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2 11:31 AM
By 전재희
미 연방수사당국 첫 공식 확인...탈취자금 대부분 이더리움으로 전환
바이낸스 "63억달러 피해 중 약 60억달러 복구...고객 손실은 회사가 부담"
FBI, 거래소·블록체인 업체에 북한 연계 지갑 차단 요청
미 연방수사국(FBI)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에서 60억달러가 넘는 가상자산을 탈취한 해킹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민간 사이버보안업체들이 앞서 북한 연계 해킹조직의 소행으로 분석한 데 이어 미국 연방수사기관이 처음으로 북한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Fox Business에 따르면 FBI는 31일 북한의 사이버 작전 'TraderTraitor'가 지난 29일 바이낸스를 공격해 60억달러가 넘는 가상자산을 탈취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가 자체 집계한 전체 피해액은 약 63억달러로, 가상자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가운데 하나다.
FBI는 이번 공격을 북한과 연계된 'TraderTraitor' 사이버 활동으로 규정했다.
TraderTraitor는 북한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 등을 겨냥해 대규모 디지털 자산을 탈취하는 데 사용해온 해킹 작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발표는 바이낸스 해킹 직후 TRM Labs 등 민간 보안업체들이 제기했던 북한 배후설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FBI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이 바이낸스에서 탈취한 가상자산은 60억달러를 넘는다.
바이낸스는 앞서 전체 보안사고의 규모가 약 63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존 가상자산 최대 해킹사건이었던 2025년 Bybit 사건의 피해액 약 15억달러와 비교하면 네 배가 넘는 규모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가상자산 업계 최대 해킹을 넘어 전 세계 사이버 절도사건 가운데서도 가장 큰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수사당국은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자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FBI는 미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국세청 범죄수사국(IRS Criminal Investigation)과 함께 탈취자금의 블록체인 이동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북한 해커들이 훔친 가상자산의 상당 부분을 이더리움(ETH)으로 바꾸고 있는 움직임을 확인했다.
해커들이 탈취한 여러 종류의 토큰을 이더리움으로 전환하는 것은 자금세탁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한 과정으로 분석된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테더(Tether)나 서클(Circle) 같은 발행회사가 특정 지갑주소를 동결할 수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중앙 발행기관이 특정 지갑의 자산을 직접 동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커 입장에서는 동결 위험이 높은 토큰을 빠르게 이더리움 등으로 바꾼 뒤 여러 지갑과 탈중앙화금융(DeFi) 플랫폼을 거치는 것이 자금세탁에 유리할 수 있다.
FBI는 북한 해커들이 앞으로 탈취자금을 탈중앙화금융 플랫폼과 즉시 가상자산 교환서비스를 통해 추가 세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러 블록체인과 토큰을 반복적으로 이동시키면 자금의 출처와 최종 목적지를 추적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중앙화 거래소의 신원확인 절차를 피할 수 있는 DeFi 서비스가 북한 해킹조직의 주요 세탁경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FBI는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분석업체, 디지털 자산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북한 해커들과 연계된 지갑주소의 거래를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블록체인에서는 자금 이동기록이 공개되기 때문에 문제의 지갑주소를 특정하면 이후 이동경로를 계속 추적할 수 있다.
해커들이 자금을 현금화하기 위해 중앙화 거래소로 이동시키는 순간 해당 계정을 동결하면 상당한 금액을 회수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 직후 테더와 서클을 비롯한 가상자산 업체들은 약 30억달러 상당의 도난자산 이동을 막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회사들은 북한 해커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해당 토큰의 이동을 제한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바이낸스에서 63억달러 상당을 탈취했더라도 실제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은 이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있다.
바이낸스는 31일 전체 탈취자산의 약 90%를 이미 자체 자금으로 다시 채웠다고 밝혔다.
전체 피해액 약 63억달러 가운데 약 60억달러 상당의 고객자산을 복구한 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테더, BNB 등 주요 가상자산은 모두 100% 다시 확보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다만 거래량이 적은 일부 가상자산은 아직 완전히 확보되지 않았다.
