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0 08:55 AM

헤지펀드 거물의 초대형 이혼소송이 남긴 4가지 재무 교훈

By 전재희

Two Sigma 공동창업자 존 오버덱, 아내와 수십억달러 재산분할 소송
"혼전계약·기업가치 평가·시장급여·패밀리오피스 분리 중요성 보여줘"

월가의 대표적인 헤지펀드 거물 존 오버덱(John Overdeck)과 별거 중인 아내 로라 오버덱(Laura Overdeck)의 이혼소송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미국 금융계에서는 이 사건이 기업가와 자산가들에게 어떤 재무적 교훈을 주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존 오버덱은 헤지펀드 Two Sigma의 공동창업자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이혼합의금으로 아내에게 7억2,300만달러를 제시하고 있지만, 로라는 혼인기간 중 형성된 재산에 남편의 Two Sigma 지분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라는 남편의 Two Sigma 지분가치를 약 62억달러로 평가하면서 이 가운데 약 35%에 해당하는 22억달러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John and Laura Overdeck

(존 오버텍 & 로라 오버텍. 블름버그)

양측은 현재 뉴저지주 뉴어크 법원에서 수개월째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이혼 재산분할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가라면 혼전계약부터"

이 사건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문제는 두 사람이 혼전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존은 2002년 3월 로라에게 청혼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Two Sigma는 2,000만달러가 넘는 자본으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두 사람이 그해 말 결혼했을 때 Two Sigma의 운용자산은 이미 약 3억5,000만달러까지 증가해 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혼전계약(prenuptial agreement)을 체결하지 않았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당시 혼전계약서에 단순히 "혼인재산에는 사업체에 대한 지분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조항만 넣었어도 현재와 같은 거대한 분쟁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뉴욕의 이혼 전문변호사 리사 자이더먼(Lisa Zeiderman)은 현재의 상황을 두고 "그가 지금 얼마나 자신을 탓하고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혼 과정에서는 양측이 서로의 약점과 압박지점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사업가에게 특히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작을 때 혼전계약이 더 중요

샌프란시스코의 Fenchel Family Law에서 기업가들의 혼전계약을 다루는 로라 치커링(Laura Chickering) 변호사는 최근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계약서에도 비슷한 조항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이 아직 작지만 얼마나 성장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혼전계약을 체결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설명했다.

혼전계약이라고 해서 기업가가 모든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커링은 창업자가 사업체 지분을 개인재산으로 보호하는 대신 이혼 시 배우자에게 주택이나 다른 고가 자산을 양보하는 방식으로 협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가가 받는 급여는 혼인재산으로 유지하도록 해 배우자 역시 사업가의 노동을 통해 일정한 경제적 혜택을 받도록 하는 방법도 권고했다.

두 번째 교훈 "결혼 전에 회사가치 평가하라"

오버덱 소송의 두 번째 핵심 쟁점은 Two Sigma의 가치가 결혼 당시 얼마였느냐는 것이다.

뉴저지를 비롯한 여러 미국 주에서는 기업이 결혼 전에 설립됐더라도 혼인기간 동안 기업가치가 증가한 부분은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혼전계약에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 결혼 이후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조항이 현재 로라가 Two Sigma 지분 일부를 요구하는 핵심 근거다.

45억달러인가 62억달러인가

존은 자신의 Two Sigma 지분가치가 약 45억달러라고 주장한다.

반면 로라는 해당 지분의 가치가 62억달러라고 보고 있다.

존 측이 고용한 기업가치 평가 전문가는 결혼 당시 그의 Two Sigma 지분가치가 약 5,000만달러였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하지만 로라 측은 이 평가에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남편이 보유한 Two Sigma 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실제로 확정된 시점은 결혼 이후였다는 것이 로라 측 주장이다.

결국 결혼 당시 기업가치가 얼마였고, 혼인기간 동안 얼마나 증가했는지가 수십억달러의 재산분할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기업가치 기록이 없으면 이혼 때 전쟁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사업체와 창업자 지분의 가치를 결혼 전에 공식적으로 평가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부부관계가 좋을 때에는 회사가치가 얼마인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혼 과정에서 두 사람이 법적 상대방이 되면 같은 회사의 가치를 놓고 서로 완전히 다른 숫자를 제시하게 된다.

명확한 기업가치 평가자료가 존재하면 이혼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가치평가 전쟁'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교훈 "자신에게 시장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라"

기업가가 자신의 급여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도 이혼 과정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존은 법정에서 자신의 급여를 결정할 권한을 자신이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창업자나 사업주에게는 흔한 일이지만 이혼 과정에서는 배우자가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다.

