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엔저(엔화가치 약세)가 심화되면서 내년 중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엔대에 달할 것이라는 국제금융계의 환율 전망 조정이 속출하고 있다.

당장 엔저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정부는 지난해 4월 시도했다가 큰 효과를 못 본 카드이기는 하지만 일본이 과도한 양적완화를 하지 못하도록 국제 공조를 통해 압박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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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JP모건은 지난달 31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발표되자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로 엔저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약 1년 뒤인 내년 3분기의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종전 달러당 110엔에서 120엔으로 올렸다.

골드만삭스 역시 향후 1년내에 도달할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종전 115엔에서 120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내년 3분기 전망치를 종전 114엔에서 120엔으로, 캐나다의 내셔널 뱅크 파이낸셜은 내년 4분기 전망치를 종전 112엔에서 120엔으로 각각 올렸다.

웰스파고는 내년 4분기 전망치를 종전 110엔에서 119엔으로 조정했다.

앞서 BNP파리바는 이미 지난 9월부터 내년 3분기 엔·달러 환율을 120엔대로 예상해왔다.

이들 중 일부는 원·달러 환율도 출구전략에 나선 미국의 달러화 강세로 상당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 3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종전 달러당 1천31원에서 1천127원으로 올렸다.  

다만, 이 전망이 맞더라도 내년 3분기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9원으로 떨어진다.  

더욱 큰 문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일본의 양적완화가 내년에 추가로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추가 확대 조치에 대한 주요 투자은행들의 평가' 보고서를 보면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번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2% 물가 상승 등 목표 달성에는 대체로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HSBC는 "단순히 양적완화 확대만으로는 물가 상승률이 2%에 근접할 가능성은 높지 않고, 이런 회의적 전망이 가시화되면 내년 2분기 중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나 씨티그룹도 2% 물가 달성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오는 15∼16일 호주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통화정책을 펼 때에는 스필오버(월경효과)를 고려하자는 문구가 선언문에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일본이 무리한 양적완화를 못하도록 압박하자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4월 시도했다가 큰 효과를 못 본 카드다. 그러나 당장에 쓸만한 대책이 마땅치 않은데다 엔·달러 환율 급등으로 일본의 양적완화를 근린궁핍화(자국 경제를 위해 이웃 나라를 어렵게 만드는) 정책으로 보는 국제 사회의 여론이 커질 수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실제로 어떤 형태로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4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에는 한국이 일본의 양적완화와 엔저 문제를 제기했지만 공동성명(코뮈니케)에는 "환율을 대외 무역에서 불공정한 이득을 얻기 위한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재확인했다"는 문구 정도만 반영됐다.

다만, 정부는 엔저와 관련해 당장은 별도의 시장 대책이나 산업 지원 대책을 내놓지는 않을 방침이다.  

은행간 원·엔 거래 시장이 국내에 없어 직접적인 개입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미국과 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기조가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엔저에 대해 강력한 대응책을 펴기보다는 달러화 강세 등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유럽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지만 미국은 이미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고 내년 중 정책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본격화할 태세인 만큼 엔저 대응으로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쓰면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불안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8일 엔저 대책을 이미 내놓은 상황이고 엔·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시장에 던질 메시지가 현재로서는 없다"고 고민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