바이낸스는 시장과 장외거래(OTC)를 통해 해당 토큰들을 계속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시장에서 사들이면 가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자산의 복구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바이낸스는 이번 해킹으로 발생한 재정적 손실을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도난자금으로 인한 재정적 충격은 이용자가 아니라 바이낸스가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킹으로 실제 회사 지갑에서 가상자산이 빠져나갔더라도 고객 계정에 기록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보유량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앞서 고객자산 복구를 위해 63억달러 이상을 회사 자금과 비상기금에서 별도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회사에는 사이버 사고에 대비한 Secure Asset Fund for Users(SAFU)라는 비상준비금도 있다.
하지만 SAFU 규모는 해킹 당시 약 12억달러 수준이어서 63억달러 피해를 모두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바이낸스는 일반 회사 준비금까지 대규모로 투입해야 했다.
바이낸스가 앞서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커들은 회사 엔지니어의 노트북 침해 등을 통해 내부 시스템에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바이낸스가 관리하는 대형 디지털 지갑에서 여러 종류의 가상자산을 빼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의 자산을 대형 회사 지갑에 집중적으로 보관하기 때문에 핵심 시스템이 뚫릴 경우 단 한 번의 침입으로 수십억달러가 빠져나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중앙화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진 구조적인 위험도 다시 보여줬다.
일반 주식거래소는 고객의 주식을 거래소가 직접 보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의 코인을 직접 지갑에 보관한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처럼 관리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성공적인 해킹 한 번이 가져오는 피해도 커진다.
바이낸스는 약 1670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회사 지갑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도 31일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번 사건을 언급했다.
트럼프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인지 아직 모르지만 북한이라면 그들과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Fox Business의 보도상 이 발언은 FBI가 북한의 책임을 공식 발표한 것과 같은 날 나왔다.
FBI는 이미 TraderTraitor를 배후로 지목했지만 백악관 차원에서는 관련 정보와 대응 방안을 추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연계 해킹조직들은 최근 몇 년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가상자산 해킹세력으로 부상했다.
전통적인 국제금융망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접근이 어렵지만 가상자산은 국경을 넘어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
블록체인 거래를 여러 지갑으로 분산시키고 DeFi, 믹서, 교환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탈취가 북한의 중요한 외화 확보수단 가운데 하나가 됐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FBI 발표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사건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해킹 발생 초기에는 TRM Labs와 Pangolin Intelligence 등 민간 사이버보안업체가 블록체인 거래패턴을 근거로 북한의 TraderTraitor를 배후로 지목했다.
당시에는 민간 보안업체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FBI가 공식적으로 북한 책임을 확인하면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국제 사이버범죄 사건이 아니라 북한 정권과 연결된 국가안보 문제로 확대됐다.
수사당국과 바이낸스의 다음 과제는 북한 해커들이 아직 통제하고 있는 자산을 얼마나 회수하느냐에 있다.
해킹 직후 약 30억달러가 동결됐지만 나머지 자산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여러 지갑으로 이동하고 이더리움 등으로 전환되고 있다.
북한이 DeFi 플랫폼과 즉시교환 서비스를 이용해 자금을 더 복잡한 경로로 이동시키기 전에 거래소들이 관련 지갑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차세대 사이버공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Patriarch와 Reputation Management Consultants 회장 에릭 쉬퍼(Eric Schiffer)는 이번 사건을 "세계에서 가장 큰 절도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AI 기술이 강력해질수록 해커들의 공격능력도 빠르게 고도화될 수 있다며 "AI 해킹의 대규모 유혈사태는 앞으로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바이낸스 해킹은 이미 피해액만 63억달러에 달한다.
FBI가 북한의 TraderTraitor를 공식 배후로 지목하면서 사건은 가상자산 거래소 하나의 보안사고를 넘어 미국과 북한 사이의 사이버 안보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바이낸스는 현재 고객자산의 약 90%를 이미 복구했다고 밝혔지만, 북한 해커들이 확보한 자금을 얼마나 차단하고 회수할 수 있을지가 이번 사건의 최종 피해규모를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