사업주가 고의로 자신의 급여를 낮게 책정해 혼인재산으로 들어가야 할 돈을 회사 안에 남겨뒀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급여를 낮게 책정해도 문제

예를 들어 회사가 큰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창업자가 자신에게 지나치게 낮은 급여만 지급했다면 배우자는 회사 안에 남은 이익 역시 실질적으로는 부부가 함께 누렸어야 할 재산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를 피하려면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를 통해 해당 직책의 시장 수준 급여를 산정하고 그 과정과 근거를 명확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조언이다.

시카고의 신탁·상속 전문 변호사 로버트 로마노프(Robert Romanoff)는 사업가 배우자가 정기적으로 외부기관의 보상수준 조사를 받도록 혼전계약에 조항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주가 지나치게 낮은 보수를 받고 있다면 주요한 인생 변화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미리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 교훈 "회사와 패밀리오피스를 분리하라"

오버덱 사건이 보여주는 또 다른 문제는 회사와 개인자산 관리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점이다.

Two Sigma는 약 2023년까지 존 오버덱과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시겔(David Siegel)의 자산을 관리하는 멀티패밀리오피스를 회사 안에서 운영했다.

법정 증언에 따르면 Two Sigma 직원들이 당시 오버덱의 개인 업무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법적 문제로 이어졌다.

회사 변호사와 나눈 개인 대화, 비밀보호 못 받아

존은 법정에서 당시 Two Sigma 법률고문이었던 매슈 시아노(Matthew Siano)와 로라를 부부의 가족재단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존은 이 대화에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특권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아노는 존 개인의 변호사가 아니라 Two Sigma의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회사와 개인 법률관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패밀리오피스도 독립된 회사처럼 운영해야"

기업가와 초고액자산가들의 패밀리오피스에서는 이런 문제가 흔하게 발생한다.

Kirkland & Ellis의 신탁·상속 전문변호사 데이비드 핸들러(David Handler)는 대부분의 패밀리오피스가 상당히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직원에게 개인적인 가족문제까지 처리하도록 하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직원이 회사나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이익보다 자신의 상사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전 Deloitte 파트너이자 여러 상장·비상장기업과 패밀리오피스 이사를 지낸 킴벌리 밸런타인-포스카(Kimberly Valentine-Poska)는 패밀리오피스에 별도의 자문역을 두고 명확한 기록을 유지하며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밀리오피스 역시 하나의 독립된 사업체처럼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대형 이혼이 Two Sigma 경영권에도 영향

이번 소송은 개인적인 재산분할 문제를 넘어 Two Sigma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존은 회사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시겔과 장기간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이혼법원이 존의 Two Sigma 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을 혼인재산으로 인정하거나 가치평가 과정에서 새로운 판단을 내릴 경우 두 공동창업자 사이의 기존 권력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이혼소송은 가족법 전문 변호사뿐 아니라 월가의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AI 창업붐 속 더 중요해지는 자산설계

WSJ는 오버덱 사건이 억만장자들만의 특수한 사례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6년 미국의 신규 사업체 설립은 최근 수년 사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이용한 창업이 증가하면서 초기에는 가치가 거의 없던 기업이 짧은 기간 안에 수백만 또는 수십억달러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창업 시점에는 회사의 미래가치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혼전계약과 기업가치 평가, 급여체계와 소유구조를 초기 단계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4가지 교훈으로 압축

오버덱 부부의 이혼소송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재무적 교훈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사업가라면 결혼 전에 혼전계약을 체결해 사업체 지분이 이혼 시 어떤 방식으로 취급될지를 미리 정해야 한다.

둘째, 결혼 당시 회사와 창업자 지분의 가치를 독립적인 전문가를 통해 평가하고 이를 문서로 남겨야 한다.

셋째, 창업자가 마음대로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급여를 정하기보다 외부 기준에 따라 시장 수준의 보수를 받는 것이 향후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기업과 가족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를 철저히 분리하고 각각 별도의 법률·재무 자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수십억달러 자산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설계

현재 존은 7억2,300만달러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로라는 약 22억달러 상당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 사이의 격차만 약 15억달러에 달한다.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사건은 사업 성공 이후에 재산을 보호하려 하는 것보다 사업이 아직 작고 부부관계가 안정적일 때 지분과 재산관계를 미리 정리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업가에게 결혼은 개인적인 관계인 동시에 사업 지분과 미래 기업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무적 사건이기도 하다.

월가의 초대형 이혼소송이 던지는 가장 큰 교훈은 막대한 부를 축적한 뒤 복잡한 법정공방을 벌이는 것보다, 그 부가 만들어지기 전에 소유권과 재산관계를 명확히 설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