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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중징계(문책경고)로 상향 조정했다.
경징계(주의적 경고)로 충분하다는 지난달 22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결정이다.
KB금융그룹 직원들은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당초 중징계 통보를 받았던 두 사람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의견으로 기사회생하면서 조직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최 원장의 중징계 결정으로 그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국민은행의 한 간부는 "지난해 말부터 카드 정보 유출,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위조 등 대형 사건이 잇따라 KB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는데 이제 그 절정에 이른 느낌"이라며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중징계 결정을 두 사람이 자초했다는 비판 어린 시선이 적지 않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의견으로 기사회생했다면 마땅히 자중하고 대승적인 화해를 이뤘어야 하는데, 두 사람이 보인 모습은 그와는 정반대였다는 지적이다.
'소통과 화해'를 내걸고 떠난 템플스테이에서 충돌이 빚어져 이 행장이 먼저 돌아오는 불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고, 이 행장의 주 전산기 교체 관련 임원 고발로 임 회장과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결과를 낳았다.
KB금융그룹의 한 직원은 "두 분이 다투는 모습이 그룹 외부에 어떻게 비춰졌을지 짐작이 간다"며 "본인의 생각과 주장이 어떠하든 그룹의 장래를 위해 통 큰 화해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행장에 이어 임 회장 두사람 모두 사퇴할 경우 KB금융그룹은 회장과 행장 모두를 새로 선임해야 한다. 이 과정도 만만치 않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은 사외이사 9명으로 이뤄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하게 된다. CE0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지는 내부 후보들과 헤드헌팅업체가 추천하는 외부 후보들이 후보군을 구성한 후 서면평가, 평판조회, 심층면접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국민은행장 선임은 KB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2명으로 이뤄진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맡는다.
지난해 임 회장 선임 때는 5월 초 회추위 가동 때부터 6월 12일 임 회장의 후보 선정 때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행장 선임도 6월 5일 민병덕 전 행장의 사임 때부터 7월 18일 이 행장 내정 때까지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두 수장이 모두 사퇴하면 국민은행은 당분간 부행장 대행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 KB금융은 임 회장이 사장 직제도 폐지한 만큼 수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된다. KB금융그룹 초유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셈이다.
차기 수장의 선임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외부 인사인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들어와 1년여 만에 물러나는데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차기 수장은 내부 인사나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출신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B금융그룹이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은 만큼 노조 등에서 철저한 검증과 내부 구성원의 동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선임 과정상의 진통은 어느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KB금융그룹 뿐 아니라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관치금융은 더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KB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경험과 능력을 갖춘 내부 인사가 반드시 선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