뤄졌느냐다.

머스크는 군사용 스타실드가 미국 정부 소유이며 사용 조건은 미군과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트럼프가 이번 우크라이나 제한을 직접 지시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측은 일부 통신 속도가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제한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당국에 따르면 시속 약 160㎞까지 이동하는 단말기의 연결 성능은 개선됐지만 그 이상의 속도 제한 문제는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단순한 무기 공급을 넘어 위성통신과 정보, 군사기술의 접근권까지 확대돼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종전 협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스타실드 제한이 실제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으로 확인될 경우 최근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워싱턴과 키이우의 관계에 또 하나의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