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0 09:31 AM
By 전재희
프랑스 2,500명 체포·피해 10억달러 넘어..."국가 위기 속 대통령 어디에 있나" 비판
금요일 밤 공연 관람→토요일 전국 폭동→일요일 위기회의·대국민 연설→곧바로 걸프 순방
프랑스가 최근 수년 사이 최악 수준의 폭동과 약탈을 겪는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의 위기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마크롱은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금요일 밤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Brigitte Macron)과 함께 파리 서쪽 낭테르에서 열린 셀린 디온(Céline Dion) 콘서트를 관람했다. 다음 날인 17일 프랑스 전역에서는 시청 방화와 상점 약탈, 차량 화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마크롱은 18일 위기회의와 대국민 연설을 한 뒤 곧바로 걸프지역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이 같은 일정이 알려지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국가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마크롱 측은 걸프 순방이 프랑스 생활비 위기를 악화시키는 연료가격을 낮추기 위한 에너지 확보 외교라는 입장이다.
마크롱은 16일 낮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다음 날 예정된 전국적인 시위를 언급하며 시민들에게 "평온과 존중"을 요청했다. 시위할 권리는 인정하지만 사람과 재산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였다.
그러나 그날 저녁 마크롱과 브리지트 여사는 낭테르의 플레니튀드 아레나에서 열린 셀린 디온 콘서트를 관람했다.
Fox News가 프랑스 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두 사람은 비교적 조용히 공연장에 들어갔다가 나왔으며, 약 3만5,000명의 관객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참석 자체는 대통령의 공식적인 업무 수행과 직접 충돌하는 일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수주째 학생시위와 경찰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었고 다음 날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후 폭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대통령의 판단을 둘러싼 논란이 뒤따랐다.
17일 토요일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생활비 상승과 열악한 학교환경, 공공서비스 문제 등에 항의하는 시위에 프랑스 전역에서 5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가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평화적으로 행진했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복면을 한 집단들이 경찰과 충돌하고 관공서와 상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파리에서는 차량과 바리케이드가 불타고 상점들이 약탈됐다.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 일부가 금속 바리케이드로 시청 출입문을 부순 뒤 건물 내부로 난입했다.
리옹에서는 관광시설과 상점이 공격받았고, 리모주에서는 19세기에 건축된 시청이 방화로 크게 파괴됐다. 불길은 건물 지붕까지 번졌고 역사적인 종탑도 무너졌다.
Reuters는 이번 폭동을 프랑스가 수십 년 사이 경험한 가장 심각한 수준의 폭력사태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주말이 지나면서 피해규모는 더욱 커졌다.
Reuters와 AP에 따르면 전국에서 약 2,400명 이상이 체포·구금됐고, 약 3,000개의 사업체가 파손되거나 약탈 피해를 입었다. 파리와 릴, 니스 등에서는 추가 폭력을 막기 위한 부분적인 야간통행금지 조치도 도입됐다.
Fox News는 이후 프랑스 당국의 집계를 인용해 체포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또 금융서비스업체 모닝스타(Morningstar)의 분석을 인용해 폭동에 따른 전체 재산피해가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단순한 거리충돌을 넘어 상점과 정부시설,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공공건물까지 파괴되면서 프랑스 정부의 사전 정보수집과 경찰 배치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마크롱은 18일 일요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전날 벌어진 폭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 국민이 이번 사태에 대해 "분노와 수치를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공공건물과 상점을 공격한 사람들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가비상사태를 즉각 선포하지는 않았다.
마크롱은 폭력을 통해 공화국의 제도와 질서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조직된 극좌세력과 혼란을 틈탄 범죄집단이 폭동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엘리제궁에서는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위기대책회의도 열렸다.
