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 09:18 AM
By 전재희
2026년 연간 10만대 판매 목표 세웠지만 올해 상반기 출하 358대
분사 이후 누적 손실 3억달러 넘어...전통 고객 외면·높은 가격·짧은 주행거리 발목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던 전기 오토바이 사업이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전기 오토바이 업체 LiveWire는 최고경영자 카림 도네즈(Karim Donnez)가 지난주 사임한 데 이어 특별 구조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사의 전략적 선택지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구조조정 전문회사 Ankura Consulting Group의 선임 매니징디렉터 로이 갤러거(Roy Gallagher)를 최고구조조정책임자(CRO)로 선임했다.
LiveWire는 이번 조치가 "전략적 대안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iveWire는 처음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할리데이비슨은 2014년 미래형 전기 오토바이 콘셉트로 LiveWire를 처음 공개했다. 특유의 굉음을 내는 대형 가솔린 오토바이로 유명한 회사가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상징적인 프로젝트였다.
2019년 실제 판매가 시작됐을 때 초기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LiveWire는 첫 투자자 행사에서 2026년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중반까지 실제 출하량은 358대에 불과했다.
초기 목표와 실제 판매 사이의 격차는 극명하다.
LiveWire는 전기 오토바이가 젊고 새로운 고객층을 할리데이비슨으로 끌어들이면서 기존 가솔린 오토바이 중심 브랜드를 첨단 기술기업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할리데이비슨 고객들은 전기 오토바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회사가 기대했던 새로운 젊은 소비자층도 충분히 유입되지 않았다.
Northcoast Research의 존 힐리(John Healy) 애널리스트는 "훌륭한 콘셉트이지만 아직 대중시장을 위한 제품은 아닐 수 있다는 경제적 현실을 인정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할리데이비슨은 2021년 LiveWire를 별도 회사로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회사는 전기 오토바이 사업이 기존 대기업 조직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처럼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LiveWire는 이후 2022년 상장했다.
그러나 분사 이후 매년 판매량은 수백대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LiveWire는 분사 이후 누적 3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회사의 부진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LiveWire 주가는 구조조정 발표가 나온 26일 약 2%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약 62% 하락했다.
CEO 사임과 구조조정위원회 출범은 회사가 기존 사업모델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LiveWire의 지분 약 90%는 여전히 할리데이비슨이 보유하고 있으며 할리데이비슨 임원 여러 명도 LiveWire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LiveWire의 어려움은 한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전기 오토바이 시장 전체가 지난 10여 년 동안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됐음에도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했다.
전기 오토바이는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토크를 제공해 빠른 가속이 가능하고 소음이 거의 없다.
하지만 자동차보다 훨씬 작은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짧다는 약점이 있다.
장거리 주말 라이딩을 즐기는 오토바이 이용자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버지니아주 렉싱턴에 사는 오토바이 이용자 벤 마셜(Ben Marshall)은 LiveWire 두 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오토바이가 한 번 충전으로 약 70~120마일을 주행한다고 설명했다.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는 충분할 수 있지만 장거리 라이딩이나 주말 여행에는 제약이 크다.
특히 전통적인 할리데이비슨 고객층은 장거리 크루징을 중요한 라이딩 문화로 여기기 때문에 이 같은 주행거리 문제가 제품 확산을 어렵게 만들었다.
가격도 문제였다.
LiveWire의 첫 모델은 할리데이비슨 브랜드로 판매됐을 당시 가격이 거의 3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상당수 가솔린 오토바이보다 훨씬 비싼 수준이었다.
현재 판매되는 모델은 당시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많은 가솔린 오토바이보다 비싸다.
마셜은 LiveWire의 가장 큰 문제는 주행거리보다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전기 오토바이 업체들이 더 작고 저렴한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LiveWire도 최근 전략을 바꾸고 있다.
회사는 최근 S4 Honcho라는 보다 저렴한 모델을 출시했다.
오프로드 버전은 5,000달러, 일반 도로주행이 가능한 버전은 5,500달러에 판매된다.
기존 LiveWire 제품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가격이다.
회사는 올해 고성능 오프로드 전기 오토바이 스타트업 Dust Moto도 인수했다.
다만 Dust Moto 제품은 아직 정식 판매되지 않았다.
LiveWire 고객들 가운데서는 제품 자체보다 회사의 마케팅과 브랜드전략이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콜로라도에 거주하는 리드 라이사넨(Reid Raisanen)은 3개월 전 LiveWire를 구입했다.
그는 회사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을 걱정하면서도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2022년형 모델을 상당한 할인 가격에 구매했다.
실제 오토바이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 자체는 거의 완벽하게 만들었다"며 "마케팅의 실패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할리데이비슨은 그동안 LiveWire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회사는 더 이상 추가 투자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할리데이비슨이 LiveWire 사업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다만 이미 막대한 자금과 브랜드 자산을 투자한 만큼 사업을 즉시 접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이번 LiveWire 구조조정 발표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LiveWire는 단순한 전기 오토바이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오토바이의 상징인 할리데이비슨이 전기차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였다.
할리데이비슨은 젊은 소비자와 새로운 라이더를 확보하고, 수십 년 동안 형성된 가솔린 엔진 중심 이미지를 첨단 모빌리티 기업으로 바꾸려 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전통 고객과 새로운 고객 모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LiveWire의 사례는 전기차 시장과 전기 오토바이 시장의 차이도 보여준다.
자동차는 출퇴근과 가족이동 등 필수적인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연료비 절감이나 환경규제 같은 요소가 전기차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
반면 미국에서 오토바이는 상당 부분 취미와 레저용이다.
소비자는 주행거리와 가격뿐 아니라 엔진소리, 진동, 브랜드 이미지와 라이딩 경험까지 구매기준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전기 오토바이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만으로 기존 소비자의 행동을 바꾸기가 더 어렵다.
LiveWire가 처음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2026년 연간 10만대 판매 목표와 올해 중반 358대라는 실제 출하량은 회사가 직면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초기에는 전기 오토바이가 할리데이비슨의 미래를 열어줄 혁신사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높은 가격과 제한적인 주행거리, 전통적인 오토바이 고객들의 낮은 관심, 예상보다 느린 전기 오토바이 시장의 성장이 겹치면서 사업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CEO 사임과 전문 구조조정 책임자의 투입은 이제 LiveWire가 단순히 판매전략을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 자체의 형태를 다시 결정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할리데이비슨이 10여 년 전 시작했던 전기 오토바이 혁명은 현재까지는 기대했던 대중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LiveWire의 다음 선택이 회사의 독립 생존 여부뿐 아니라 전통 오토바이 산업의 전기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