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6 03:22 PM
By 전재희
민주당 상원 장악으로 금융산업의 대표적 비판론자 전면에...소환·조사권까지 확보 전망
사모펀드·대형은행·암호화폐·예측시장 집중 겨냥...트럼프 행정부 금융정책도 조사 대상
신용카드 수수료·디뱅킹·예금보험 등에서는 트럼프·공화당과 협력 가능성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을 탈환하면서 월스트리트가 새로운 정치적 변수와 맞닥뜨리게 됐다. 지난 20년 가까이 대형은행과 사모펀드, 암호화폐 업계를 강하게 비판해온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내년 1월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Senate Banking Committee) 위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워런은 위원회의 민주당 간사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위원장을 맡을 유력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위원장이 되면 워런에게는 지금까지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조사수단이 주어진다. 청문회 의제를 결정하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을 증인으로 부를 수 있으며,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조사인력을 활용해 은행과 투자회사, 금융규제기관을 들여다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가 워런의 위원장 취임 가능성에 긴장하는 이유도 그의 정치적 성향 자체보다 이런 실질적인 권한이 손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워런은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부터 금융산업 개혁을 자신의 대표 의제로 삼아왔다. 하버드대 교수와 파산법 전문가로 활동하던 그는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에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설립을 주도했고, 2012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에는 청문회에서 은행 경영진과 금융당국자를 공격적으로 추궁하는 모습으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 2년 동안에는 은행위원회의 민주당 최고위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금융회사들에 수백 통의 서한을 보내 수천 건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공식 상원 은행위원회 자료에서도 현재 워런은 민주당 간사로 기재돼 있으며 금융규제와 소비자보호, 암호화폐, 은행 인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지금까지는 공화당이 위원회를 장악하고 있어 워런이 기업에 질문을 던질 수는 있어도 조사 의제를 직접 통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위원장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WSJ는 워런 측 인사들이 로비스트와 소비자보호·주택 관련 단체들에 "지난 2년 동안 해왔던 일을 계속하되 이제는 워런이 직접 열차를 운전하게 된다"는 취지로 향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런이 가장 강하게 겨냥해온 분야 가운데 하나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다. 그는 사모펀드가 부채를 이용해 기업을 인수한 뒤 배당과 수수료를 가져가고, 기업이 어려워질 경우 근로자와 채권자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구조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지난 9월에는 사모펀드가 인수기업의 부채와 책임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하는 'Stop Wall Street Looting Act'를 다시 발의했다.
워런은 지난 10월 사모펀드 인수를 "합법적인 약탈"이라고 표현하면서 일부 월스트리트 경영진은 막대한 돈을 벌지만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인수된 기업이 파산하며, 의료분야에서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장이 되면 이런 주장을 법안 발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청문회와 기업 조사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사모펀드 업계에는 특히 부담이 될 수 있다. 워런은 단순히 세율이나 규제기준을 바꾸는 것보다 경영진의 책임을 확대하고 인수기업의 부채구조와 배당, 수수료 지급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따라서 대형 사모펀드의 의료기관·주택·기업 인수 사례가 은행위원회의 주요 조사대상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대형은행 역시 워런의 오랜 비판 대상이다. 그는 JPMorgan Chase와 Bank of America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수수료와 대출,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고,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경영진의 책임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공화당 소속으로 과거 은행위원회 간사를 지낸 팻 투미(Pat Toomey) 전 상원의원은 WSJ에 워런의 위원장 취임이 은행업계에 좋은 소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는 수년 동안 은행들을 매우 공격적으로 비판해왔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워런이 주요 은행 최고경영자들을 청문회로 불러 소비자 수수료와 대출관행, 정부와의 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워런이 모든 금융산업과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Stifel의 워싱턴 정책전략가 브라이언 가드너(Brian Gardner)는 워런이 대형 금융회사들과 매우 긴장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정치적으로 자신이 단순한 '반은행 정치인'으로 보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워런이 모든 사안을 동시에 공격하기보다 몇 가지 상징적인 사안을 선택해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워런이 주목하는 또 다른 분야는 암호화폐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의 자금세탁과 소비자보호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의 암호화폐 사업이 정부의 금융규제 권한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해왔다. 지난 8월에는 트럼프 일가와 관련된 암호화폐 회사의 은행 인가를 문제 삼으며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s)도 새로운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와 경제 이벤트 결과에 돈을 거는 예측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 가능성과 시장조작, 소비자보호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워런 측은 예측시장에서 발생한 내부자거래 의혹과 암호화폐 회사의 소비자보호 실태를 초기 조사 우선순위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이 분야는 최근 금융기술과 전통 금융시장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암호화폐와 예측시장, 24시간 거래되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워런이 위원회를 장악하면 혁신 촉진보다 투자자보호와 금융안정에 더 무게를 둔 규제논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워런의 권한 확대는 민간 금융회사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규제 정책 자체도 은행위원회의 주요 감독대상이 될 수 있다. Reuters는 워런이 금융규제기관의 인사와 소비자금융보호국 축소, 특정 은행 인가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워런은 이번 주 민주당 은행위원회 의원들을 대표해 41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Capital One부터 Skydance까지 여러 기업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잠재적인 이해충돌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위원장이 되면 이런 문제를 청문회와 자료요구, 소환장으로 확대할 수 있다.
