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3 04:21 PM

아메리칸항공 "유가 내려도 항공권 가격 쉽게 안 떨어질 것"

By 전재희

CFO "연료비 하락해도 현재 운임 수준 대체로 유지 가능성"
3분기 연료비 67.5% 급증...9월 항공료는 전년 대비 22.4% 상승

국제유가와 항공유 가격이 앞으로 하락하더라도 미국 항공권 가격은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폭스 비지니스(Fox Business)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의 데번 메이(Devon May)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연료비가 내려가더라도 항공료는 대체로 현재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트블루 항공사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젯블루 항공사. 자료화면)

반대로 연료가격이 다시 상승할 경우 항공사들이 더 높은 운임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메이는 "연료가격이 오르면 더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야 하고, 그만큼 높은 항공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료, 실질가격 기준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 못해"

아메리칸항공은 현재의 높은 항공권 가격을 단순히 최근 유가 급등의 결과로만 보지 않고 있다.

메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명목 항공료는 올랐지만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가격 기준으로는 최근까지 과거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가격 인상은 이상적으로는 2024년에 일어났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항공업계가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어 운임을 충분히 올리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항공사들이 좌석 공급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운임 인상을 시도하기 어려웠고, 그 결과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7년 전 실질운임 수준 회복"

메이는 올해가 돼서야 항공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맞물리면서 운임을 실질가격 기준으로 약 7년 전 수준까지 다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실질기준 운임을 7년 전 수준까지 다시 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최근 유가가 내려간다고 해서 항공사들이 곧바로 가격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현재의 운임 수준을 단순한 고유가 대응이 아니라 오랫동안 미뤄졌던 가격 정상화의 결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연료비 67.5% 급증

아메리칸항공이 높은 항공료를 유지하려는 배경에는 올해 급격하게 증가한 연료비 부담이 있다.

회사의 3분기 연료비는 전년 동기보다 67.5% 증가했다.

평균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3.85달러였으며, 이에 따른 추가 연료비 부담은 약 19억달러에 달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항공사 손익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 것이다.

4분기 항공유 갤런당 4.70달러 전망

아메리칸항공은 4분기에도 연료비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4분기 평균 항공유 가격을 갤런당 약 4.70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4분기 가격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경우 아메리칸항공의 4분기 연료비는 전년 동기보다 약 28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운임을 낮추기 어려운 가장 직접적인 이유다.

올해 적자전망도 더 악화

아메리칸항공은 22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올해 손실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회사는 올해 조정기준 주당 1달러에서 1.60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전망에서는 주당 65센트 손실에서 65센트 이익까지 가능한 범위를 제시했다.

불과 몇 달 사이 예상치가 손실 쪽으로 크게 이동한 것이다.

급등한 연료비가 올해 실적 전망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매출은 오히려 사상 최고 수준

문제는 수요가 무너져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아메리칸항공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했다.

이는 회사가 제시했던 기존 전망치 상단도 넘어선 수준이다.

팬데믹 직후의 특수한 회복기간을 제외하면 회사 역사상 가장 높은 3분기 매출이었다.

즉 항공수요와 운임은 강하지만 연료비가 너무 빠르게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구조다.

9월 미국 항공료 22.4% 상승

미 노동통계국(BLS)의 최근 자료에서도 항공료 급등세가 확인됐다.

9월 미국 항공료는 전년 동월보다 22.4% 상승했다. 높은 항공유 가격과 강한 여행수요, 공급조절이 동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사들이 조종사와 정비인력 부족, 항공기 공급 차질을 겪으면서 좌석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려워진 것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하락이 곧 항공료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

소비자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제유가가 앞으로 안정되더라도 그 효과가 항공권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유 가격이 상승할 때는 항공사들이 비용 증가분을 운임에 반영하지만, 비용이 다시 내려간다고 해서 동일한 폭으로 항공료를 낮출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수요가 유지되고 좌석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항공사가 높은 운임을 유지할 유인이 커진다.

메이의 발언 역시 이러한 가격구조를 반영한다.

2027년 항공편 확대 속도도 늦춘다

아메리칸항공은 높은 연료가격 때문에 2027년 노선 및 운항망 확대 속도를 올해보다 늦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공사가 좌석 공급 증가를 제한하면 항공권 가격에는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면 항공사 간 가격경쟁이 강화되지만, 공급 확대가 둔화되면 기존의 높은 운임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따라서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공급 측면에서는 항공료 인하 압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항공권 가격의 새로운 기준점 형성 가능성

이번 아메리칸항공의 발언은 최근 급등한 항공료가 일시적인 고유가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공급과잉으로 오랫동안 운임 인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야 실질가격 기준으로 과거 수준을 회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가가 떨어질 경우 항공사들은 비용절감분을 가격 인하보다 수익성 회복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료가격이 오르면 항공료는 다시 올라가고, 연료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항공료는 현재 수준에 머무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앞으로 국제유가 하락이 반드시 더 저렴한 항공권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