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6 09:16 AM
By 전재희
맨해튼 관광지 주변까지 텐트촌 확산..."철거 전날 길 건너면 7일 다시 시작"
맘다니 행정부 "강제이동보다 서비스·주거 연결"...연말 종합대책 발표 예정
뉴욕시 곳곳에서 노숙인 텐트촌이 확산하면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시장의 초기 대응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민과 상인들은 시정부가 텐트촌을 철거해도 곧 다시 형성되거나 인근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보다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의 인트레피드 해양항공우주박물관(Intrepid Museum) 주변에서도 올여름 노숙인 텐트촌과 마약 사용이 늘어나면서 일부 부모들이 이 지역을 가족 나들이 장소에서 제외하기 시작했다.
헬스키친 지역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레슬리 우드러프(Leslie Woodruff)는 시정부가 방수포와 합판, 버려진 가구 등으로 만들어진 텐트촌을 철거해도 다시 생겨난다고 말했다.
그는 타임스스퀘어와 가까운 관광지역을 찾는 방문객들이 이런 모습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오랫동안 거리 노숙과 텐트촌 문제를 겪어왔으며 여러 시장이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맘다니 시장은 지난 1월 취임하면서 전임 에릭 애덤스(Eric Adams) 시장 시절 크게 확대됐던 노숙인 텐트촌 강제철거를 일단 중단했다.
그러나 한파 기간 야외에서 사망자가 잇따르자 철거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대신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텐트촌에 철거 통보를 한 뒤 최소 7일 동안 철거를 유예하고 그 기간 사회복지 담당자들이 노숙인들을 반복적으로 접촉해 쉼터와 의료서비스, 지원주택 등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도록 한 것이다.
뉴욕시가 공개한 맘다니 시장의 설명에서도 철거 통보 후 7일 동안 매일 아웃리치팀이 현장을 방문하고, 7일째 텐트촌을 정리하는 방식이 확인된다.
그러나 주민과 사업자들은 이 제도가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숙인이 철거 예정일 직전에 길 건너편이나 인근 블록으로 이동해 새로운 텐트를 설치하면 새로운 장소로 간주돼 다시 7일의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헬스키친 주민이자 지역 경찰서와 주민 사이의 연락 역할을 하는 단체 대표 델로레스 루빈(Delores Rubin)은 WSJ에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 정책은 미쳤다"며 "도움을 준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뉴욕시 당국은 7일 규정이 텐트촌 처리방식을 둘러싼 소송에서 합의된 조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맘다니 행정부의 논리는 단순 철거를 반복해서는 거리 노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숙인을 한 거리에서 다른 거리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철거 전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접촉해 실제 쉼터와 의료·주거서비스로 연결하겠다는 접근이다.
맘다니는 지난 7월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의 초점은 뉴욕 시민들을 쉼터로 연결하고 안정적인 주거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드는 데 있다"며 "단순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는 텐트촌 위치를 보다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여러 기관의 대응을 조정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도 도입했다.
또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에게 즉시 주거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작업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대응속도와 시정부의 정책목표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는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에 약 13개 블록에 걸쳐 형성된 텐트촌이 2주 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질문이 나왔다.
맘다니는 해당 지역에 철거 통보가 이뤄졌으며 7일 동안 아웃리치가 진행된 뒤 정리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기자가 정확히 언제 7일째가 되는지 묻자 그는 당시 날짜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뉴욕시가 실시한 2026년 노숙인 실태조사에서는 3월 10일 밤 기준 쉼터 없이 거리와 지하철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4,991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보다 약 11%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시 당국은 올해 조사가 이례적으로 따뜻한 3월에 실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사 당일 평균기온은 약 화씨 59도로 최근 수년의 조사일보다 약 20도 높았고, 이로 인해 지하철 내부에서 발견된 사람은 줄고 지상에서 발견된 인원은 크게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상에서 확인된 노숙인 수는 맨해튼에서 전년보다 961명, 브루클린에서 279명 증가했다.
뉴욕시는 4,991명이라는 숫자가 늘어난 것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미국 대도시와 비교하면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의 비율은 여전히 낮다고 강조한다.