백악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에서 누구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정치적 조사와 급진적인 정책을 선택한다면 미국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워런이 실제로 위원장이 될 경우 금융정책을 둘러싼 백악관과 상원 은행위원회의 충돌이 트럼프 집권 후반기의 주요 정치전선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워런 측이 주목하는 또 다른 문제는 지난 2년 동안 연방 금융감독기관들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점이다. 그는 소비자금융보호국(CFPB)과 증권거래위원회(SEC), 통화감독청(OCC) 등이 충분한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위원장이 되면 워런은 이런 규제기관들이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감독활동을 의회 차원에서 일부 대신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청문회와 조사보고서, 기업자료 제출요구 등을 활용해 금융회사들의 행위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규제법안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Reuters도 워런이 위원장에 오르면 금융회사와 규제기관에 대한 조사인력과 소환권을 크게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월스트리트 입장에서는 규제기관뿐 아니라 의회라는 또 하나의 강력한 감독자가 등장한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의 중심이 행정부 규제기관에서 상원 청문회와 정치적 조사로 일부 이동할 경우 기업들은 규제위반 여부뿐 아니라 정치적·평판 리스크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월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워런 혼자만의 힘이 아닐 수 있다. 일부 금융정책에서는 워런과 트럼프 대통령, 공화당 내 포퓰리즘 성향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겹치기 때문이다. 워런은 대형은행이 정치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고객의 계좌를 폐쇄한다는 이른바 '디뱅킹(debanking)' 문제에서 트럼프와 일부 의견을 같이해왔으며, 신용카드 금리를 제한하는 정책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워런은 올해 공화당 팀 스콧(Tim Scott) 상원의원과 주택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고, 신용카드 이자율 상한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기도 했다. 또한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은행 예금보험 한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투미 전 의원은 월가가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이 민주당의 단독 규제가 아니라 양당 포퓰리즘 세력이 특정 금융정책에서 손을 잡는 상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수수료와 금리, 은행 수수료, 사모펀드의 기업인수처럼 일반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서는 좌우의 정치적 이해가 일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워런의 영향력은 은행위원회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털(Richard Blumenthal) 상원의원은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하원에서는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의원이 금융서비스위원장 유력후보로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암호화폐 산업과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금융거래에 대해 강한 조사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상원 은행위원회와 상설조사소위원회,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동시에 움직일 경우 하나의 사안을 놓고 여러 의회위원회가 병행조사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것은 이런 조사에 훨씬 큰 힘을 실어준다. 이전에는 공화당 위원장이 청문회 개최와 소환장 발부를 통제했지만 내년부터 민주당이 의제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 이후 시장에서도 정치적 변화에 대한 경계가 나타났다. 목요일 S&P 500은 4.4% 급락했고 JPMorgan과 Goldman Sachs 등 대형은행 주가도 각각 4% 이상 떨어졌다. AI 관련 투자에 대한 우려가 시장 급락의 주요 원인이었지만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금융·기술기업에 대한 규제와 조사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다.
특히 월가는 최근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우호적으로 평가해왔다. 그러나 민주당 의회가 출범하고 워런이 은행위원장을 맡는다면 규제완화의 방향과는 정반대의 정치적 압력이 의회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위원장이 된다고 해서 워런이 원하는 정책을 모두 법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갖고 있고,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정도의 의석을 확보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금융규제 입법에는 공화당의 협력이 필요하다. 오히려 청문회와 조사, 자료공개처럼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지 않은 의회 감독권이 워런의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워런이 은행위원장에 오를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그는 위원회의 민주당 최고위 의원이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위원장을 맡을 위치에 있다. Reuters 역시 워런이 내년 1월 은행위원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변수로는 이번 선거에서 상원에 복귀한 오하이오의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이 있다. 브라운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은행위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일부 금융권 로비스트들은 그가 다시 위원장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현재 의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브라운이 워런과 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워런이 은행위원장이 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이상 그의 금융정책이 그대로 입법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월가 입장에서는 법안 통과 여부와 별개로 소환장과 청문회, 자료요구가 훨씬 즉각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워런은 지난 수년 동안 이미 서한과 공개질문을 이용해 은행과 금융회사들을 압박해왔다. 이제 위원장이 되면 기업들이 그의 서한에 답변하지 않을 경우 청문회나 공식 조사로 이어갈 수 있는 수단이 훨씬 많아진다. 워런과 가까운 인사들이 최근 금융업계에 "그에게 편지를 받은 사람이라면 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있다는 WSJ 보도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결국 민주당의 상원 탈환은 금융산업에 단순한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월스트리트를 오랫동안 비판해온 워런이 금융산업을 감독하는 가장 강력한 의회위원회의 수장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가 실제 위원장이 된다면 사모펀드와 대형은행, 암호화폐와 예측시장,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정책까지 조사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동시에 신용카드 금리와 수수료, 디뱅킹, 예금보험처럼 트럼프와 공화당 포퓰리스트들도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는 예상 밖의 초당적 금융규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월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워런이 혼자 강경한 금융정책을 추진하는 경우만은 아니다. 금융회사에 대한 민주당의 규제 요구와 공화당의 포퓰리즘이 일부 사안에서 결합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백악관과 워런이 이끄는 상원 은행위원회가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금융업계를 압박하는 상황도 가능해진다. 워런의 위원장 취임 가능성이 월스트리트에서 단순한 인사문제를 넘어 새 의회의 가장 중요한 금융시장 변수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