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0 03:42 PM

앤트로픽 S-1 공개...상반기 매출 163억달러 급증, 순손실은 807억달러

By 전재희

매출 1년 만에 15배 가까이 증가...컴퓨팅·인프라 비용만 상반기 90억달러
향후 컴퓨팅 계약 최대 7,500억달러 가능성...대형 고객 집중·AI 사고 책임도 핵심 위험요인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인공지능 기업 Anthropic이 폭발적인 매출 성장과 동시에 막대한 컴퓨팅 비용, 대형 고객 의존, AI 모델 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 등 광범위한 위험요인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확인한 Anthropic의 IPO 예비투자설명서 초안에 따르면 회사는 2026년 상반기 16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달러에서 약 15배로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순손실은 807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130억달러 적자와 비교해 손실 규모가 급증했다.

다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실제 현금지출이 아니라 회사가 자금조달 과정에서 발행한 전환사채와 기타 금융상품의 가치변화를 반영한 회계상 비용이었다.

상반기 매출 163억달러...1년 전 11억달러

Anthropic의 성장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회사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16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11억달러였다.

2025년 전체 매출이 46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지난해 연간 매출의 세 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한 셈이다.

앤트로픽
(앤트로픽. 자료화면)

그러나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AI 모델을 훈련하고 서비스하기 위한 컴퓨팅 비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nthropic은 올해 상반기 컴퓨팅 능력과 인프라에 약 90억달러를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3억달러였다.

2025년 전체 컴퓨팅 비용이 73억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불과 6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지출을 넘어섰다.

컴퓨팅 확보 위해 최대 7,500억달러 규모 계약 가능성

Anthropic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필요한 컴퓨팅 능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투자설명서 초안에 따르면 회사는 향후 7~10년 동안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에 약 4,500억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 계약은 취소가 불가능하다.

Anthropic은 Google 클라우드에 1,110억달러, Amazon Web Services(AWS)에 1,100억달러, Microsoft에 31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약정했다.

이들 비용은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지급해야 하는 계약이다.

Nvidia 칩 임대에도 860억달러

Anthropic은 Nvidia의 AI 칩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AI 클라우드 업체들과도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Nscale과 Lambda로부터 Nvidia 칩을 임대하는 데 2033~2034년까지 최대 86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여기에 Broadcom과 연계된 Google 칩 임대계약에 따른 1,600억달러 이상의 의무까지 포함하면 현재 확정된 미래 인프라 비용은 6,000억달러를 넘어선다.

회사 측은 추가적인 컴퓨팅 계약도 협상 중이며 이들 거래가 체결될 경우 향후 부담이 최대 1,500억달러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모두 합하면 Anthropic의 장기적인 컴퓨팅 관련 지출 약정이 7,500억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필요한 만큼 컴퓨팅 능력 확보하기 어렵다"

Anthropic의 문제는 자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Amazon과 Google, Microsoft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에 더 많은 컴퓨팅 능력을 요청했지만 이들이 제공하려는 수준보다 Anthropic이 요구하는 규모가 더 컸다고 투자설명서에서 밝혔다.

또 대형 클라우드업체들이 AI 모델과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면서 Anthropic을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경쟁자로 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Anthropic은 장기 임대방식으로 자체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고 외부 사업자에게 시설운영을 맡기는 전략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일부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의 사업경험이 짧아 대형 클라우드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시설보다 안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상반기 순손실 807억달러

Anthropic이 공개한 숫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807억달러에 이르는 상반기 순손실이다.

이는 2025년 전체 순손실 420억달러의 거의 두 배에 달하며, 기업이 반기 기준으로 기록한 손실 가운데서도 매우 큰 규모다.

그러나 투자설명서를 보면 이를 영업손실과 동일하게 해석하기는 어렵다.

전체 손실 가운데 약 720억달러가 전환사채와 기타 자금조달 금융상품의 공정가치 변화에 따른 회계상 비용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상장기업의 기업가치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전환권이 포함된 금융상품의 가치도 함께 올라가면서 회사 장부에는 대규모 비용으로 기록될 수 있다.

따라서 807억달러라는 순손실 숫자만으로 Anthropic이 같은 규모의 현금을 실제로 소진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매출 20%가 고객 두 곳에서 발생

빠른 성장과 함께 고객 집중 위험도 드러났다.

