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0 03:36 PM
By 전재희
양사 특별위원회 구성해 잠재적 합병 검토...머스크는 심사위원회에서 빠져
"조건 합의된 것 없고 성사 보장도 없다"...최종 결정은 주주투표로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테슬라(Tesla)와 스페이스X(SpaceX)가 양사 합병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20일 스페이스X의 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양사가 잠재적인 합병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각각 구성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특별위원회들이 아직 어떤 거래조건에도 합의하지 않았으며 실제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두 회사를 결합하는 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발언은 그동안 시장에서 추측 수준에 머물렀던 테슬라와 스페이스X 합병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적인 기업 차원의 논의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모두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고, 사업적으로도 여러 부분에서 연결돼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세계 최대 규모의 상업용 로켓 발사기업이자 위성인터넷 사업자인 스페이스X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인 테슬라가 하나의 기업집단 아래 들어가게 된다.
머스크는 두 회사 모두에서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에서는 과반수 의결권도 갖고 있다.
이해충돌 문제를 고려해 머스크 자신은 두 회사의 합병 검토 특별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나는 어느 쪽 이사회 특별위원회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실제 거래가 추진될 경우 최종 결정은 주주들이 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머스크가 양쪽 회사의 CEO이자 주요 주주라는 점 때문에 합병조건을 직접 결정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전부터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머스크라는 동일한 경영자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배터리와 에너지, 인공지능, 로봇, 위성통신, 제조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머스크 역시 과거 두 회사의 결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 특별위원회 구성으로 이 같은 논의는 단순한 시장의 추측에서 실제 기업 차원의 검토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스페이스X는 2002년 머스크가 설립했다.
머스크는 공동창업자였던 페이팔(PayPal)의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스페이스X 설립에 투입했다.
이후 스페이스X는 상업용 로켓 발사와 우주선 개발, 스타링크(Starlink) 위성인터넷 사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첨단 컴퓨팅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를 '슈퍼 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라고 부르며 앞으로 회사가 첨단 컴퓨팅 능력을 제공하는 주요 사업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머스크는 2004년 투자를 통해 테슬라 이사회에 합류했고 2008년 CEO가 됐다.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자율주행과 AI, 휴머노이드 로봇, 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단순히 자동차회사와 우주기업의 결합이 아니라 전기차·배터리·AI·로봇·위성인터넷·우주발사·첨단컴퓨팅을 하나의 기업 안에 묶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는 현재 미국 증시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대형 기술기업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합병 가능성이 공개되자 투자자들도 즉각 반응했다.
머스크 발언 이후 스페이스X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 넘게 상승했다.
테슬라 주가 역시 시간외 거래에서 약 1% 올랐다.
정규 거래에서는 스페이스X 주가가 0.11% 하락했지만 합병 논의가 공개된 뒤 분위기가 반전됐다.
테슬라는 정규장에서 1.54% 상승한 데 이어 시간외 거래에서도 추가 상승했다.
머스크의 합병 발언은 스페이스X의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막판에 나왔다.
스페이스X의 3분기 매출은 146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60% 넘게 증가했다.
이는 FactSet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도 웃돈 실적이다.
회사는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3분기에 44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투자규모도 급격하게 늘었다.
3분기 자본지출은 196억달러로 전년 동기 69억달러보다 거의 세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스페이스X가 기존 로켓과 위성사업뿐 아니라 AI와 첨단 컴퓨팅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WSJ는 스페이스X의 매출 급증을 이끈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AI 관련 투자를 꼽았다.
회사는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사업이 아니라 스페이스X의 미래 핵심 인프라 사업으로 보고 있다.
위성과 우주통신망, 데이터처리 능력을 결합해 대규모 첨단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은 테슬라의 AI와 자율주행, 로봇 기술과도 연결될 수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합병 논의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양사가 이미 각자의 산업에서 세계 최대 규모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상업용 로켓 발사와 위성인터넷 분야의 지배적인 사업자이며, 테슬라는 전기차와 배터리·에너지 분야의 대표기업이다.
여기에 양사가 모두 AI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합병이 이뤄질 경우 머스크는 우주와 통신, 자동차, 에너지, AI, 로봇 사업을 하나의 상장기업 또는 기업집단 안에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 합병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머스크 자신도 특별위원회가 아직 어떤 거래조건에도 합의하지 않았으며 거래 자체가 성사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합병이 실제 추진될 경우 양사의 기업가치 평가와 주식 교환비율, 지배구조, 소액주주 보호와 이해충돌 문제 등 복잡한 협상이 필요하다.
특히 머스크가 양쪽 회사에서 모두 막대한 지분과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조건의 공정성은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양사는 머스크를 제외한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를 통해 거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실제 합병안이 마련될 경우 주주들이 최종적으로 투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합병 결정이 아니라 공식적인 협상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에 가깝다.
하지만 테슬라와 스페이스X처럼 머스크의 사업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처음으로 합병을 공식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머스크의 표현대로 두 회사를 결합하는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판단이 특별위원회와 주주들 사이에서도 받아들여질 경우,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우주·통신·AI 기업 가운데 하나가 탄생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