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3 11:12 AM

6억달러 들인 LA 초고층 아파트, Brookfield 결국 포기...고금리가 집어삼켰다

By 전재희

695피트·785가구 고급 아파트 Beaudry...개장 4년도 안 돼 소유권 포기
약 3억6000만달러 대출 재융자 비용 급증..."부채비용이 자기자본 가치 사실상 소멸"
LA 다운타운 회복 지연에 미국 아파트시장 1조8000억달러 부채 문제까지 겹쳐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을 대표하는 6억달러 규모의 초고층 고급 아파트가 개장한 지 불과 4년도 지나지 않아 개발사의 손을 떠나게 됐다.

세계적인 부동산 투자회사 브룩필드(Brookfield)가 LA 다운타운의 고급 아파트 타워 '보드리(Beaudry)'를 더 이상 보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건물 자체는 약 95%의 높은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고금리로 인해 약 3억6000만달러의 대출을 재융자하는 비용이 급증하면서 소유권을 유지할 경제적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695피트 초고층, 캘리포니아 최고층 주거건물 중 하나

Beaudry는 LA 다운타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거용 건물 가운데 하나다.

높이는 약 695피트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건물 가운데 하나이며, 짙은 유리 외벽을 통해 LA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다.

LA 초호화 아파트
(블룩필트가 투자한 LA 다운타운 초호화 아파트. 구글)

건물에는 실내 골프 시뮬레이터와 소금물 수영장, 반려동물 스파 등 고급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Brookfield는 이 프로젝트에 약 6억달러를 투입했다.

2023년 개장했지만 4년도 못 버텨

Beaudry는 코로나19 이후 LA 다운타운 부동산시장 회복을 상징할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았다.

건물은 2023년 4월 문을 열었다.

당시 Brookfield는 코로나 이후에도 LA 다운타운에서 최고급 주거시설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프로젝트로 Beaudry를 내세웠다.

하지만 올해 여름 Brookfield는 결국 이 건물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Brookfield "다운타운 LA의 구조적인 시장문제"

Brookfield 대변인은 Beaudry를 포기한 결정이 "LA 다운타운이 직면한 뿌리 깊은 시장의 어려움"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LA 다운타운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미국 도심지역 가운데 하나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직장인들이 사라지면서 오피스 수요가 급감했고 주변 상권과 주거시장까지 영향을 받았다.

현재 LA 다운타운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아파트 임대료도 이제서야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 문제는 '대출'

Beaudry의 가장 큰 문제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금융구조였다.

Brookfield는 건물에 약 3억6000만달러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대출을 현재 시장금리로 재융자하려면 수천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Brookfield는 결국 돈을 더 투입해 대출을 재융자하는 대신 건물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부채비용이 자기자본을 없애버렸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현재의 높은 대출금리가 Brookfield가 Beaudry에 투자한 자기자본 가치를 사실상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건물 가치가 남아 있더라도 대출을 갚고 새로운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기존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대출기관에 넘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엄청난 성공작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Newmark의 LA 다가구주택 자본시장 부회장 딘 잰더(Dean Zander)는 Beaudry에 대해 "엄청난 성공작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건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결과적으로 "부채시장이 너무 멀리 가버렸다"고 평가했다.

프로젝트 자체의 품질이나 입지보다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융구조가 무너졌다는 의미다.

대출기관은 Apollo 계열 Bridge Investment

Beaudry에 약 3억6000만달러를 대출한 곳은 Apollo가 소유한 Bridge Investment Group이다.

Brookfield가 건물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Bridge Investment는 현재 해당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투자자가 이 대출을 할인된 가격에 인수하거나 건물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소유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주변 부동산 대출도 디폴트

Beaudry만의 문제도 아니다.

Brookfield는 이미 이 건물 주변에 보유한 여러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에서 디폴트를 냈다.

이들 자산은 모두 같은 부동산 투자펀드에 포함돼 있었으며 해당 펀드는 현재 투자 보유기간의 종료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결국 Brookfield 입장에서는 Beaudry 하나를 살리기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아파트시장 1조8000억달러 부채 폭탄

Beaudry 사례는 LA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아파트 소유주들이 향후 10년 동안 상환하거나 재융자해야 할 부채는 약 1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그 가운데 거의 절반이 올해부터 2028년 사이에 만기가 돌아온다.

