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5 10:20 AM

미국 주택 매물 '공개 원칙' 흔들리나...컴패스 비공개 매물 확대에 업계 격돌

By 전재희

최대 중개업체 Compass, 매물 먼저 자체 네트워크에서 공개...Zillow·MLS와 충돌
비판론 "소비자가 전체 시장 못 본다"...Compass "집주인이 판매방식 선택할 권리"
미국에서 집을 사기 위해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를 검색할 때 실제로 시장에 나온 모든 매물을 보고 있는 것일까.

지난 20년 가까이 미국 주택시장에서는 대부분의 매물이 지역 다중매물정보서비스(MLS)를 거쳐 Zillow와 Trulia 같은 대형 부동산 사이트에 공개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체로 "그렇다"였다. 그러나 미국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로 성장한 Compass가 매물을 공개시장에 내놓기 전에 자체 네트워크에서 먼저 판매하는 전략을 확대하면서 이 같은 관행이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Compass, 매물을 먼저 '비공개 독점'으로

Compass는 주택 판매자에게 매물을 처음부터 MLS나 Zillow 같은 공개 사이트에 올리는 대신 회사 내부 웹사이트에서 'Private Exclusive' 형태로 먼저 판매하는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방식에서는 Compass와 계열사 소속 중개인들만 매물을 직접 볼 수 있다. 경쟁 중개업체의 에이전트나 고객이 해당 주택 정보를 얻으려면 Compass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

부동산 매물관리
(부동산 매물관리 논쟁. AI)

Compass는 최근에는 소속 중개인들에게 기존 공개 부동산 포털에서 매물을 빼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StreetEasy에서 매물을 철회하는 중개인에게 1,000달러의 크레딧까지 제공했다.

과거 Compass가 전체 주택 매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을 때는 이러한 전략의 영향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1월 Compass가 Coldwell Banker, Corcoran, Century 21, Sotheby's International Realty 등의 모회사인 Anywhere Real Estate를 16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중개인 4만명에서 20만명 이상으로

Anywhere 인수 이후 Compass의 미국 내 중개인 수는 약 4만명에서 20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Compass International Holdings는 이제 미국 전역에서 상당한 규모의 주택매물을 취급한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맨해튼에서는 Compass와 계열사가 주거용 부동산 거래금액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전체 매물의 30% 이상을 취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Compass 측은 이러한 시장점유율 추정치가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하면서도 회사 자체적으로 해당 수치를 집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Compass가 매물을 공개시장에 내놓지 않는 전략도 더 이상 한 중개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전체 주택시장의 투명성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매물 둘러싼 벨벳 로프 만들 수 있다"

Compass의 비공개 매물 전략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관심까지 끌고 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스콧 피츠제럴드(Scott Fitzgerald·공화·위스콘신) 의원은 지난 7월 Compass 최고경영자 로버트 레프킨(Robert Reffkin)에게 비공개 매물 네트워크에 대한 브리핑을 요구했다.

피츠제럴드는 비공개 네트워크가 주택시장에 일종의 '벨벳 로프'를 만들어 일부 소비자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데릭 존슨(Derrick Johnson) 회장은 지난 8월 타임지 기고문에서 이런 비공개 매물 네트워크를 '디지털 레드라이닝(digital redlining)'에 비유했다.

Compass는 모든 매물을 어떤 방식과 시점에 판매하든 공정주택법을 포함한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켓 리스팅'은 원래 예외적 방식

공개하지 않는 주택 매물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 부동산업계에는 오래전부터 이른바 '포켓 리스팅(pocket listing)'이 존재했다. MLS 등에 공개하지 않고 특정 중개인과 고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유명인이나 이혼 중인 부부처럼 자신의 집이 시장에 나왔다는 사실 자체를 공개하고 싶지 않은 판매자를 위해 MLS 규정도 일정한 예외를 인정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주인은 가능한 한 많은 잠재 구매자에게 집을 보여줘 빠르게, 그리고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를 원한다.

부동산 감정평가사이자 시장분석가 조너선 밀러(Jonathan Miller)는 "40년에 걸친 연구를 보면 주택을 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높은 가격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Compass 경쟁업체 Brown Harris Stevens의 베스 프리드먼(Bess Freedman) CEO는 과거 포켓 리스팅은 어디까지나 예외였다며 "Compass는 그것을 원칙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Compass의 'Private Exclusive'와 'Coming Soon'

Compass가 사용하는 비공개 전략은 크게 두 형태다.

'Private Exclusive'는 Compass와 계열사 중개인들에게만 매물이 공개되는 방식이다. 다른 중개회사 고객은 Compass를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한다.

'Coming Soon'은 Compass 웹사이트와 Redfin 등 일부 사이트에는 매물이 나타나지만 지역 MLS와 Zillow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개 포털에는 아직 등록하지 않는 방식이다.

비판론자들은 Compass가 매물을 내부에 보유함으로써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 중개인을 모두 자사 소속으로 만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Compass가 거래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밀러는 "중개회사가 이러한 자기이익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판매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Compass "목적은 이중 수수료가 아니다"

Compass는 이러한 주장을 부인한다.

