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5 05:12 PM

앤트로픽, 1.5조달러 IPO에 제동...대형 투자자들 "1조달러가 현실적"

By 전재희

추수감사절 직전 최대 1000억달러 조달 계획...최근 AI주 폭락에 투자심리 급랭
IPO 참여 예정 주요 투자자들 "기업가치 낮춰야"...일부는 상장 연기 가능성도 거론
OpenAI도 300억달러 목표 중 110억달러 조달...AI 자본시장 분위기 급변

인공지능(AI) 기업 Anthropic이 추진하는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회사는 추수감사절 직전 상장을 통해 최대 1000억달러를 조달하고 약 1조50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AI 관련주가 대규모로 급락하면서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이 같은 평가액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앤트로픽
(앤트로픽 로고. 자료화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nthropic IPO에 참여할 계획인 대형 투자자 3명은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를 상당폭 낮춰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한 투자자는 실제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1조5000억달러가 아니라 1조달러에 가까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불과 며칠 사이 AI 투자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면서 한때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종목'으로 평가됐던 Anthropic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1조5000억달러 목표에 투자자들 제동

Anthropic은 당초 추수감사절 일주일 전 IPO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해왔다. 최대 1000억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하면서 기업가치를 약 1조5000억달러로 평가받는 방안이 시장에서 거론돼왔다.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지난 6월 SpaceX가 세운 기록을 넘어 역사상 가장 큰 IPO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 급락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IPO에 실제로 참여할 예정인 주요 투자자들은 1조5000억달러라는 가격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한 투자자는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최근 AI주에서 큰 손실을 본 기관투자자들이 다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도록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투자자는 상황에 따라 Anthropic이 IPO 자체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기업가치 1조달러까지 낮아질 가능성

가장 주목되는 것은 Anthropic의 기업가치가 당초 기대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다. 1조5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로 낮아질 경우 차이는 5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최근 시장이 AI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이 불과 몇 주 사이 얼마나 급격하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Anthropic이 반드시 1000억달러를 모두 조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회사는 9월 30일 기준 1466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IPO에서 조달하는 자금 규모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회사 경영진과 자문사들은 향후 며칠 안에 만나 IPO 일정과 가격, 조달규모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드시 사야 할 AI주' 분위기에서 급반전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많은 기관투자자들은 Anthropic을 상장되면 반드시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하는 이른바 'must-own' 종목으로 평가했다. Claude와 Claude Code의 빠른 성장, 기업용 AI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 최근 급증한 매출 등이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Anthropic은 Google과 Amazon, Nvidia 등 세계 최대 기술기업들과 사업과 자금 측면에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이번 IPO의 가격과 흥행 여부는 Anthropic 한 회사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AI 산업 전체의 기업가치와 투자심리를 평가하는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Google과 Amazon은 Anthropic의 주요 투자자이자 클라우드 인프라 파트너이고, Nvidia 역시 AI 생태계 전반에서 회사와 연결돼 있다.

나스닥 기업가치 하루 2조5000억달러 증발

Anthropic IPO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가 급변한 직접적인 계기는 이번 주 발생한 기술주 폭락이다. WSJ에 따르면 5일 나스닥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2조5000억달러 감소했다. AI 관련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AI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들이 동시에 급락했다.

이번 매도세는 단순한 실적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까지 투자자들은 AI 기업들이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비를 지출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Alphabet과 Intel 등 주요 기술기업의 실적과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AI 관련 자금조달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은 실제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훨씬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중간선거 결과도 AI 투자심리에 변수

이번 시장 변화에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데이터센터 확대와 AI 산업에 보다 비판적인 의원들의 영향력이 커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을 제한하거나 일시 중단하는 조치도 통과됐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 토지를 필요로 한다. 최근 미국 여러 지역에서 전력요금 상승과 환경문제, 지역사회 부담을 이유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어, 정치적 규제가 실제 AI 인프라 투자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Anthropic처럼 향후 수년간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는 데이터센터 확대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AI 규제와 데이터센터 건설제한 가능성은 기업의 장기 성장률과 비용구조를 평가할 때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등장했다.

OpenAI 자금조달 부진도 경고 신호

AI 자본시장의 변화는 Anthropic에 앞서 OpenAI에서도 나타났다. OpenAI는 최근 투자라운드에서 당초 300억달러를 조달하려 했지만 현재까지 확보한 투자약정은 약 110억달러에 그쳤다. 기업가치 역시 처음 기대했던 수준보다 낮은 약 1조2500억달러로 평가됐다.