문제는 이 대출 상당수가 초저금리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당시보다 대출금리 두 배 이상

많은 부동산 투자자들은 코로나 이전이나 저금리 시기에 낮은 이자로 건물을 매입하고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이 대출을 연장하려면 당시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가 빠르게 오르면 높은 이자비용을 상쇄할 수 있지만 최근 아파트 임대료 상승세도 둔화됐다.

결국 높은 금리와 낮은 임대료 상승률이 동시에 부동산 투자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아파트 대출 연체율 1%→7.1%

이러한 스트레스는 이미 금융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Morgan Stanley 분석에 따르면 상업용 모기지담보증권(CMBS)에 포함된 다가구주택 대출의 연체율은 2023년 10월 약 1%에서 올해 7.1%까지 급등했다.

주요 부동산 유형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다.

한동안 상업용 부동산 위기의 중심은 오피스였지만 이제 아파트시장까지 금융압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Blackstone 아파트 대출도 특별관리

지난 10월에는 Blackstone의 약 13억달러 규모 CMBS 대출도 특별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이 대출은 미국 남부 선벨트 지역의 여러 다가구주택과 연결돼 있다.

Morningstar Credit에 따르면 해당 대출은 10월 초 채무상환을 하지 못한 뒤 특별관리 대상으로 전환됐다.

대형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들도 높은 금리와 부동산가격 조정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코로나 전 LA 다운타운은 아파트 개발 붐

현재 상황은 몇 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코로나19 이전 LA 다운타운은 미국에서 가장 활발한 아파트 개발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젊은 직장인들이 다운타운으로 이동했고 서부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샌프란시스코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고 개발비용도 낮은 LA에 몰렸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LA 다운타운에는 1만가구 이상의 신규 아파트가 건설됐다.

RentCafe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 어느 다운타운보다 많은 물량이었다.

재택근무가 모든 계산 바꿔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다운타운 오피스에 출근하는 직장인이 줄었고 주변 식당과 상점, 서비스업도 타격을 받았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LA 다운타운을 위험지역으로 보기 시작했고 신규 투자도 급감했다.

하지만 Brookfield는 이런 상황에서도 Beaudry 개발을 계속 진행했다.

목표 고객은 대학생이 아니었다

현재 Beaudry는 약 785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입주율은 약 95%다.

CoStar에 따르면 현재 제시되는 평균 임대료는 월 약 4200달러다.

LA 다운타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Brookfield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목표했던 임대료에는 미치지 못한다.

원래 목표 고객층도 지금과 달랐다.

월 2500달러 스튜디오에 USC 학생 입주

WSJ가 만난 USC 2학년 학생 맥스 싱(Max Xing)은 지난 8월 Beaudry로 이사했다.

그는 46층에 있는 약 550제곱피트 규모의 스튜디오에 거주하며 주차비를 포함해 월 약 2500달러를 내고 있다.

그는 대학 기숙사보다 선택지가 많다는 이유로 이 건물을 선택했다.

Beaudry의 설계에 참여한 앤드루 파크스(Andrew Parks)는 원래 이런 고객을 예상했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운타운 직장인 위한 건물이었다"

파크스는 "이 건물은 다운타운에서 일하는 비즈니스 전문직 종사자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 당시 "매우 세련된 느낌의 건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다운타운 직장인 인구가 줄어들면서 건물의 실제 입주자 구성도 달라졌다.

현재는 젊은층과 대학생들이 상당수 입주하고 있다.

95% 입주했는데도 사업 실패

Beaudry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입주율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가 95% 정도 채워져 있다면 성공적인 부동산처럼 보인다.

하지만 높은 입주율만으로 투자수익을 보장할 수는 없다.

당초 예상했던 임대료보다 낮은 가격으로 세입자를 받아야 하고 무료임대 같은 각종 인센티브까지 제공한다면 실제 수익은 크게 낮아진다.

무료 임대까지 제공

Brookfield는 다른 LA 다운타운 아파트 소유주들처럼 새로운 입주자를 유치하기 위해 몇 주 동안 임대료를 받지 않는 프로모션도 제공해왔다.

명목상 임대료가 월 4200달러라도 한두 달의 무료기간을 제공하면 실제 연간 임대수익은 상당히 낮아진다.