폭동 진압 실패 책임론이 확산되면서 로랑 뉘녜(Laurent Nuñez) 내무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국가가 심각한 치안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법질서 담당 지도부의 안정성이 필요하다며 사표를 반려했다. 이후 정부는 대규모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대신 폭력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제한적인 통행금지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AP에 따르면 통행금지 시행 이후 파리는 비교적 평온한 밤을 보냈지만 20일 기준 800명 이상이 검찰에 넘겨지고 약 150명이 수감되는 등 사법처리는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논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마크롱은 대국민 연설과 위기회의를 마친 뒤 예정됐던 걸프지역 순방을 취소하지 않고 출국했다.
Fox News는 그가 18일 쿠웨이트를 향해 떠났으며 국내 폭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에너지 협상을 위한 걸프 순방을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Reuters도 마크롱이 최근 걸프지역 순방을 계속하면서 국내문제와 동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비판이 정치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마크롱의 일정은 정치적으로 "금요일 콘서트→토요일 전국 폭동→일요일 위기대응→걸프 순방"이라는 상징적인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마크롱 측은 해외순방이 국내사태를 외면한 행보라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급등한 연료가격이 현재 프랑스에서 생활비 불만을 키우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걸프 산유국들과의 에너지 협상이 오히려 국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동지역의 군사적 불안으로 유럽의 석유와 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프랑스에서도 연료비 부담이 커졌다. Reuters는 급등한 연료가격과 생활비 문제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거리시위를 촉발하면서 정치지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대통령실 시각에서는 걸프 방문이 위기와 관계없는 외유가 아니라 국내 에너지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활동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마크롱의 정치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
우파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Marine Le Pen)은 마크롱 집권 아래 프랑스가 "폭력과 무기력 사이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며 자신을 법질서와 치안을 회복할 차기 지도자로 내세우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장뤼크 멜랑숑(Jean-Luc Mélenchon)이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요구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경찰력을 통한 강경진압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르펜은 정부가 충분히 강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멜랑숑은 정부가 경찰력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마크롱 정부는 정치적으로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받고 있다.
다만 마크롱의 셀린 디온 공연 참석을 보도할 때는 정확한 시간관계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마크롱이 시청이 불타고 대규모 약탈이 벌어지던 17일 토요일 밤 콘서트를 관람한 것은 아니다.
공연은 그 전날인 16일 금요일 밤이었다.
따라서 "프랑스가 불타는데 대통령이 콘서트를 보고 있었다"고 표현하면 시간적으로는 정확하지 않다.
정치적 논란의 핵심은 이미 수주째 학생시위와 폭력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었고, 다음 날 전국 대규모 시위까지 예정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금요일 밤 공연을 관람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 폭동이 발생한 뒤 위기회의를 열기는 했지만 곧바로 해외순방을 떠났다는 점까지 연결되면서 대통령이 국내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느냐는 비판이 커진 것이다.
현재 마크롱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단순히 폭동을 진압하는 것만이 아니다.
시위대는 높은 생활비와 교육환경 악화, 공공서비스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정부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미 수년간 GDP의 5%를 넘는 재정적자를 기록했고 국가부채와 국채금리 상승으로 추가재정을 투입할 여력도 제한돼 있다.
폭동 이후 프랑스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면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프랑스 국채와 주식, 유로화가 동시에 압력을 받는 모습도 나타났다.
2018~2019년 노란조끼 사태 당시에는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일부 불만을 완화할 여지가 있었지만, Reuters는 현재 마크롱에게는 당시와 같은 재정적 선택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마크롱은 임기 제한으로 다음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전국적인 폭동과 생활비 위기, 재정불안 속에서 르펜과 멜랑숑이 양쪽에서 세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마크롱의 대통령직 마지막 시기는 국가 통제력과 지도력을 둘러싼 시험대가 되고 있다.
셀린 디온 공연 참석과 폭동 직후의 걸프 순방은 각각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대통령의 정상적인 개인·외교 일정일 수 있다.
하지만 두 일정 사이에 프랑스에서 수년 만의 최대 폭동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폭동 직전엔 공연, 폭동 뒤엔 해외순방."
이 시간표가 마크롱 정부의 실제 대응 전체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적 위기 속 대통령의 판단과 우선순위가 적절했느냐는 논쟁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