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30 09:31 PM
By 전재희
65.76달러 마감, 1974년 이후 최악의 하루...4분기 매출 전망 월가 예상보다 15억달러 낮아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78% 급증했지만 PC 부문 급감·메모리 가격 폭등이 발목
"AI 서버용 칩은 부족하고 PC용 칩은 남는다"...인텔 턴어라운드 기대에 제동
인텔(Intel) 주가가 30일 29% 가까이 폭락하며 50여 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인텔은 전날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4분기 매출과 이익 전망을 크게 낮추고 PC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팔아치웠다.
인텔 주가는 전날 92.07달러에서 이날 65.76달러로 28.58% 떨어졌다. 장중에는 약 30%까지 하락했으며, 종가 기준으로는 1974년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하루 만에 사라진 시장가치는 약 1400억달러에 달했다.
인텔의 3분기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매출은 165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52센트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개선됐으며 회사의 매출과 이익은 자체 전망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었다.
인텔은 4분기 매출을 150억~160억달러로 전망했다. 중간값은 155억달러로,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약 170억7000만달러보다 15억달러 이상 낮다.
조정 주당순이익 전망도 25센트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약 43~44센트를 예상하고 있었다.
결국 시장은 좋은 3분기 실적보다 앞으로 매출과 이익이 다시 크게 떨어질 가능성에 반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텔의 전통적인 핵심 사업인 PC다.
3분기 Client Computing and Physical AI Group 매출은 81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 감소했다. 전체 인텔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사업이 다시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인텔은 PC 시장의 침체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인텔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에 따른 PC 시장 압력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PC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AI 열풍이다.
AI 데이터센터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를 대량으로 흡수하면서 반도체업체들이 생산능력을 AI용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PC에 들어가는 일반 메모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노트북과 데스크톱 제조업체의 원가가 상승하면서 완제품 가격이 올라가고, 소비자들이 PC 구입을 미루면서 인텔 프로세서 주문까지 감소하는 연쇄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Reuters는 인텔의 경고가 Dell과 Samsung을 비롯해 소비자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까지 압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진스너(David Zinsner) 인텔 최고재무책임자는 "PC 시장의 둔화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CPU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립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도 PC 시장의 단기적인 역풍에도 불구하고 인텔 CPU에 대한 전체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시장에서 인텔이 필요한 종류의 칩과 만들어내고 있는 칩 사이에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텔의 AI·데이터센터 사업은 매우 강하다.
3분기 Data Center and AI 부문 매출은 73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78% 증가했다.
인텔은 15년 만에 가장 높은 데이터센터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와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서는 GPU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서버 전체를 제어하고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CPU도 대량으로 필요하며 Xeon 프로세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탄 CEO는 Xeon 제품군에 대한 수요가 "이례적으로 강하다"며 공급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회사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여기서 인텔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수요가 약한 PC용 칩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는 고객이 원하는 만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Reuters는 Seaport Research Partners의 제이 골드버그(Jay Goldberg)가 이번 실적을 두고 경영진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인텔이 "15년 만에 최악의 PC 시장에서 소비자용 칩은 너무 많이 만들고 있고, 반도체 역사상 가장 강한 성장 사이클인 AI 서버에서는 칩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잘못된 생산계획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번 주가 폭락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인텔 입장에서는 상당히 역설적인 상황이다.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Xeon 서버 프로세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생산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인텔 매출의 전통적인 핵심인 PC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수요 감소로 주문이 줄고 있다.
따라서 AI 호황의 최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사업에서는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에는 상대적으로 생산능력이 많이 배치돼 있는 구조가 나타난 것이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도 성장하고 있다.
3분기 Intel Foundry 매출은 67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8% 늘었다.
인텔은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팹과 첨단 공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차세대 14A 공정용 설계키트를 공개했고 ASML, Applied Materials, Lam Research 등과 첨단 제조설비 개발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면 수십억달러씩 선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에 지속적인 부담이 발생한다.
