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9 09:33 AM
By 전재희
미 18세 미만 약 7,300만명 대상...현재 주가 기준 100억달러 상당
Anthropic의 '공익기금' 발표 하루 만에 공개...Trump Accounts 활용 가능성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내년 미국의 모든 어린이에게 자신이 보유한 SpaceX 주식 1주씩을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현재 SpaceX 주가와 미국의 18세 미만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약 100억달러 규모에 달할 수 있는 대형 주식 기부 계획이다.
머스크는 19일 새벽 X에 "내년 미국의 모든 어린이에게 내가 가진 SpaceX 주식 1주씩을 줄 것"이라며 "이것이 많은 것들의 첫 번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 나눠줄지, 정확히 누가 지급 대상이 될지, 언제부터 시작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SpaceX 역시 WSJ의 관련 질의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SpaceX 주가는 지난 16일 146.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인구조사국 최신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18세 미만 어린이는 약 7,300만명이다. 이들에게 각각 SpaceX 주식 1주를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규모는 약 106억달러에 달한다.
머스크의 발표 이후 SpaceX 주가는 19일 장중 약 2.8% 상승했다.
머스크는 현재 세계 최고 부자로 평가되고 있으며, WSJ 분석에 따르면 순자산은 9,000억달러를 넘어선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SpaceX 지분에서 나온다.
WSJ는 올해 초 머스크가 기술·엔지니어링 기업가로 활동한 지난 31년 동안 평균적으로 시간당 약 360만달러의 자산을 늘린 셈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머스크의 이번 발표는 AI 기업 Anthropic이 자사 주식의 5%를 새로운 '공익기금(public benefit fund)'에 출연하겠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 나왔다.
Anthropic은 해당 기금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거나 특정 계층을 지원하는 등 회사의 공익 목적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머스크는 Anthropic이 주식을 별도 기금에 넣기보다 아예 대중에게 직접 나눠주는 것이 낫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
그 직후 자신이 보유한 SpaceX 주식을 미국 어린이들에게 직접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WSJ는 머스크가 실제 주식을 배분할 경우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으로 미국 정부의 'Trump Accounts' 프로그램을 꼽았다.
Trump Accounts는 미 재무부가 수천만명의 어린이를 자동 등록해 투자계좌를 만들어주는 제도다.
재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새로운 규정은 부유한 개인이나 기업이 특정 연령 또는 지역에 속하는 어린이들에게 주식을 기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원한다면 미국 전역의 어린이들을 하나의 광범위한 대상 집단으로 설정해 SpaceX 주식을 각 계좌에 직접 넣어줄 수 있다.
Trump Accounts를 이용한 주식 기부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정부 규정에 따르면 가족들은 외부 기부자가 제공하는 주식 기부를 거부할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받은 주식을 5년 동안 매도할 수도 없다.
부모가 자신의 돈을 넣을 경우에는 주로 광범위한 주가지수 펀드에 투자되지만, 외부 기부자는 특정 회사 주식을 직접 넣어줄 수 있다.
재무부는 기부자들이 단순히 인덱스펀드에 돈을 넣는 것보다 특정 기업의 주식을 어린이들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을 때 기부 의향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은 기부자에게 세금상 혜택을 줄 수도 있다.
이미 크게 오른 주식을 직접 기부하면 해당 주식을 매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를 피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다른 소득에 대한 세금공제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머스크가 SpaceX 주식을 직접 기부할 경우 약 100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처분하면서도 일반적인 현금화 방식보다 세금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세금효과는 최종 기부구조와 관련 세법 적용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SpaceX 내부에서 비슷한 계획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SpaceX 사장 그윈 숏웰(Gwynne Shotwell)과 남편은 Trump Accounts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어린이 약 200만명에게 SpaceX 주식 1주씩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Dell 창업자 마이클 델(Michael Dell)과 부인 수전 델(Susan Dell)도 이 프로그램에 62억5,0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머스크가 계획대로 미국의 모든 어린이에게 SpaceX 주식을 배분한다면 지금까지 Trump Accounts를 활용해 공개된 기부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대규모 주식 기부를 한 적이 있다.
2021년에는 약 57억달러 상당의 Tesla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같은 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의 공개 논쟁도 화제가 됐다.
당시 WFP 사무총장 데이비드 비즐리(David Beasley)는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60억달러를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머스크는 WFP가 60억달러로 어떻게 기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면 Tesla 주식을 팔아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답했다.
다만 이후 WFP가 실제로 머스크로부터 해당 자금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계획은 최근 AI·우주산업을 통해 급격히 커진 거대한 기업가치의 일부를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Anthropic은 회사 지분 5%를 별도 공익기금에 출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반면 머스크는 중간 조직을 거치지 않고 SpaceX 지분 자체를 미국 어린이들에게 직접 나눠주겠다는 방식을 제시했다.
계획대로 약 7,300만명의 어린이가 SpaceX 주식을 각각 1주씩 보유하게 된다면 이들은 단순한 현금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SpaceX라는 기업의 향후 가치 상승 또는 하락을 직접 공유하게 된다.
다만 현재까지 머스크가 발표한 것은 원칙적인 약속에 가깝다. 구체적인 대상 선정과 지급 방식, 실제 주식 이전 시점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발표의 최대 관심사는 머스크가 약 100억달러 규모에 이를 수 있는 주식 기부 계획을 실제 어떤 제도를 통해 실행에 옮길 것인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