Anthropic은 올해 상반기 매출 163억달러 가운데 약 20%가 단 두 고객에게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제한된 수의 고객"이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투자설명서에 적었다.

대형 고객 한두 곳의 계약 축소나 이탈만으로도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고객과 클라우드 파트너를 통해 AI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한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동시에 특정 고객과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설명서 3분의 1이 '위험요인'

Anthropic은 IPO 문서에서 AI 자체의 위험도 매우 비중 있게 다뤘다.

WSJ에 따르면 투자설명서 초안의 약 3분의 1이 각종 위험요인을 설명하는 데 할애됐다.

여기에는 사이버공격과 규제, 데이터센터 확보 문제뿐 아니라 AI 모델 자체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할 가능성도 포함됐다.

Anthropic은 AI 모델이 종료되지 않기 위해 "자기보존적(self-preserving)" 성향을 보일 수 있으며, 일부 상황에서는 인간이 모델을 계속 작동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협박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AI 모델 사고 발생 시 회사가 배상 책임 질 수도

회사는 일부 AI 모델의 유해행동에 대해 Anthropic이 직접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모델의 행동으로 데이터가 탈취되거나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배상 책임이 회사에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Anthropic은 특히 대형 AI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규모가 지나치게 커 보험 자체를 구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투자설명서에서 "재앙적인 AI 관련 사고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너무 클 경우 이를 보장할 보험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 안전을 핵심 기업철학으로 내세워온 Anthropic조차 투자자들에게 AI 시스템 자체가 상당한 재무적·법적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데이터센터 반대운동도 사업위험으로 등장

AI 산업의 급성장으로 미국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대되면서 지역사회의 반발도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떠올랐다.

Anthropic은 현재 대부분의 데이터센터 용량이 미국에 집중돼 있으며 해외 데이터센터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일부 해외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이미 투자의향서 등을 체결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과 물 사용량, 지역 전기요금 상승 우려 등으로 신규 시설에 대한 반대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Anthropic은 이러한 반대가 "여러 관할지역에서 더욱 조직적이고 협력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회사의 높은 인지도 때문에 Anthropic과 관련된 데이터센터 사업이 다른 프로젝트보다 더 큰 관심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연봉 65만5,000달러

창업자인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최고경영자와 그의 여동생 다니엘라 아모데이(Daniela Amodei) 사장의 보수도 공개됐다.

두 사람의 2025년 기본연봉은 각각 약 65만5,000달러였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 최고경영자들과 비교하면 현금급여 자체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

대신 대부분의 보상은 주식과 스톡옵션으로 구성됐다.

다리오 아모데이는 주식과 옵션을 포함해 지난해 약 1,800만달러의 총보상을 받았고, 다니엘라 아모데이는 약 1,650만달러를 받았다.

향후 특정 사업목표를 달성할 경우 추가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도 보유하고 있다.

공동창업자들 "지분 80% 자선활동에 사용"

Anthropic의 공동창업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개인 Anthropic 지분 가운데 80%를 자선활동에 사용하기로 약속했다고 투자설명서에서 밝혔다.

Anthropic은 또 최근 전체 회사주식의 5%를 새로운 '공익기금(public benefit fund)'에 배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금은 자선기부뿐 아니라 회사가 지정하는 특정 계층이나 대상에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최대 2조달러 기업가치 IPO 추진

Anthropic은 현재 초대형 IPO를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상장 과정에서 최대 약 2조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한 AI 스타트업 상장을 넘어 세계 증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술기업 IPO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매출과 AI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투자매력이다.

반면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장기 컴퓨팅 계약과 막대한 자본수요, 소수 대형고객 의존, AI 안전사고에 따른 배상책임 등은 그만큼 거대한 위험요인이다.

Anthropic의 핵심 문제는 '성장보다 빠른 인프라 확보'

이번 투자설명서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Anthropic의 문제가 AI 수요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매출은 1년 전보다 거의 15배 증가했지만 컴퓨팅 비용도 동시에 폭증했다.

회사가 향후 최대 7,500억달러에 달하는 컴퓨팅 관련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첨단 AI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본규모가 기존 소프트웨어기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AI 기업의 경쟁력이 더 이상 모델의 성능이나 개발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GPU와 전력,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Anthropic의 IPO는 결국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게 될 전망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매출이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컴퓨팅 투자와 장기계약 비용을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