Reuters는 인텔의 제조사업 확대에 필요한 투자가 회사의 현금을 빠르게 소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준 것은 현금흐름 전망이다.
진스너 CFO는 인텔이 올해도 플러스 현금흐름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PC 사업까지 약해지면서 현금창출 능력이 시장의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텔은 9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약 218억40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지만 장기부채는 약 463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주가만 떨어진 것도 아니다.
인텔이 채무불이행에 빠질 경우를 대비한 보험 성격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비용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Reuters에 따르면 인텔 CDS는 이날 17.5bp 상승한 124.75bp까지 올라 2022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다.
현재 인텔의 실제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다는 뜻이라기보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현금소모와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에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인텔 급락은 미국 정부에도 상당한 장부상 손실을 안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인텔 지분 약 9.9%를 주당 20.47달러 수준에 확보했다.
29일 종가 92.07달러를 기준으로 이 지분의 가치는 약 399억달러까지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30일 인텔 주가가 65.76달러로 추락하면서 정부 보유지분의 시장가치는 약 285억달러로 감소했다.
하루 만에 약 114억달러의 평가가치가 사라진 셈이다. 다만 정부의 최초 취득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당한 평가이익 상태다.
인텔의 경고는 반도체 시장 전체로 번졌다.
AMD와 Arm, Qualcomm, Nvidia, Broadcom, Micron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주도 이날 4~12% 하락했다.
유럽의 ASML도 6% 넘게 떨어졌고 대만 TSMC도 약 2%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는 3.5% 떨어졌고 삼성전자도 3% 하락했다.
Dell과 Hewlett Packard Enterprise, Super Micro Computer 등 서버와 컴퓨터 관련주도 6~11% 급락했다.
인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AI 투자가 메모리와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왜곡하고 있다는 우려로 확산된 것이다.
이번 하락폭이 더욱 컸던 이유 중 하나는 인텔 주가가 이미 크게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인텔 주가는 올해 초부터 6월 고점까지 거의 네 배 가까이 상승했다.
AI 데이터센터 CPU 수요 증가와 파운드리 사업의 회복, 미국 정부와 Nvidia 등의 투자에 힘입어 오랜 구조조정이 마침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
따라서 시장의 기대 수준도 매우 높아져 있었다.
조금 나쁜 실적이 아니라 향후 성장 시나리오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가이던스가 나오자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실적을 인텔의 모든 사업이 악화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3분기 전체 매출은 21% 증가했고 데이터센터 매출은 78%, 파운드리 매출은 58% 늘었다. 조정 순이익은 27억56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크게 증가했다.
회사는 3분기에 영업활동을 통해 51억달러의 현금을 창출했다.
따라서 현재 문제는 AI 시대에 인텔 제품의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수요에 생산능력을 얼마나 빠르게 맞출 수 있느냐에 가깝다.
30일 주가 폭락의 핵심은 결국 여기다.
인텔은 AI 데이터센터라는 수십 년 만의 최대 반도체 호황을 맞고 있고 실제 서버 CPU 매출도 78%나 늘었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제품은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PC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깊은 침체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 확장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면서 현금흐름까지 압박받고 있다.
인텔의 4분기 매출 전망 150억~160억달러는 월가 예상치보다 10억달러 이상 낮고, 조정 EPS 전망 25센트도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돈다.
결국 이날 29%에 가까운 폭락은 단순히 한 분기의 실적 실망이라기보다 인텔의 턴어라운드가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한꺼번에 주가에 반영된 결과다.
AI 붐은 인텔에 강력한 성장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메모리 가격을 올려 PC 시장을 압박하고, 파운드리와 생산능력 확대에 막대한 현금을 요구하고 있다.
인텔에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수요가 줄어드는 PC 시장의 생산을 조절하면서 공급이 부족한 AI 서버용 프로세서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고, 동시에 파운드리 투자로 인한 현금소모를 통제해야 한다. 30일 시장은 인텔이 그 세 가지를 동시에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