회사는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을 모두 Compass 중개인이 담당하는 거래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며, 그런 거래 비율 자체도 별도로 추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ompass는 대신 비공개 매물이 집주인에게 주택을 어떻게 판매할지에 대한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회사 측은 "법을 준수하는 한 집주인은 자신의 집이 어떤 방식으로 판매될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Compass는 자체 데이터를 근거로 자사가 처음 비공개로 판매한 주택은 비교 가능한 주택보다 평균 4.6% 높은 가격에 팔렸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매물이 이후 MLS에 공개됐을 경우 계약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34% 짧았으며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도 29% 낮았다고 밝혔다.

"공개시장 나가기 전에 더 비싸게 사겠다는 구매자도"

Compass 소속 보스턴 중개인 에릭 존슨(Eric Johnson)은 비공개 매물을 일종의 시험 판매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정식 공개에 앞서 구매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가격과 매물 présentation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담당하는 비공개 매물 가운데 약 20~30%는 MLS에 올라가기도 전에 판매된다고 말했다.

일부 구매자는 공개시장에 매물이 나온 뒤 입찰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호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

존슨은 매사추세츠주 퀸시의 한 수변주택을 사례로 들었다. 판매자는 155만~160만달러를 기대했지만 해당 주택은 공개 MLS에 올라가기 전에 163만달러에 거래됐다.

"그래도 더 받을 수 있었는지는 영원히 모른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사례만으로 비공개 거래가 판매자에게 유리했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밀러는 주택이 전체 시장에 공개되기 전에 팔릴 경우 판매자는 공개경쟁을 거쳤다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는지 영원히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Compass의 전략이 중개인들이 사무실 안에 매물카드를 보관한 뒤 누구에게 보여줄지를 직접 선택했던 1970~1980년대 미국 부동산시장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차이가 있다면 지금은 "하나의 거대한 부동산 중개회사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는 점이라고 그는 말했다.

밀러는 온라인에서 집을 찾는 소비자는 자신이 전체 주택시장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왜 우리가 탐정 노릇을 해야 하나"

Brown Harris Stevens의 프리드먼은 실제 경험도 소개했다.

회사 소속 중개인이 뉴욕 파크애비뉴의 한 아파트를 구매자에게 보여주던 중 Compass 중개인으로부터 같은 구조의 다른 층 아파트도 매물로 나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중개인이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 매물을 몰랐느냐. 우리에게 바로 구매자가 있다"고 묻자 Compass 측 중개인은 해당 아파트가 'private listing'이라고 답했다.

프리드먼은 이후 Compass의 레프킨 CEO에게 이메일을 보내 "왜 우리가 탐정 노릇을 해야 하느냐"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Compass는 비공개 매물도 자사 웹사이트를 이용하거나 회사에 문의하면 누구든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매물이 얼마나 오래 나와 있었는지도 소비자가 알아야"

휴스턴의 부동산 중개인 낸시 알모도바르(Nancy Almodovar)는 매물을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공개 MLS 밖에 두는 것은 구매자가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구매자들은 해당 주택이 시장에 얼마나 오랫동안 나와 있었는지, 공개 후 가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을 알고 싶어 한다.

알모도바르는 "소비자는 그런 질문을 하고 답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무엇을 숨기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소송·경고장까지...부동산업계 전면전

양측의 갈등은 공개적인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Compass는 Zillow뿐 아니라 미국 최대 MLS 가운데 하나인 California Regional MLS와도 소송을 벌이고 있다.

레프킨 CEO는 지난달 플로리다에서 열린 MLS 관계자 회의에서 MLS 밖에서 매물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Compass 중개인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제재하는 MLS가 있다면 소송을 제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프리드먼은 Compass의 관행을 비판하는 여러 기고문을 쓴 뒤 회사로부터 중지명령(cease-and-desist)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Compass가 뉴욕부동산위원회에 자신을 상대로 윤리신고까지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Compass는 프리드먼이 자사에 대해 허위이자 명예훼손적인 주장을 했다고 반박하면서도 비판에 대한 보복을 했다는 주장은 부인했다.

Zillow도 공개매물 원칙 강화

Zillow 역시 Compass에 맞서 대응에 나섰다.

Zillow는 전통적인 MLS 밖에서 24시간 넘게 먼저 판매된 매물은 자사 사이트에서 차단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Zillow 역시 완전히 중립적인 당사자는 아니다. Zillow는 많은 매물이 사이트에 올라올수록 방문자가 증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 중개인들에게 고객 정보를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Zillow 그룹의 에롤 새뮤얼슨(Errol Samuelson)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투명한 시장을 갖는 것이 소비자에게 유리하고, 동시에 그러한 공개시장이 Zillow의 사업에도 유리한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택시장의 핵심 쟁점은 '누가 매물을 볼 수 있느냐'

이번 분쟁의 핵심은 단순히 Compass와 Zillow 사이의 기업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주택시장은 수십 년에 걸쳐 대부분의 매물을 MLS를 통해 공유하고, 이를 Zillow 같은 사이트에서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Compass가 대형 부동산회사들을 인수하며 막대한 매물과 중개인 네트워크를 확보한 뒤 비공개 매물을 확대하면서 이 구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Compass는 판매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비공개 판매가 오히려 더 높은 가격과 빠른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쟁업체와 소비자단체는 더 많은 주택이 특정 회사의 내부 네트워크에 들어갈수록 구매자는 전체 시장을 볼 수 없고 판매자 역시 공개경쟁을 통해 받을 수 있었던 최고 가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결국 미국 부동산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의 핵심은 앞으로 집을 사고팔 때 매물정보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에 있다. 수십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장에 나온 집은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원칙 자체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