시 사회서비스국(DSS)에 따르면 뉴욕의 전체 노숙인 가운데 쉼터 밖에서 생활하는 비율은 5% 미만이다.
시는 약 400명의 아웃리치 직원과 의료진을 24시간 운영하면서 거리 노숙인들을 쉼터와 영구주택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숙인 지원단체들은 주민과 사업자의 불편에는 공감하면서도 텐트촌 철거 자체가 해결책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Coalition for the Homeless의 데이브 기펜(Dave Giffen) 사무총장은 과거 쉼터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시가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숙인이 받아들일 만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람들을 도시 곳곳으로 쫓아다니게 만들 뿐이며, 오히려 안정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기펜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저렴한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맘다니 시장도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대규모 주택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지난 5월 발표한 'Block by Block' 계획은 향후 10년 동안 20만채의 새로운 저렴한 주택을 건설하고 기존 저렴한 주택 20만채를 추가로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뉴욕시는 이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220억달러의 자본을 저렴한 주택 공급에 투입할 계획이다.
맘다니 행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노숙 문제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계획이 주로 근로계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거리 노숙인 가운데 가장 소득이 낮거나 정신건강·약물중독 등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계층을 위한 지원주택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업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인트레피드 박물관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배관업체를 운영하고 주거·상업용 건물을 보유한 마이클 브레슬로(Michael Breslaw)는 지난 10개월 동안 주변 텐트촌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건물에 거주하는 한 가족이 창문에서 보이는 텐트촌 문제를 계속 호소하고 있어 임대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건물 1층의 델리는 텐트촌 주민들이 가게 앞에 버린 쓰레기 때문에 시정부로부터 벌금 통지까지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브레슬로는 "바로 길 건너 실제 텐트촌은 완전히 엉망인데 그곳에는 아무런 벌금도 부과되지 않는다"며 "일관성도 책임도 없다"고 비판했다.
맨해튼 이스트사이드의 고가도로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이스트리버 드라이브(FDR Drive) 아래에서도 텐트촌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공공공간에는 쓰레기뿐 아니라 취사용으로 사용하는 프로판 탱크까지 쌓여 있다.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민주당 시의원 버지니아 멀로니(Virginia Maloney)는 날씨 등의 이유로 철거가 연기되면서 일부 텐트촌이 몇 달 동안 그대로 유지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여름에는 한 대형 텐트촌 주변에서 공연음란 사건과 주거건물 경비원 폭행사건까지 발생해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고 그는 전했다.
멀로니는 여러 시기관과 직접 조율한 끝에 해당 텐트촌을 철거하고 다시 형성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시의원들도 거의 동일한 문제를 각각 별도로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의원 10명이 똑같은 문제의 서로 다른 버전을 해결하기 위해 10번 따로 전화해야 한다는 것은 시스템에 더 나은 구조가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주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이 요구하는 것도 단순히 텐트를 더 빨리 철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신고와 아웃리치, 철거, 쉼터 제공, 의료지원, 재형성 방지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맘다니 행정부는 현재의 7일 정책이 최종적인 노숙인 대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들은 시장이 올해 말까지 거리 노숙 문제를 위한 별도의 종합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실은 "의미 있는 거리 아웃리치와 안정화 선택지, 지원주택을 통해 뉴욕 시민들이 존엄과 돌봄, 안정성을 바탕으로 삶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현재 뉴욕시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텐트촌을 철거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선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주민과 사업자들은 장기간 지속되는 텐트촌이 공공안전과 위생, 관광, 상업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보다 신속한 대응을 요구한다.
반대로 노숙인 지원단체들은 강제철거만 반복하면 사람들이 한 블록에서 다른 블록으로 이동할 뿐이며 근본적인 거리 노숙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맘다니 행정부는 그 사이에서 7일간의 아웃리치와 서비스 제공을 통해 강제철거를 줄이고 주거 연결을 늘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바로 그 7일이라는 시간이 텐트촌이 이동하고 다시 만들어지는 허점으로 작동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취임 첫해 맘다니 시장이 직면한 과제는 결국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거리와 공공공간의 질서를 회복하면서도 노숙인을 단순히 다른 거리로 밀어내는 데 그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