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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9월8일)를 사흘 앞둔 5일 오후 대전지역 전통시장인 한민시장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생선가게나 정육점, 떡집 등에는 사람들이 북적댔지만, 채소가게나 과일가게는 발길이 뜸한 모습이었다.
숙녀복이나 아동복 등을 파는 옷가게와 이불가게, 양말가게 등은 아예 '개점휴업'인 상황.
시장 입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최영규(49)씨는 "예년 추석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며 "온도가 올라가면 육류 보관하기도 힘들고, 지난 설과 달리 대형마트도 정상 영업을 하다 보니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과일의 경우, 올해 작황이 좋아 값이 내렸지만 제수용 사과·배 등의 매출은 신통치 않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과일가게 주인 소모(60·여)씨는 "제수용품으로 쓰는 사과와 배가 각각 4개에 1만원으로 예년보다 값이 많이 내렸다"며 "그런데도 날이 더우면 과일이 시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박스째 안 사고 조금씩 사가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간이 가면서 제사상에 올릴 부침이나 전, 포 등을 파는 반찬가게는 조금씩 붐비기 시작했지만, 생선포를 떠서 파는 상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구 내동에 사는 김모(53)씨는 "오늘이 아버지 제사라 전을 사러 왔다"며 "1만원 정도면 접시 하나 정도 놓을 전을 살 수 있고, 요즘에는 다들 많이 먹지도 않으니 사서 쓰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더위에 시금치가 시들고 나물이 말라가자 상인들은 연신 콩나물과 두부에 물을 뿌리고, 시금치를 봉투로 단단히 여며 놓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차복남(47)씨는 "설에는 일주일 전에 미리 물건을 사다놓는데, 날이 이렇다 보니 당일 쓸 분량만 떼어 온다"며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와 달리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은 대부분 조그만 핸드 카트나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는 모습이었다.
선물세트를 박스째 구입하는 사람은 보기 어려웠고, 고사리나 도라지, 숙주 등도 대부분 한 근씩만 사는 이들이 많았다.
서구 갈마동에 거주하는 김순원(60)씨는 "요즘은 식구가 많지 않다보니 음식을 많이 하면 남기지 않느냐"며 "더운 날씨에 상할 수도 있으니까 조금만 사려고 장바구니만 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릇 가게에도 채반과 소쿠리 등을 사는 이들만 눈에 띌 뿐 제기를 장만하는 손님은 없었고, 건어물 가게는 '명태포 세일, 선물용 파격 세일' 등의 문구를 내걸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건어물가게에서 일하는 방모(50·여)씨는 "경기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작년보다 올해 더 힘든 것 같다"며 "지난해 이맘때는 바빠서 눈코 뜰 새 없었는데 직원 7명이 지나가는 손님 구경만 하고 있다"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