결국 높은 입주율에도 불구하고 건물의 현금흐름은 초기 사업계획에 미치지 못했다.

임대료 회복 기다리다 결국 포기

부동산업계에서는 내년부터 LA 다운타운 임대료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Brookfield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높은 대출금리를 감당하면서 향후 임대료 상승을 기다리는 것보다 손실을 인정하고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고금리가 부동산 가격을 무너뜨리는 방식

Beaudry는 고금리가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압박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 가격은 단순히 건물의 임대수익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투자자가 얼마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같은 건물이 같은 임대수익을 내더라도 대출금리가 3%에서 7%로 올라가면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이자는 두 배 이상 증가한다.

건물은 그대로인데 투자 가치는 급락

Beaudry는 여전히 695피트 높이의 최신식 고급 아파트이고 입주율도 95%다.

건물의 물리적 상태가 나빠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금융비용이 급증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결국 6억달러를 들여 건설한 건물을 소유한 개발사가 추가 자금을 넣는 대신 자산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부동산의 '전략적 디폴트'

이런 방식은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흔히 '전략적 디폴트'라고 불린다.

대출금보다 건물의 실질적인 자기자본 가치가 낮아지면 소유주는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담보를 대출기관에 넘길 수 있다.

특히 Brookfield처럼 여러 자산을 보유한 대형 기관투자자는 한 건물에 대한 애착보다 투자수익률을 우선한다.

경제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하면 손실을 확정하고 자금을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다.

Brookfield는 오히려 다시 살 준비

흥미롭게도 Brookfield가 부동산시장 전체에서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일부 부동산을 포기하는 동시에 경쟁 투자자들이 어려움에 빠져 자산을 매각할 때 다시 시장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금리로 인해 다른 부동산 투자자들이 자산을 헐값에 내놓으면 이를 할인된 가격에 인수하겠다는 전략이다.

2024년 샌프란시스코 아파트도 헐값 인수

Brookfield는 이미 이런 전략을 실행한 경험이 있다.

202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전 소유주가 대출을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지자 2149가구 규모의 아파트 대출 포트폴리오를 크게 할인된 가격에 인수했다.

즉 고금리 때문에 자신의 기존 자산을 포기하면서 동시에 같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투자자의 자산을 싸게 사들이는 전략이다.

"높은 금리가 매수자를 압박하면 우리는 산다"

Brookfield 대변인은 이러한 전략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회사는 "높은 금리가 매수자들을 압박하면서 우리는 선별적으로 다시 시장에 진입해 우량자산을 매력적인 가격에 인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Beaudry를 포기하는 결정도 부동산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투자에서 손실을 정리하고 더 낮은 가격으로 새로운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자본 재배치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6억달러 건물이 보여주는 LA의 변화

Beaudry의 운명은 LA 다운타운의 지난 몇 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 이전에는 직장인 유입과 높은 임대료 상승을 예상해 초고층 고급 아파트가 대거 개발됐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오피스와 주거 수요가 동시에 약화됐고, 이후 금리까지 급등하면서 개발 당시의 사업계획 자체가 무너졌다.

입주율이 95%인 최신 고급 아파트조차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대출 만기가 온다는 것

더 큰 문제는 Beaudry가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아파트 소유주들이 향후 10년 동안 처리해야 할 부채는 약 1조8000억달러이고,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의 만기가 2026년부터 2028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

저금리 시기에 3~4% 수준의 대출을 받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훨씬 높은 금리로 재융자를 해야 한다.

임대료가 충분히 오르지 않는다면 건물 소유주가 추가 자본을 투입하거나, 자산을 매각하거나, Beaudry처럼 소유권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6억달러 건물도 금리를 이기지 못했다

Beaudry는 실패한 건물이 아니다.

785가구 가운데 약 95%가 채워져 있고 월 임대료도 LA 다운타운 평균보다 높다. 건물은 새롭고 입지도 좋으며 고급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Brookfield는 약 3억6000만달러 대출을 현재 금리로 다시 조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6억달러짜리 초고층 아파트를 무너뜨린 것은 빈 건물도, 세입자 부족도 아니었다.

Brookfield가 판단한 결정적인 문제는 돈의 가격이었다. 초저금리 시대에 만들어진 부동산 투자모델이 고금리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제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