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5 09:26 AM

트럼프, 포트후드 총기범 총살형 생중계 취소..."처형은 예정대로"

By 전재희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생중계 계획 철회..."보고 싶지 않은 선의의 사람들 많아"
희생자 직계가족은 현장 참관 허용...미 정치권 "테러 선전·모병 수단 될 수 있다" 우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2009년 텍사스 포트후드 미군기지 총기난사 사건으로 13명을 살해한 니달 하산(Nidal Hasan)의 총살형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사형 자체는 예정대로 집행하되 일반 국민에게 처형 장면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이 처형 장면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이후 백악관과 미 의회에서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국방장관의 방침을 뒤집은 셈이다. 

트럼프 "처형 생중계가 강력한 억지력이 될 수도 있었지만..."

트럼프는 1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산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처형 장면을 생중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영상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 자료화면)

그는 하산에 대해 "매우 나쁘고 사악한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당초에는 미국이 테러범을 어떻게 처벌하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강력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의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그가 죽는 모습을 스트리밍이나 다른 영상장치를 통해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는 예정대로 총살형으로 죽게 될 것이지만 이 행사는 생중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총기난사 희생자들의 직계가족은 원할 경우 처형 현장을 직접 지켜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백악관 참모들과 논의한 뒤 결정

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며칠 동안 백악관 참모와 측근들을 만나 생중계 문제를 논의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총살형이라는 처형 방식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방송될 경우 잔혹한 장면 자체가 정치·외교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역시 측근들에게 처형 장면이 생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것이 지나친 '유혈 광경'으로 비칠 가능성을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초 생중계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오히려 테러조직 선전도구 될 수 있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생중계가 테러를 억제하기보다 오히려 미국의 적대세력과 극단주의 조직의 선전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산은 포트후드 총격 당시 입은 부상으로 허리 아래가 마비된 상태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그의 총살형 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면 적대세력이 이를 활용해 하산을 순교자로 묘사하거나 미국에 대한 선전전에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다.

밴스 "나는 보지 않을 것"...존슨 "테러범 모집 도구 우려"

트럼프의 가까운 측근들 가운데서도 생중계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은 지난주 실제로 처형 생중계가 이뤄질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면서, 생중계되더라도 자신은 시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존슨(Mike Johnson·공화·루이지애나) 하원의장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처형 영상이 향후 테러조직이 새로운 조직원을 모집하는 데 사용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당 의원들도 미군 사형수의 처형을 정부가 직접 대중에게 생방송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문제를 제기했다.

헤그세스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결정은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기존 방침을 공개적으로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헤그세스는 앞서 한 보수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산의 처형을 일반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이 같은 범죄에는 심각한 결과가 따른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그세스의 발언은 군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육군, 당초 독극물 주입 방식 준비

WSJ에 따르면 미 육군 관계자들은 수개월 동안 하산을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처형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헤그세스가 총살형과 공개 생중계 방침을 밝히면서 육군과 국방부 관계자들은 새로운 처형 방식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긴급하게 검토해야 했다.

미군 사법체계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군인의 실제 처형을 최종 승인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트럼프는 이달 초 헤그세스의 권고를 받아들여 하산을 총살형에 처하도록 공식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총살형 자체를 변경한 것이 아니라 처형 장면을 대중에게 생중계하는 계획만 취소한 것이다.

2009년 포트후드서 13명 살해·32명 부상

미국 태생 무슬림인 하산은 미 육군 정신과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2009년 11월 텍사스 포트후드 육군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13명이 숨지고 32명이 부상했다. 미군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군인에 의한 군인 상대 총기범죄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하산은 군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미군이 이슬람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총격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군 장교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하산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공개 처형' 논란은 일단 종료

이번 결정으로 하산의 사형 집행을 둘러싼 논쟁의 초점은 처형 여부보다 '공개 방식'에서 정리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총살형 집행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를 일반 대중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희생자 직계가족에게는 직접 참관할 선택권을 제공한다.

트럼프가 헤그세스의 생중계 결정을 뒤집으면서 미국 정부가 군 사형수의 처형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개하는 이례적인 상황은 피하게 됐다.

다만 하산의 총살형 자체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만큼 예정대로 진행될 방침이며,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사형 집행의 공개 범위와 테러범 처형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