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은행들은 예금금리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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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더 낮추면 연 2% 초중반대의 금리 상품도 귀해진다. 금리 인하 소식에 노후자금을 예금으로 맡겨놓은 이자생활자의 마음은 편치 않다.

김모(68·여)씨는 1년 전 5천만원을 저축은행의 연 3% 초반대 정기예금에 묻어뒀다가 이달 만기를 앞뒀지만 돈을 다시 맡길 곳을 찾지 못해 고민이 깊다.

김씨는 “1년새 금리가 더 떨어져 이제는 예금을 해도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것 같아 걱정"이라며 "펀드나 주식은 반 토막 난 기억이 있어 엄두를 못 내는데 마땅한 대안이 안 보인다"고 푸념했다.

국민은행 목동PB센터 공성율 팀장은 "금융자산가 중 은행 예·적금에 기대는 분은 이제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저금리 기조와 금융소득 과세가 강화되면서 절세상품이나 국내주식 투자상품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저금리가 심화될수록 예금 자산가는 수익률과 위험도가 한 단계 높은 저위험 투자상품으로, 저위험 상품 투자자는 중위험 투자상품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저금리 시대의 도래로 이자생활자 뿐 아니라 연금과 보험 소비자에게도 직격탄을 날릴 전망이다.

시중금리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자산운용수익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보험사들이 공시이율을 잇따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보험료는 오르고 소비자들이 받는 연금이나 보험금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모아 자산을 운용한 다음 그 수익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자산운용수익률이 계약자 몫으로 줘야 할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보다도 낮은 역마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은 4.5%였지만,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은 5.2%로 0.7%포인트의 역마진이 발생했다.

보험사 경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초저금리 시대를 맞은 일본에서는 상당수 보험사가 파산한 전례가 있다.

지난 1997년 닛산생명 파산을 신호탄으로 2001년까지 도호생명, 다이하쿠생명, 다이쇼생명, 교에이생명, 치요다생명, 다이이치화재, 도쿄생명 등 8개 보험사가 잇따라 도산했다.

파산 사태를 피하려고 일본 보험사들은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전반적인 보험료를 올려 수익성을 높이고, 설계사를 대폭 감축해 영업 비용을 줄였다. 공시이율(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금리)과 예정이율(보험 상품의 예상 수익률)을 계속 낮춰 가입자들이 받는 보험금 규모가 전보다 줄어들도록 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이미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 ING생명 등 대규모 인력 감축에 들어간 보험사가 잇따르고 있으며, 보험사의 공시이율도 가파른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만 해도 5%가 넘었던 보험사 공시이율은 현재 3% 중후반대까지 떨어졌으며,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보험 가입자에게 주는 보험금이나 중도해지 때 받는 환급금이 줄어든다. 연금상품 가입자의 연금 수령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원 김모(43)씨는 "노후에 대비해 지난해 말 매달 50만원씩 납입하는 연금보험에 가입했는데 올해 들어 공시이율이 0.3%포인트나 하락했다"며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연금 수령액이 줄어든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