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30 09:45 AM

우크라이나, 2주 만에 러 정유시설 공격 재개...트럼프 압박에도 공습

By 전재희

사마라 지역 노보쿠이비셰프스크 정유공장 공격...10월 15일 이후 첫 정유시설 타격
트럼프 "유가 상승 원인" 지목하며 중단 압박...우크라이나군 Starlink도 열흘간 제약
젤렌스키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은 없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공습은 계속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약 2주 만에 재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30일 새벽 러시아 사마라 지역의 노보쿠이비셰프스크 정유공장을 공격했으며, 이는 지난 15일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이다.

이번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미 행정부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가운데 이뤄졌다. Reuters도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부대가 10월 중순 미국의 압박 이후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비공식적으로 중단했다는 WSJ 보도를 전했으며, 다만 자체적으로는 해당 지시를 독립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유공장 위로 거대한 연기

30일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는 노보쿠이비셰프스크 정유공장 일대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매체 Kyiv Independent도 현지 주민들이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정유공장 인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매체 역시 피해 규모와 영상의 세부 내용을 독립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불타는 러시아 정유공장
(불타는 러시아 정유공장. AFP)

노보쿠이비셰프스크 정유공장은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Rosneft가 운영하는 시설로 연간 약 880만톤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다. 항공유와 휘발유, 디젤, 윤활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을 생산하며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대상이 된 바 있다.

10월 15일 이후 첫 정유시설 공격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정유공장을 마지막으로 공격한 것은 지난 10월 15일이었다.

이후 20일부터는 러시아의 석유 관련 인프라 전체에 대한 공격도 중단됐다.

Reuters는 장거리 타격부대가 10월 중순 당시 이미 진행 중이던 작전을 마친 뒤 정유공장 공격을 일시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공격 중단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30일 노보쿠이비셰프스크 공격으로 이 같은 비공식적인 중단은 약 2주 만에 끝나게 됐다.

트럼프, 우크라이나 정유공장 공격 공개 비판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줄인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악화가 있었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의 휘발유와 디젤 가격 상승 원인 가운데 하나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지목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Reuters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란 전쟁 이후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르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공장 공격이 연료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제 에너지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상승의 더 큰 원인으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공급 차질을 지목해왔다.

우크라이나 "정유공격은 러시아 전쟁자금 차단"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다르다.

키이우는 러시아 정유공장과 석유시설 공격이 단순한 산업시설 공격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 수행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주장해왔다.

러시아는 석유와 석유제품 수출을 통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 수입이 전쟁비용을 조달하는 주요 자금원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젤렌스키는 이달 초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는 데 대응해 러시아 정유공장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은 없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정유공장 공격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예브헤니 흐마라(Evgeniy Khmara)는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민감한 외교상황 때문에 군이 정유공장 공격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젤렌스키는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군이 필요할 경우 방침을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7일 키이우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병사들이 며칠 동안 조금 더 조심하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정유공장을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럽 동맹국도 "미 중간선거까지 기다려라"

WSJ에 따르면 일부 유럽 동맹국들도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공장 공격 재개를 미국 중간선거 이후까지 미룰 것을 권고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사이의 긴장이 이미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추가적인 갈등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다.

Reuters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높은 휘발유와 디젤 가격에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에너지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러나 결국 미국 선거를 기다리지 않고 공격을 재개했다.

Starlink까지 열흘간 제약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정유시설 공격에만 그치지 않았다.

SpaceX는 지난 10월 14일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Starlink 위성통신 서비스 일부에 속도 제한을 적용했다.

Reuter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시속 160㎞ 이상으로 움직이는 장비에서 군용 Starlink 연결이 제한됐으며, 이로 인해 일부 드론작전과 군수지원 임무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부 부대에서는 고속으로 이동하는 드론과 차량에서 10~20초씩 연결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드론작전 일부 마비

Starlink는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통신수단으로 사용돼왔다.

러시아의 전파방해가 심한 전선에서도 지휘통제와 정보전달, 드론운용을 가능하게 해 우크라이나군에 매우 중요한 군사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속도 제한은 단순한 인터넷 품질 문제가 아니라 일부 장거리 드론작전을 실제로 중단시키거나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Fire Point도 최근 Reuters에 Starlink 제한이 이어진 열흘 동안 자체적인 우회방법을 개발해야 했다고 밝혔다.

10월 24일 서비스 정상화

제한은 약 열흘간 이어졌다.

흐마라 국방장관은 24일 Starlink 연결이 다시 정상화됐으며 시속 400㎞ 이상의 속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다시 장거리 드론작전을 보다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일론 머스크(Elon Musk)에게 직접 연락해 제한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기술 의존 위험도 부각

Starlink 제한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에게 또 다른 문제를 보여줬다.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기술을 미국 민간기업에 의존할 경우 정치적 결정이나 회사 정책 변화에 따라 군사능력이 갑자기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다.

Reuters는 최근 유럽에서 Palantir의 군사용 AI 플랫폼 등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으며, Starlink 제한 사례가 이런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장기적으로 자체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너지시설 공격 지속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공장 공격을 약 2주 동안 자제하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러시아군은 겨울을 앞두고 발전소와 변전소, 전력망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젤렌스키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려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에너지시설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러시아의 공격은 최근에도 계속됐으며 Reuters에 따르면 29일에는 드니프로의 철도 승강장이 러시아 드론 공격을 받아 최소 15명이 숨졌다.

"에너지 인프라 상호 공격 중단" 요구

젤렌스키는 러시아 정유공장 공격을 중단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도 멈추는 상호 합의를 원하고 있다.

러시아가 겨울철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계속 파괴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만 러시아의 에너지시설 공격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우크라이나는 과거에도 러시아 정유공장과 석유저장시설을 집중 공격해 연료 생산과 수출능력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Reuters에 따르면 올해에도 우크라이나의 드론공격은 러시아의 여러 주요 정유시설과 에너지시설의 가동을 중단시키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러시아산 디젤 공급까지 추진

미국의 입장은 최근 에너지가격 안정에 더욱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새로운 공급 합의에 따라 디젤 수출쿼터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Reuters에 따르면 러시아는 11월 대미 디젤 공급을 포함한 수출쿼터를 10월의 약 네 배인 200만톤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러시아 정유산업을 약화시키려는 전략과 미국이 러시아산 연료를 이용해 자국의 에너지가격을 낮추려는 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정유공장 공격은 전쟁의 핵심 경제전략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러시아군에 직접적인 연료 부족을 일으키는 것만은 아니다.

정유공장을 파괴하거나 가동을 중단시키면 러시아의 석유제품 수출이 줄고 수리비용이 증가하며 장기적으로 정부 재정에 부담이 커진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정면전만으로 전쟁의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러시아 본토 깊숙한 에너지와 군수시설을 장거리 드론으로 공격하는 전략을 강화해왔다.

이 때문에 정유공장 공격을 중단하는 것은 키이우 입장에서 중요한 전략적 수단 하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갈등의 새로운 시험대

노보쿠이비셰프스크 정유공장 공격은 따라서 단순한 군사작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크라이나는 약 2주 동안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러시아 에너지시설 공격을 사실상 자제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력망과 도시 공격을 계속하자 다시 정유시설 타격에 나섰다.

트럼프는 높은 미국 연료가격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정유공장 공격을 비판해왔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석유수입을 줄이는 것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양측의 이해관계는 에너지 문제에서 직접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와 디젤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석유산업을 공격하지 않으면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이 전쟁을 계속할 경제적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0일 러시아 정유공장 공격 재개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의 관계 악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군사전략을 다시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