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5 10:02 AM
By 전재희
가족 이민서류·시민권 신청 당시 나이 집중 조사...자택 압수수색·가족 소환장 발부
오마르 "이민사기 저지른 적 없다"...정부, 시민권 박탈하려면 연방법원서 중대한 허위진술 입증해야
미 연방당국이 민주당 소속 일한 오마르(Ilhan Omar·미네소타) 하원의원의 미국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 허위기재나 이민사기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수사 결과 시민권 취득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허위진술이 확인될 경우 법무부가 시민권 박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오마르가 수십 년 전 소말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과 당시 가족들이 제출한 이민 관련 서류를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오마르 본인뿐 아니라 이미 사망한 부친 누르 오마르 모하메드(Nur Omar Mohamed)가 가족의 미국 이주와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 제출한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안보수사국(HSI) 요원들은 지난 12일 워싱턴DC에 있는 오마르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법무부는 법원의 승인을 받은 영장이 집행됐다고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오마르의 휴대전화와 개인용 컴퓨터, 노트, 여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당시 자택에는 오마르와 남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오마르의 가족 일부를 포함해 10여건 이상의 소환장도 발부했다. 일부 가족들은 미네소타 연방 대배심에 출석해 증언하거나 이민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에서 당국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사안 가운데 하나는 오마르가 시민권을 취득할 당시 실제 나이다.
수사 상황을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국은 오마르 또는 그의 부친이 시민권 신청서에서 오마르의 나이를 실제 18세가 아닌 17세로 기재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오마르가 당시 17세였다면 아버지가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 자격으로 자동 시민권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이미 18세였다면 별도의 귀화 절차가 필요했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이다.
오마르는 2000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같은 의혹은 바이든 행정부 당시에도 연방당국에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당시 국토안보수사국 관계자들도 비슷한 제보를 검토했지만 이민사기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현재 수사당국은 과거에 제기됐던 의혹을 다시 검토하면서 가족의 이민서류와 오마르 본인의 기록 등을 통해 추가 증거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에서 문제가 발견된다고 해서 행정부가 곧바로 오마르의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귀화 시민의 시민권을 취소하려면 법무부가 연방법원에 별도의 시민권 박탈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정부는 시민권 신청자가 중요한 사실을 고의적으로 허위 진술했으며, 그 허위진술이 시민권 취득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법무부 이민정책 고위 관계자를 지낸 레온 프레스코(Leon Fresco)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 오마르 본인이 자신의 나이에 대해 허위진술을 했다는 증거가 있는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마르 자신이 고의적으로 나이를 허위기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있다면 정부가 사건을 진행하기가 훨씬 쉬워질 수 있지만, 부친이 딸을 대신해 잘못된 정보를 제출한 경우에는 법적 판단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미 정부 관계자들과 수사 상황을 아는 인사들을 인용해 이번 조사가 향후 오마르의 시민권 박탈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는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시민권 박탈을 목적으로 수사한다"고 발표한 것은 아니다.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된 수사의 핵심은 오마르의 시민권 취득 과정과 가족의 이민서류에 허위기재나 사기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시민권 박탈은 수사 결과 관련 혐의가 입증되고 법무부가 별도의 소송을 제기한 뒤 연방법원이 이를 인정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오마르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WSJ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이민사기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오마르 의원실도 이번 수사와 관련해 "근거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내 진보 성향 목소리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오마르 측의 정치적 반론으로, 현재 수사당국은 시민권 취득과정의 사실관계를 별도로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임기 들어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 사기나 중대한 허위진술이 있었다고 판단되는 사례에 대한 귀화 취소 소송을 크게 확대해왔다.
행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 등을 상대로 200건 이상의 시민권 박탈 소송이 제기됐다.
트럼프 재집권 이전에는 이러한 사건이 매우 드물었다. 연방 이민자료를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TRAC에 따르면 과거에는 연간 약 12건 이하가 제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오마르 사건이 실제 시민권 박탈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현직 연방의원을 대상으로 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오마르를 대상으로 한 연방 조사는 시민권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워싱턴DC 연방검사 지닌 피로(Jeanine Pirro)는 오마르의 재산공개 자료와 관련해서도 별도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피로는 Fox News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범죄가 확인될 경우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의회 의원들의 윤리위반 혐의를 검토하는 초당적 기관은 오마르가 제출한 재산신고 자료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위법행위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연방검찰은 이와 별개로 자체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마르를 둘러싼 이민 관련 의혹은 그가 2016년 처음 공직에 출마했을 때부터 제기돼왔다.
마크웨인 멀린(Markwayne Mullin) 국토안보장관은 지난달 한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서 오마르가 가족의 미국 입국을 돕기 위해 자신의 친오빠와 결혼했다는 의혹도 연방당국이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주장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다.
그러나 오마르는 10년 넘게 이 의혹을 부인해왔으며, 이번 WSJ 보도에서도 해당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오마르는 1982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소말리아 내전을 피해 케냐 난민캠프로 이동한 뒤 199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가족은 처음 워싱턴DC 교외지역에 정착했으며 이후 오마르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미네소타로 이동했다.
오마르의 부친 누르 오마르 모하메드는 미국에서 택시기사와 우편노동자로 일했으며 2020년 6월 6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오마르는 당시 부친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현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연방당국이 오마르의 시민권 취득 과정에서 실제로 중대한 허위기재나 사기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수사당국은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전자기기와 서류, 과거 이민기록, 가족들의 대배심 증언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 오마르는 형사기소되지 않았으며 시민권 박탈 소송도 제기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시민권 취득 과정에 대한 연방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형사기소나 시민권 박탈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오마르 측은 모든 이민사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향후 연방당국이 어떤 증거를 제시하느냐가 사건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