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5일 뉴질랜드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면서 이미 체결된 한·호주 FTA와 함께 오세아니아 대륙을 겨냥한 국내 공산품 수출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낙농품과 육류 등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의 수입을 재촉하면서 국내 농축산업계에는 피해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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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뉴질랜드 FTA 협상 타결 내용을 보면 양측은 96% 이상의 높은 수준에서 상품 자유화에 합의했다.

특히 공산품은 뉴질랜드에서 수입액 기준 92%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해 FTA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하고 7년 안에 100%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관세철폐로 얻게 될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제조업계가 더 많은 제품을 뉴질랜드에 수출할 조건을 확보한 셈이다.

국내총생산(GDP)이 1천816억 달러인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의 교역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뉴질랜드 수출액은 14억9천100만 달러, 수입액은 13억9천500만 달러이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에 비하면 한·뉴질랜드 교역액은 0.23%에 그친다. 하지만 양국간 교역은 2008년 이후 5년간 연평균 8.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커지고 있다.

뉴질랜드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4.1%로 중국(16.4%)과 호주(12.1%)와 미국(11.7%), 일본(6.5%) 등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만큼 점유율을 끌어올릴 여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뉴질랜드 내 수입이 늘고 있는 공작기계와 지게차, 냉장고 등은 현행 5%의 관세를 철폐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품목으로 꼽았다.

실제로 이번 FTA에서 우리의 대 뉴질랜드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타이어(관세 5∼12.5%)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없어진다. 세탁기(5%)도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냉장고(5%)와 건설중장비(5%), 자동차 부품(5%) 등도 3년 내 관세가 없어진다.

이 제품들은 중국과 일본 등 제조 분야 경쟁국과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우리 제품의 점유율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품목들이다.

상품 분야에서의 수출 확대뿐 아니라 농식품과 정보기술(IT), 인프라 산업 등에서도 경제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양국이 그간 서비스 및 투자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이어온 만큼 경제협력 활성화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제주도의 골드키위 재배와 고급 산양분유 생산 등 뉴질랜드와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선진 농업 및 가공품 생산 기술을 확보한 점을 경제협력 사례로 제시했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이 뉴질랜드의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에 참여하는 등 양국 간 IT 및 관련 인프라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또한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반면 국내 농축산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번 협상에서 쌀과 과실류, 고추, 마늘 등 주요 품목은 양허(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했고 뉴질랜드의 최대 수출품인 탈전지분유 역시 무관세 수입물량의 범위를 한정하는 등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들을 마련했다.

그렇더라도 여타의 낙농제품과 육류 등 뉴질랜드산 주요 수입품의 국내 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뉴질랜드 FTA에 따른 농가 피해는 한·호주, 한·캐나다 FTA와도 비슷한 속성을 지니는 만큼 정부는 여러 FTA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농가 피해 보전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