OpenAI는 이후 패밀리오피스와 고액자산가 등으로 투자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지만, 최종 조달목표를 200억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AI 기업 가운데 하나인 OpenAI조차 목표액 절반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Anthropic IPO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참고사례가 되고 있다.

Anthropic과 OpenAI 기업가치 역전 가능성도

Anthropic이 1조50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면 현재 1조2500억달러 수준에서 투자받고 있는 OpenAI보다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최근 매출성장률과 수익성에서는 Anthropic이 OpenAI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기대의 근거였다.

Anthropic은 올해 1분기에서 2분기 사이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어 116억달러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OpenAI 매출은 약 18% 증가한 67억달러에 그쳤다. Anthropic은 2분기 소폭의 영업흑자를 기록한 반면 OpenAI의 영업손실은 확대된 것으로 WSJ는 앞서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는 빠른 매출성장만으로 과거와 같은 고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Anthropic의 성장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1조5000억달러라는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려면 앞으로도 높은 성장률과 수익성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줘야 한다.

1000억달러 IPO 자체가 시장에 부담

Anthropic이 원하는 조달금액의 규모도 문제다. 최대 1000억달러를 시장에서 한꺼번에 조달한다면 기관투자자들이 상당한 자금을 Anthropic에 배정해야 한다. 올해 Meta와 Alphabet, Amazon, SpaceX, Broadcom 등 여러 기술기업이 이미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수백억달러씩 자금을 조달하면서 투자자들의 AI·기술주 노출은 빠르게 높아졌다.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개별 기업의 신용위험뿐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가 하나의 AI 테마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집중위험'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Anthropic이 아무리 우량한 AI 기업이라도 신규 주식 1000억달러를 시장이 소화하려면 다른 기술기업에서 자금을 빼오거나 전체 위험자산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

이 때문에 Anthropic이 기업가치를 낮추는 대신 조달규모도 함께 줄이는 절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회사가 이미 1466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반드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시점에 1000억달러를 모두 확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상장 연기 카드도 남아

Anthropic은 지금까지 IPO 일정과 가격을 공식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채 여러 선택지를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경영진과 자문사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가능한 한 늦게 확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변동성이 계속된다면 상장시기를 연기하는 것도 선택지다. 추수감사절 직전이라는 기존 목표를 고집하기보다 기술주가 안정되고 기관투자자들의 위험선호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AI 투자심리가 더 악화되거나 경쟁사들이 먼저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다.

AI 기업가치 '무조건 상승' 시대 흔들리나

Anthropic의 IPO 논란은 최근 AI 산업에서 나타나는 더 큰 변화를 보여준다. 지난 수년 동안 AI 기업은 매출이나 수익성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빠르게 높여왔다. OpenAI와 Anthropic, AI 클라우드 업체들이 투자라운드를 진행할 때마다 이전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AI라는 이름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하기보다 실제 매출성장과 이익, 현금소모, 인프라 투자비용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AI 관련 기술주에서 수조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지면서 비상장 AI 기업도 상장기업과 같은 수준의 검증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OpenAI가 목표했던 300억달러를 채우지 못한 데 이어 Anthropic마저 1조5000억달러 기업가치를 낮춰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면 AI 기업들의 자금조달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Anthropic IPO, AI 시장의 새로운 시험대

Anthropic의 IPO는 단순히 한 회사의 상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계획대로 1조5000억달러 기업가치에 최대 1000억달러를 조달한다면 최근 AI주 폭락에도 투자자들의 장기적인 AI 신뢰가 유지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기업가치를 1조달러 수준으로 크게 낮추거나 상장을 연기한다면 최근 시장 조정이 일시적인 주가하락을 넘어 AI 산업 전체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시장의 관심은 Anthropic IPO가 SpaceX 기록을 얼마나 크게 넘어설지에 집중돼 있었다. 이제 질문은 달라졌다. Anthropic이 1조5000억달러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최근 AI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기관투자자들이 어느 가격에서 다시 지갑을 열 것인가가 핵심이 됐다.

Anthropic 경영진과 자문사들이 향후 며칠 동안 내릴 결정은 회사의 상장가격뿐 아니라 OpenAI를 비롯한 다른 AI 기업들의 기업가치와 향후 자금조달에도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