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지난 2000년 정부 주도의 인위적 합병에 반대하며 총파업 투쟁을 벌인지 14년 만에 금융노조가 3일 총파업을 강행했다. 1년 새 전체의 5%에 해당하는 270지점이 패쇄되는 등 수익성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권에는 바람 잘 날이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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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KB금융과 외환·하나은행 조기통합 문제를 포함해 금융권 현안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금융권 가운데 가장 큰 몸살을 앓고 있는 KB금융의 경우, 정부의 공기업 복지혜택 축소에 강력히 반발하는 등 파업 참가율이 높아 업무에 다소 지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3일 "3천명 넘는 직원이 오늘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전체 1만2천명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이날 파업에 참여한 것이다. 연간 100만원에 달하는 복지혜택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줄이는 데 대한 반발 때문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8일부터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동반 퇴진 등을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고,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동반 사퇴하지 않는 한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노조와 경영진의 갈등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외화은행의 경우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방침이 가시화되면서 두 은행 경영진과 총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7월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공론화한 뒤부터 외환 노사가 각자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맞붙은 가운데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지난달 19일 조기통합을 공식 선언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외환·하나 경영진이 은행 간 경쟁 격화 상황에서 통합을 미루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며 조기통합에 의지를 보이는 반면, 외환은행 노조는 조기통합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간 보장한다는 기존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노조는 KB금융과 외환은행 관련 이슈 외에도 ▲금융공기업 정상화방안 중단 ▲신용정보집중기구·금융보안전담기구·서민금융총괄기구 설립 재검토 ▲비정규직·무기계약직 차별 철폐 ▲여성할당제 시행 및 모성보호 강화 ▲통상임금 확대 ▲우리은행·농협·수협은행 업무협약(MOU) 폐지 등 지부별 현안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간부는 "은행권이 이런저런 이슈로 시끄러운 가운데 명절을 앞두고 빨간 띠를 두르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은행권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갈등이 더 격화되지 않을지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