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시가총액 제1위 기업인 애플이 '벤드게이트'(Bendgate)와 '업데이트게이트'(Updategate)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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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인 아이폰 6 플러스의 알루미늄 케이스에 힘을 가하면 구부러져 버린다는 지적이 나왔고,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내놓았으나 치명적인 버그가 발견됐다.

이는 2010년 아이폰 4의 '안테나게이트', 2012년 iOS 6 배포 당시의 '맵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애플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전례를 볼 때 이번에도 판매 실적 자체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담당 임원이 1∼2개월 내에 대형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벤드게이트

아이폰 6 플러스 사용자 중 일부는 이 스마트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사용했더니 케이스가 압력을 견디지 못해 구부러져 버렸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바지 주머니에 아이폰 6 플러스를 넣은 채 자리에 앉는 경우 알루미늄 케이스가 변형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이폰 6 플러스의 화면 크기(대각선 길이 기준)가 5.5 인치로 상당히 크고 두께도 7.1 밀리미터(mm)로 얇은데다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탓으로 분석된다.

미국 언론매체들은 이를 '벤드게이트'라는 말로 비꼬고 있으며, 유튜브에서는 관련 동영상의 조회수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특히 똑같은 방식으로 맨손으로 힘을 가할 때 모토로라 모토 X는 눈에 띄는 영구적 변형이 생기지 않았고, 삼성 갤럭시 노트 3도 거의 문제가 없어 매우 튼튼한 것으로 평가돼 아이폰 6 플러스의 내구성이 경쟁 제품에 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화면 크기가 4.7 인치이고 두께가 6.9 mm인 아이폰 6에도 마찬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용자들도 없지는 않으나, 리뷰 사이트들의 시험 동영상 등을 보면 일반적인 사용 조건에서 이상이 생길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업데이트게이트

신제품인 아이폰 6와 6 플러스를 둘러싼 문제는 또 있다.

애플은 24일(현지시간) 모바일 운영체제 업데이트 iOS 8.0.1을 배포했으나 심각한 문제가 있어 이를 중단하고 고객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아이폰 6나 6 플러스 사용자 중 상당수가 원래 깔려 있던 iOS 8.0을 iOS 8.0.1로 업데이트를 한 경우 기기가 기지국을 찾지 못해 '통화 불가능' 메시지가 뜨거나 '터치 아이디' 지문인식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겪었던 것이다.




애플은 원래 iOS 8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업데이트를 내놓았으나, 치명적인 버그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하고 업데이트에 나섰다가 문제가 생기자 부랴부랴 철회한 꼴이 됐다.

애플은 "문제점을 해결해 iOS 8.0.2 업데이트를 완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며칠 내로 준비되는 대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17일 애플이 iOS 8를 내놓을 때부터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를 통해 예고했던 기능들 중, 아이패드나 맥을 이용해 다른 휴대전화와도 단문메시지(SMS)나 멀티미디어메시지(MMS)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메시지 연속성' 등 일부가 구현되지 않은 상태여서 차후 업데이트를 해 주기로 하고 배포가 이뤄졌다.

◇애플 주가 하락세

벤드게이트와 업데이트게이트 등 악재가 불거지면서 애플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업데이트게이트가 발생한 24일 애플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전날 종가 대비 0.89% 하락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1.03%, 다우 지수는 0.90%, S&P 500은 0.78% 상승했다.

이어 25일 애플 주가는 추가로 3.80% 하락해 97.88 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 애플 시가총액은 5천860억9천만 달러(612조2천400억원)였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달 2일 종가 103.30 달러)보다 5.25% 낮으며 금액으로 따지면 30조원 이상이 증발한 것이다.

이날 애플을 포함한 미국 테크 관련 주식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으며, 이에 따라 나스닥 지수는 1.94%, 다우 지수는 1.54%, S&P 500은 1.62% 하락했다.

◇'안테나게이트'(Antennagate)·'맵게이트'(Mapgate) 등 과거 사례

애플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문제로 곤경에 처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6월 출시된 아이폰 4는 안테나 설계 문제가 있어 케이스를 쓰지 않고 사용자가 손으로 전화기를 직접 잡으면 수신 감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문제가 커지자 당시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그 다음 달에 기자회견을 열어 다른 스마트폰들에도 유사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이폰 4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범퍼 케이스를 제공하거나 비용을 지불하는 등 조치를 발표했다.

아이폰·아이팟 하드웨어 책임자인 마크 페이매스터 수석부사장은 2010년 8월 퇴사했는데, '안테나게이트'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2012년 9월 iOS 6을 내놓았을 때는 지도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그전까지 애플 아이폰에는 구글 맵이 기본으로 탑재됐으나, 애플과 구글 사이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애플이 이를 자체 지도로 바꾸면서 부정확한 데이터로 심각한 오류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따라 팀 쿡 CEO가 공식으로 사과하면서 "당분간 구글 지도 등을 쓰라"고 소비자들에게 권유했다.

이어 iOS 소프트웨어를 총괄했던 스콧 포스톨 수석부사장과 '애플 스토어' 책임자로 영입됐던 존 브로윗 수석부사장이 2012년 10월 말 퇴직하고 리치 윌리엄슨 iOS 플랫폼 담당 상무가 그 다음 달에 해고됐다.

애플은 이 두 사건으로 곤경을 겪었으나 정작 판매에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런 전례들은 애플이 '대형 사고'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을 잘 보여 준다.

CEO가 직접 나서서 공개로 사과나 해명을 하면서 피해 고객에 대해 보상 또는 해결 방안을 제공하며, 몇 달 안에 담당 임원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퇴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사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의 품질에 강박적 집착을 지닌 애플의 조직 문화를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