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9 09:55 AM

JP모건, '미국 안보·공급망'에 1년간 2,300억달러 금융지원...다이먼 "1.5조달러 훌쩍 넘길 것"

By 전재희

방산·에너지·중공업·희토류 등 전략산업에 대출·투자...미국 공급망 강화에 금융권 직접 참여
제이미 다이먼 "기존 JP모건이라면 하지 않았을 초기기업 투자도 진행"...정책 영향력 확대 행보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가 국가안보와 공급망 안정 강화를 목표로 지난해 출범시킨 1조5,0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첫 1년 동안 약 2,30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의 '안보 및 회복력 이니셔티브(Security and Resiliency Initiative)'는 미국 경제가 해외 공급망 교란과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략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JP모건 다이먼 회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자료화면)

JP모건은 4조달러가 넘는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방위산업체와 에너지기업, 중공업체에 직접 투자하거나 이들 기업의 대출과 투자유치를 주선하고 있다.

첫해 2,300억달러 금융지원

JP모건은 19일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약 2,30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에 금융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지원대상은 방산업체와 에너지 공급업체, 중공업 기업 등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분야다.

은행이 직접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 기업대출을 제공하거나 채권·투자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다만 2,300억달러 전체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거래는 아니다.

예를 들어 Dominion Energy와 NextEra의 1,250억달러 규모 합병 거래 일부도 이 프로그램 실적에 포함됐다. JP모건 내부에서도 이 거래는 해당 프로그램이 없었더라도 진행했을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다이먼 "평소보다 더 이른 단계 기업에 투자"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기존 은행업무만 재분류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이먼은 WSJ Leadership Institute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JP모건이 통상적으로 거래했을 시점보다 훨씬 초기 단계의 기업들과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일반적인 대출 기준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업에도 국가안보와 공급망 측면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이먼은 전체 프로그램 규모에 대해서도 "우리는 1조5,000억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전략기업 투자와 같은 시기에 출범

JP모건의 1조5,000억달러 프로그램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국가안보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출범했다.

미국 정부는 당시 Intel과 U.S. Steel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에 투자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희토류 기업 MP Materials 사례도 JP모건 프로그램 출범에 영향을 미쳤다.

MP Materials는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로, JP모건은 지난해 미 국방부가 이 회사 지분 15%를 취득할 당시 자문을 제공했다.

다이먼은 이후 JP모건도 국방부와 함께 MP Materials에 직접 투자했어야 했다고 생각했고, 이 경험이 안보·회복력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계기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국가 산업정책의 일부로

이번 이니셔티브는 미국 대형 금융기관이 단순한 기업대출을 넘어 국가 산업정책과 공급망 전략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 희토류, 에너지, 방산, 첨단제조 등에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국가안보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과 직접투자를 통해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JP모건과 같은 민간 금융기관도 대규모 자본을 동원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JP모건은 4조달러가 넘는 자산규모를 활용해 미국 내 공급망 취약지역을 메우는 기업을 발굴하고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미시간·Ford와 20억달러 제조업 투자

지난달 JP모건은 미시간주와 Ford Motor와 함께 2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하는 제조업 육성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목표는 미국 공급망에서 부족한 생산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제조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와 대기업,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신생 제조업체의 성장을 지원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과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방식은 JP모건의 국가안보 프로그램이 단순히 대형 방산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중소·신생 제조기업까지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이먼, 금융인 넘어 정책 영향력 확대

WSJ는 이 프로그램이 다이먼의 미국 경제·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이먼은 JP모건 CEO로 재직한 지 20년을 넘어섰으며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재정, 에너지, 공급망, 교육, 규제 등 국가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그가 한때 정계 진출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직접 선거에 출마하기보다 JP모건 CEO라는 위치에서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습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이먼은 올여름 샌프란시스코에서 JP모건 직원들에게 "대통령이 되고 싶기는 하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나는 훌륭한 직업을 갖고 있고, 지금 이 자리에서도 많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만으로 공급망 문제 해결 못 해"

하지만 다이먼은 대규모 금융지원만으로 미국 제조업과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미국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 가운데 상당수는 자본 부족이 아니라 숙련된 노동력 부족과 복잡한 인허가 규제에 있다는 것이다.

공장을 지을 자금이 있어도 이를 운영할 숙련공이 부족하거나, 각종 환경·건축·행정허가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투자가 실제 생산능력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다이먼은 "많은 공급업체들이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 도움이 반드시 자본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과 국가안보의 경계 흐려져

JP모건의 이번 프로그램은 미국 대형은행의 역할이 과거보다 훨씬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신용위험과 수익성을 기준으로 대출과 투자를 결정해왔지만,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공급망 안정과 국가안보라는 전략적 기준이 보다 중요한 판단요소로 들어오고 있다.

반도체와 희토류, 에너지, 방산, 첨단 제조업처럼 국가안보와 경제안보가 겹치는 분야에서는 정부정책과 민간 금융의 경계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

첫해에 이미 2,30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금융을 집행한 JP모건은 당초 목표였던 1조5,000억달러를 넘어서는 지원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다이먼이 강조했듯 미국의 공급망 재건이 성공하려면 금융뿐 아니라 숙련인력 확보와 인허가 제도 개선, 실제 생산기반 확충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 JP모건의 대규모 금융지원은 미국이 추진하는 산업·안보 전략의 한 축이 되고 있지만, 자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 역시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